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 침몰사건을 둘러싼 많은 해프닝과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약간 씁쓸한 기사 하나를 봤습니다.
터키인 세 명과 한국인들로 이뤄진 자원봉사단이 세월호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앞마당에서 케밥 1,500인분을 준비해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곳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의가 들어와 결국 철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항의를 했던 분들의 심정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 현장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식은 뭐란말입니까?
구급대 있던 자리를 치우고 팔걸이 의자라도 가져다 놓고 라면이라도 먹으면 현장과 잘 어울리려나요...?
어쨌든 그 기사를 읽고 있으려니, 눈에 띄는 구절 하나가... 강남역 레스토랑 파샤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는 대목에서...
아니 이런 기막힌 우연이.... 사실은 어제 파샤에서 식사를 했었습니다!
뭔가 어제 밥먹은 곳이 신문기사에 나오고 있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강남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17-31 세계빌딩4층, 전화번호는 02-593-8484 입니다.
위치는 이 [링크]를 터치 혹은 클릭하시면 다음 지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한 시간 전에 예약은 필수로 해야합니다.
방문 당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식사시간이 되자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지만, 아랍사람들도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식사를 거진 다 마칠 즈음해서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손님들이 온다면서 점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군요.
지하철 2호선 및 신분당선 강남역과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Pasha 파샤라는 말은 장군이라는 의미로, 터키의 국부인 "케말파샤"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예약을 하고 가야 합니다. 수요일 저녁시간에 들렀는데 평일 임에도 빈 자리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오픈 키친. 주방이 열려있어서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만, 모든 자리에서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내부가 꽤 넓고 자리가 많아서 일부러 근처에 앉지 않는다면 어렵습니다.
파란 유리물잔이 무척 예쁩니다. 에... 노파심에서 적자면 젓가락은 없습니다(샐러드바에 누들이 있는데!).
실내 인테리어도 터키 분위기랄까요... 한국 기준으로 "이국적"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샐러드바입니다. 다양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맛있고 깔끔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샐러드들은 잘 조리되어 있고 신선한 편이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너무 짜거나 달거나 한 것도 없었고...
아 이건 무지 달죠. 퐁듀 분수... 마쉬멜로가 부근에 있어서 단 맛으로 혀를 마비시키고 싶은 분도 만족시켜 드립니다만... 식사전에는 좀 안 어울리니 역시 디저트로 먹는 편이...
체리, 키위 크림, 올리브 등이 다소곳하게 올라가 있는 비스킷입니다. 굉장히 맛있어요...
이것은 Nazar 나자르 에이드... 맛나더군요.
녹색에 가까운 음료입니다. 탄산은 안 들었고 아주 상큼합니다.
그런데 설명에는 blue eye라고 적혀있는데... 아무리 봐도 green이라는 말이죠........
자 먼저 공갈빵이 나옵니다. 일단 메뉴에는 터키빵이라고 합니다만 이건 어디로보나 공갈빵이에요.
바람을 빼니 푸슈슈슉~ 인도식 요리에서 난과 비슷한 느낌으로 먹으면 됩니다. 난보다는 훨씬 얇습니다. 참깨맛이 적당해서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양도 보기보단 많아요! 샐러드바에서 닭고기, 할라페뇨 등을 가져와서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립니다.
에즈메 케밥. 양고기로 만든 케밥입니다. 공갈빵에 싸서 먹어도 되고... 그냥 요거트 소스에 찍어 먹어도 되고....
깔려있는 소스도 아주 맛납니다. 너무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은 균형잡힌 맛. 고기도 씹기 좋게 부드럽고 풍미도 좋습니다. 대만족.
향신료가 곁들여진 양파와 라이스가 같이 나옵니다. 이것도 꽤 깔끔한 맛!
파샤 랩. 안에는 닭고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야채, 닭고기, 모짜렐라 치즈가 안에 들어있고 바깥은 공갈...아니 터키빵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치즈의 풍미가 아주 좋습니다. 가운데 소스는 케쳡 같지만 케쳡과는 다릅니다. 아주 매콤한 맛이 가미되어 있어서 입맛을 돋궈줍니다.
풍미와 식감이 아주 좋고, 재료와 소스들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닭고기는 잘못 요리하면 냄새가 다른 재료에 엉기는데, 따로 볶아서 화덕에 구워내는 듯, 닭고기 냄새가 다른 재료에는 베어있지 않습니다. 아주 좋았어요.
일단 먹어 본 음식은 여기까지. 자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카운터 부근에선 여러가지 액세서리를 팔고 있습니다. 근사한 찻잔부터 시작해서...
"악마의 눈" 같은 터키풍 소품들도 판매 중. 저 가운데의 눈깔 같은 것이 악마의 눈이라고 해서, 잡귀를 쫓는 부적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알록달록한 팔찌 목걸이도 팔고 있어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커플들의 지갑을 노립니다! 위험하다 이것은!
액세서리의 공습은 넘어갔지만 결국 터키 전통 아이스크림에 낚였습니다... 떡 마냥 길쭉하게 늘어나는 독특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쭉쭉 늘어나서 재미있습니다. 맛도 제법 괜찮아서 입가심으로는 그만이네요.
이태원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인증된 재료만 사용한다는 할랄 Halal 마크가 찍혀있네요. 이태원점은 배달도 한다는 군요? 이태원 쪽은 아직 가보지 못해서...
홈페이지(www.pashakorea.com)가 있기는 있는데, 요즘 화제가 되는 바람에 트래픽초과로 열리지 않더군요....
아주 좋은 레스토랑입니다.
각 재료, 소스나 향신료, 치즈 같은 것들의 균형이 굉장히 좋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나온 레시피라는 것이 혀 끝으로 느껴지더군요....
긴 말은 필요없고, 기회가 되면 반드시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후회 없는 식사가 되실 겁니다.
다만 가격이 저렴한 곳은 아니므로 예산을 넉넉히 잡고 들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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