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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hotography

시그마 렌즈 Sigma 18-50mm f/3.5-5.6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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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유물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잡동사니 정리하다가 나온 물건입니다.

실물은 처분했고 지금은 사진만 남았네요.

시그마에서 나온 18-50mm 1:3.5-5.6 DC(니콘 F마운트용) 렌즈입니다.

굉장히 오래 전에 나온 물건입니다.

니콘 D70을 140만원 주고 구입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140만원이면 D610 같은 끝내주는 물건을 살 수 있죠.

기술의 발전이란 무섭네요.

이 렌즈는 당시 가격으로 20만원 정도 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Crop 바디(DX 포맷) 전용 렌즈입니다.

풀프레임(FX 포맷)에서도 사용 할 수는... 있습니다. 


크랍 비율 1.5배인 DX 포맷(APS-C)의 등장 초창기에는 쓸만한 DX 전용 렌즈가 몇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시그마의 센스가 빛을 발한 물건이 이것이죠. 18-50(환산 약 28-75mm)mm 라는 화각의 렌즈는 당시 이 녀석이 유일했습니다.


보통 카메라 하나 사면 끼워주는 번들렌즈들이 28-75mm 정도의 화각을 가집니다. DX 포맷에서 번들렌즈 화각을 얻을 수 있는 렌즈인 것이죠.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는 덤.


밥그릇 후드가 제공됩니다. 뽀대는 별로 나지 않지만... 최단 초점거리 25Cm로 간이접사도 할 수 있었고, 저렴한 가격에 환산 28mm라는 광각사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름 인기가 있었습니다.


코가 약간 나옵니다만, 후드를 끼워 놓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저가형 렌즈임에도 금속 마운트를 채용했고, 빨간 인디케이터 점도 찍어 놨습니다. 시그마가 은근히 세심하다니까요.


후드를 뒤집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후드 자체도 작아서 뒤집어 끼워도 부피가 그렇게 커지지는 않습니다.


D200에 장착해 보았습니다. 나름 근사하네요.


F5에 끼워본 모습입니다.


터가 들어있지 않은 렌즈라서, 카메라에 모터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저가형 DX 포맷 카메라들(DX000번대)에서는 MF 렌즈가 되어버립니다만... 이 렌즈가 나올 당시에는 그런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당시 DX 포맷 카메라들이 쓸만한 표준줌은 전혀 없었고, 나중에 등장한 Nikkor 17-55mm DX f/2.8은 150만원 넘는 니콘 프라이스와, 가격에 비해서 좋다고 하기 어려운 애매한 화질 때문에 외면 당했습니다.

당시는 니콘을 비롯한 카메라 제조사들이 DX용 렌즈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던 시기라서, 필름 카메라 시절에 쓰던 렌즈들이 주류였죠.

그나마 쓸만한 렌즈는 D70과 함께 나왔던 Nikkor 18-70mm DX 정도였는데 가격이 70만원대로 이 렌즈의 세배였습니다...

이 렌즈는 당시 DX 포맷 사용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었죠.

지금에야 번들렌즈들이 더 싸고 더 좋은 성능을 냅니다만, 당시로서는 선구자격 렌즈였습니다.


솔직히 화질은 좀 애매했습니다.

시그마 렌즈의 고질적인 노랑끼가 심했고(물론 카메라에서 화이트 벨런스를 조절하거나, 컴퓨터에서 보정하면 그만입니다), 또렷한 맛도 좀 덜했습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압도적인 휴대성은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쓸만했죠.

시그마는 나중에, 이 렌즈의 설계 사상을 계승한 걸작, 시그마 18-50mm f/2.8 EX DC를 만들어냅니다.

본격적인 DX 포맷 전용 f/2.8 고정 조리개 표준줌렌즈였죠

다른 제조사들이 등한시하던 DX 전용 렌즈의 틈새시장을 보기좋게 공략한 것이었습니다.

요즘도 써드파티 렌즈 제조사들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는 않지만, 선입견 없이 본다면 취미용으로는 꽤 쓸만합니다.

이런 렌즈를 만들던 시그마가 지금은 니콘 뺨치는 고급 렌즈를 비싼 값에 팔고 있으니, 새삼 세월이 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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