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라면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죠.
그러나 뭐든 마찬가지지만, 유행이 한창일 때는 옥석을 가리기 힘듭니다.
유행이 조금 식은 다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남는 가게들이 진국인 경우가 많죠.
요즘은 일본식 라면 유행이 좀 가라앉았다고 해도 되겠죠?
그래서 요즘 남아있는 라멘 가게들은 어느 정도 기본기는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홍대 쪽으로 나들이를 하면서, 미식의 별 선생님이 극찬했던 사이토라는 가게를 툐끼와 함께 찾아가 보았습니다.
상당히 괜찮았어요!
다만 주방장이 그 사이에 바뀐 것 같더군요.
자세한 뒷사정은 알 수 없으나 가게를 개업한 사람의 블로그를 보면 분위기가 좀 험악합니다.
현재의 사이토는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가게고 레시피 전수도 하지 않았다고......
사이토 라멘을 개업했던 분은 쿠쟈쿠(孔雀 공작이라는 뜻입니다)라는 새로운 가게를 낼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아무튼 툐끼와 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갔었습니다.
주방장이 바뀌어서 오픈 초기(지난 2월에 오픈... 전 주방장은 4개월 여 만에 나왔다는 얘기군요)와는 맛이 다를 수도 있다는데, 뭐 오픈 한 직후에 가본 적이 없으니 비교대상이 없어서...
여하튼, 위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부근입니다.
화장실은 건물 공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 주차장은 없지만 가게 주변이 골목길이라 요령껏 주차가 가능 할 수는 있습니다...만 딱지 떼이거나 해도 저를 탓하진 마시구요....
도로명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6길 43], 지번 주소로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57-8번지], 전화번호는 02-323-0723번 입니다.
대로변은 아니고 골목으로 살짝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나서서 연남동 방향으로 쭉 들어간 골목에 있습니다.
가게가 넓지는 않습니다. 좁아요. 자리도 몇 개 없구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갈만한 곳은 아닙니다.
메뉴는 네 가지, 도쿠센(특선이라는 뜻) 라멘,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 카라이(맵다는 뜻) 라멘, 미소 라멘. 라면만 판매하는 모양입니다.
365일 연중무휴.... =ㅅ=;;
라면 이외의 다른 메뉴는 없는 것 같고, 반찬이나 물은 셀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밥과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
음료수도 무료입니다. 냉장고에 콜라, 환타, 사이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라면 한 그릇 다 먹으면 배가 불러서 손이 안 가게 되더라는....
후추, 조미료, 간장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담백하게 나오는 가게이니 필요하면 가미를 해도 되겠습니다.
기본찬은 단무지와 김치입니다.
오 그런데 김치가 백김치입니다!!!! 백김치에 1점 더하겠어요.
고추가루는 죄악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그 좋은 식재료들을 고추가루니 뭐니에 막 버무리고......... 식문화 후진국 답습니다. 백김치와 단무지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일단 저는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을 주문하였습니다. 툐끼는 도쿠센 라멘을 시켰습니다.
차슈의 두께가 압도적이군요. 아니 그리고 한 장이 아니고 두 장..... 헐........
툐끼가 먹었던 도쿠센 라멘은 약간 짭짤한 가미가 되어 있습니다. 소유라멘이라고 해서 간장라면이라고 하는데, 왜 이름을 도쿠센이라 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흑마늘기름이 토핑됩니다. 돈코츠는 담백한 맛. 물론 둘 다 기본은 돼지뼈 육수입니다. 육수가 적당히 진하고 담백합니다.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의 차슈.... 두꺼운 건 물론이고 한 장이 아니고 두 장이 들어있습니다. 크기도 엄청 큽니다. 아주 부드럽습니다. 살짝 짭쪼름한 가미가 되어있습니다.
면도 괜찮습니다. 면이나 차슈, 계란은 1,000원에서 2,000원 정도로 추가 토핑을 주문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그릇 만으로도 엄청 실하게 나오기 때문에 배가 부르네요.
여기 계란이 또 걸작인데, 이게 반숙입니다. 겉만 살짝 익혀서 내부는 걸쭉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아지타마고(계란 장조림 같은 것)입니다. 그냥 반숙만 한 것이 아니고 계란 자체에 가미가 되어 있네요. 훌륭합니다. 누르니 말랑말랑 쏙 들어가는 게 보이시나요?
밥은 알아서 퍼먹으면 됩니다. 저는 밥을 싫어해서 먹지 않는데 툐끼는 쌀밥을 잘 먹어요. 차슈가 짭쪼름해서, 밥이랑 같이 먹으니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맛있네요. 다 먹었음....
직접 농사해서 기른 방울 토마토라면서 디저트를 내주시네요.
홍대 주변 라면집이 대부분 6,500원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8,000원이라는 가격은 약간 비싼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이 살짝 높기는 하지만, 진한 육수의 담백한 맛과 차슈의 압도적인 크기 등등을 생각하면 가격 이상은 된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네요.
주방장이 바뀌면서 레시피가 전수되지 않아 오픈 초창기와는 살짝 달라진 면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저는 짜고 매운 자극적인 한국식 국물은 안 먹습니다.
고추가루나 캡사이신을 아무데나 쳐 넣는 아주 바보같은 짓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일단 이 가게는 김치부터가 백김치라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담백하고 진한 돼지뼈 육수와 두꺼운 차슈, 반숙 계란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음료수나 커피, 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플러스 요소이긴 한데, 라면 한 그릇 다 비우면 그다지 다른 걸 더 먹거나 마실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함정이....
멀리서 찾아가서 라면 한 그릇 해도 후회는 하지 않을 정도의 가게입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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