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카메라들은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줍니다.
요즘에야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이 기능도, 옛날에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수동(MF, Manual Focus)으로 초점을 맞춰야 했지요.
그렇다면, 자동초점(AF, Auto Focus)을 지원하는 최초의 카메라가 있었을텐데요...
그 최초의 카메라가 바로 미놀타의 Maxxum 7000입니다.
일본에선 알파-7000(α-7000)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제품입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 AF를 구현하기 위해 렌즈에 특수한 장치를 부착하거나, 렌즈 교환이 불가능하거나 하는 식으로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미놀타는 혁신적인 설계사상으로 진정한 의미의 AF SLR(Auto Focus Single Lens Reflex)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AF센서와 렌즈 구동 모터를 카메라 본체에 내장하여, 렌즈 교환이 가능한 자동 초점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구현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아주 당연한 기능입니다만, 카메라가 나왔을 당시(1985년)에는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
"기술의 미놀타"라는 명성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죠.
안타깝게도, 미놀타는 이제 더 이상 카메라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세계최초의 AF 카메라라는 타이틀을 얻기는 했지만, 이후 미놀타는 몇 차례의 부침을 겪다 결국 카메라 사업부를 소니에 매각하기에 이릅니다
Maxxum 7000, 맥썸 7000. 일본에서는 알파 7000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80년대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뒷 모습입니다. 세월의 영향으로 그립 부분이 좀 깨졌습니다. 오른쪽 상단에 뷰파인더와 필름 리와인더 레버(R), 노출고정 버튼이 보입니다.
필름 챔버입니다. DX코드도 인식합니다.
카메라 마운트 부분입니다. 바이요넷 마운트 방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렌즈를 교체한다는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카메라 하나로 렌즈를 바꿔도 AF를 작동시킨다는 발상(의 제품화)은 미놀타가 최초였죠.
셔텨가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또한 80년대 디자인의 영향...;;; 으로 본체에 다이얼이 없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조리개나 셔터 스피드 조절 등은 다이얼이 아닌 버튼으로 합니다.
플래시를 끼울 수 있는 슈가 장착이 되어 있는데, 미놀타 초창기 카메라라서 표준 핫슈입니다. 나중에 모양이 미놀타스럽게.... 바뀝니다.
배터리실입니다. AAA 배터리를 사용하며 AA 배터리가 들어가는 그립도 있습니다. 당연히 AA 그립은 더 두텁습니다. 다른 카메라들이 전압 문제로 2CR5 같은 괴랄한 규격을 고집 할 때, 표준 배터리를 채용했다는 것도 미놀타의 선진적인 설계 사상을 잘 보여줍니다.
미놀타 카메라의 특징적인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정점은 역시 P버튼입니다.
위의 다섯번째 사진에서 확인 할 수 있는데요, 미놀타 카메라에는 P라고 써있는 버튼이 꼭 달려있습니다.
P는 Program 모드의 약자입니다.
사진사 100년 역사가 들어있다고도(좀 과장이긴 하지만) 하는 버튼입니다.
이 버튼에는 사연이 있는데요...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 모여서 카메라 표준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캐논과 니콘(지금도 두 브랜드는 라이벌 사이죠)이 조리개 우선 모드(A모드)가 낫다, 셔텨 우선 모드(S모드)가 낫다 아옹다옹 하기 시작했습니다.
듣다못한 미놀타 관계자가, "그럼 둘 다 넣으면 될 것아닌가?"라고 일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미놀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셔터 우선 모드와 조리개 우선 모드를 합친 프로그램 모드를 도입 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조리개와 셔터 값을 카메라가 자동적으로 지시하는 것이죠.
다른 모드를 선택한 상태에서라도, P버튼을 누르면 바로 P모드로 진입 할 수 있습니다.
P모드는 써보면 굉장히 편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지금은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A(조리개 우선) 모드, S(셔터 스피드 우선 모드)와 함께, P(프로그램) 모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맥섬 7000은 플라스틱 본체이긴 하지만 단단한 만듬새와 다양한 기능(요즘 카메라와 견주어도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이 특징이었습니다.
특히 놀랍게도... 최초의 AF 카메라지만, 요즘 생산되는 소니 알파 마운트 렌즈도 작동됩니다!
최신형 렌즈를 1985년 카메라에 끼워도 AF가 윙윙 동작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감동적이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미놀타 카메라 사업부는 소니로 넘어갔고, 요즘 나오는 소니 카메라에서 약간이나마 미놀타 냄새가 나긴 합니다.
개성 강한 미놀타 카메라가 오래 가지 못한 것은, 역시 그 지나친 개성 때문이 아니었을까도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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