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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Hell Korea

일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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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뭐 헌법에도 나와있지만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입니다.

정치제도만을 이야기하자면 선거제도 등은 일본 같은 정치 후진국보다는 훨씬 잘되어 있고(일본은 연필로 후보의 '이름'을 직접 '적어서'내야 합니다), 무척 짧은 기간 안에 꽤 괜찮아 보이는 그럴싸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지 제도만의 문제일 뿐이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자체는 여전히 전근대적입니다.

낡은 성리학적 사고방식에, 어설프고 천박한 자본주의를 끼얹고, 거기에 IMF가 선사한 신자유주의 사상이 짬뽕 합체된 결과물이 현재의 한국사회죠.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

투표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한 표씩 있다고는 하지만, 선거시간은 오전 6시에서 저녁 6시까지 12시간.

대표적으로 택배기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든지, 경제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웃기는 얘기죠.

북한도 자기네들 말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고들 합니다.

살면서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때가 얼마나 됩니까.

정치에 참여 할 수 있는 계층은 이미 제한적입니다.

귀족정이나 다름없는 상태죠.

 

 

일베에서는 민주화를 조롱의 뜻으로 씁니다.

민주화 버튼은 싫다는 의미고, '민주화 당했다'고 하면 낭패를 당하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의미합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일베에서 민주주의가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과연 우연한 일일까요....

 

 

창시절에는 전후특수를 누리며 급성장하던 자유로운 분위기를 타고, 교복자율화 같은 전무후무한 멋진 경험도 해보았으며,

대학시절에는 독재에 맞서 꽃병도 던지고 최루탄에도 콜록거리면서 젊음을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불태웠고,

그러면서 공부는 대충해도 대학생이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졸업만 하면 대충 빈자리 아무데나 가서 앉을 수 있었고,

그러고 있으면 정부가 주택 60만호 건설이니 국민차니 해서 도와주어 집 장만 차 장만 할 수 있었고,

그러다가 나이 먹으니 젊은 애들이 선생님 선생님 추켜 세워주고 여유도 있겠다 이제 좀 취미생활이니 정치니 친목이니 뭐니 고상한 것도 해보고.

민주주의와 전후 경제성장의 특수를 누렸던 세대는 소위 386세대 정도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양반들이야 "민주주의"를 그야말로 마음껏 누리고 으쌰으쌰해서 뒤집어도 보고.

민주주의가 밥먹여주던 시절이었죠.

 

지금의 20, 30대는 그 386세대가 먹다남긴 찌거기나 받아먹어야 합니다.

20세기 중반의 저유가와 전후 활황은 다시 오지 않을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습니다.

IMF 이후로 생활이 되어버린 만성적인 불황.

사람이 흔해져서 가장 저렴한 부품이 되어버린 빌어먹을 현실.

이마저도 무한경쟁에 스펙싸움을 거듭해야 찌끄러기라도 받아먹을 수 있고, 비정규직 임시직 자리만 넘쳐나고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고용상황.

열심히 일해도 망하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

 

민주주의?

지금의 20, 30대가 어려서 학교에서 경험한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대학교육으로 성공했던 부모 세대는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굴었죠.

자율학습이니 보충학습이니 뭐니 학교에 사실상 감금되어 교사들의 구타, 폭언을 들어가며 12년 동안 창살없는.... 아니 요즘 학교들은 자살 방지한답시고 정말로 창살이 있더군요.... 정말 명실상부한 감옥에서 인권을 박탈당하고 불필요한 지식만 머리에 꾸역꾸역 밀어넣어진 허수아비.

대학을 졸업해보니 약속되었던 장밋빛 미래는 커녕 살기 위해서 발버둥쳐야 하고, 그저 소모성 부품으로 전락한 자신의 모습... 누군들 기가 안차겠습니까.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짖던 민주주의는 예전에야 갈증해소에 딱이었겠지만 그 민주주의는 누가 다 마셔버렸는지는 몰라도 들이키려 해도 병에서 한방울도 나오질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냉소적이 되고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오히려 "기회의 시절"으로 여겨졌던 '산업화'를 염원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뭐가 문제 같습니까?

일베가 그저 "못되먹은 애들이 모인 소굴"일까요?

...

일베야말로, 이 사회의 거울, 좌절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가장 절절하게 대변하고 있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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