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최근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심층분석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베가 제법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베에 대해서 한두마디 씩 거들고 있는 요즘 유행(?)을 경향도 거부하지 못하는군요.
내용인즉슨, 나꼼수와 일베가 출현한 배경과 그 현상에 공통점이 일부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일베가 떠오르게 된 이유와 나꼼수가 떠오르게 된 이유에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기사를 읽어보시길.
1.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을 절대선으로 정의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강변한다.2. 주장하는 내용들 대부분 근거가 모자라거나 사실이 아니며, 음모론에 지나지 않는다.
3.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같은 편"이라 여겨지는 인물이나 단체도 여지없이 까내린다.
물론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느정도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이 기사가 약간 도식적인 비교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옳은 비판입니다. 일간신문이라는 지면의 한계도 있다보니 아무래도 저 짧은 글만 보면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겠죠.
허나 저는 "일베의 등장이 사회적 불만이나 억압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논거로 나꼼수를 끌어들인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일베 이용자들의 성향과 나꼼수 팬덤은 실제로 상당한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이 기사를 보고, "감히 나꼼수를 일베 따위와 비교하다니!"라며 발끈하는 나꼼수 팬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도식적인 비교에도 이렇게 발끈하는 자격지심은 대체 정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싶네요.
[논평] 억지스러운 일베와 나꼼수 비교 ppss.kr/archives/8456 일베와 나꼼수가 공통점이 있다지만, 이렇게 '퉁친다면' 오유와 일베, 이명박과 노무현도 같다. 비교는 무엇을 배울지 '함의'를 얻기 위한 것이지, 늘어놓는 게 아니다.
— ㅍㅍㅅㅅ (@ppsskr) June 4, 2013
평소에 이상한 글 늘어놓기 잘하는 ㅍㅍㅅㅅ라는 곳의 소위 논평인데, 논리적 결함을 지적한다고는 하고있지만 결국 나꼼수와 일베 비교는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경향신문 그 기사는 곱씹을 수록 의아하다.진영만 다를 뿐 일베와 나꼼수가 똑같다는 건데…나도 나꼼수를 비판적으로 보긴 하지만 일베와 등거리로 본다는 건 지나친 폄하다.진보·보수와는 관계없이,그 수위가 어떻게 같은가?장점과 해악성의 크기도 많이 다르고.
— 한겨레 김도성 PD (@Kdoseong) June 4, 2013
나꼼수와 일베를 등거리에서 비교하는 것은 나꼼수에 대한 지나친 폄하라는 주장입니다.
저는 솔직히 해악으로 치면 나꼼수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낄낄 거리며 유포한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더해 나중에는 대안언론 비슷한 위치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면서도, 그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대선직후 김어준과 주진우는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했지요.
특히 언어폭력 지점에서는 나꼼수와 일베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툭하면 씨바 씨바 거리며 "눈 째진 애"운운하던 나꼼수가 일베에 비해 도덕적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요?
4.11 총선에서 노원구에 출마했던 김용민은 다름아닌 막말파문으로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나꼼수가 일베를 언어사용의 폭력성으로 비난 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에 광분하는 어떤 나꼼수 팬에 대해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멋진 비유를 하나 남깁니다.
파리와 새 모두 날개가 있다고 얘기한 걸 자꾸 '동급에 세웠다'고 우기는 자격지심의 근원은 뭘까요? RT @yundorazi 일베와 나꼼수가 메커니즘이 같다고 동급으로 취급해야하는건 아니죠. 똥파리도 새인가요?
— 손병관 (@sonkiza) June 4, 2013
나꼼수 팬들이 발끈발끈 하고있는 와중에, 나꼼수를 진행했던 김용민의 어이없는 발언이 터집니다.
경향의 이미 종료된 나꼼수에 대한 부관참시에 엘리트주의의 잔영이 목격되며, '앞으로 우리 나와바리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라 사료됩니다. 누가 너희에게 그런 칼자루를 줬나요.
— 김용민 (@funronga) June 4, 2013
언론 자유 그 위에 자긍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인권이 있는 법이지요. 경향의 도발, 재연될 때에는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 김용민 (@funronga) June 4, 2013
...이건 뭐 변희재 트위터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도식적인 비교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만있지 않겠다는 둥의 협박을 늘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일베와 다르다"는 저들의 주장이 무색해집니다.
하는 짓이 일베나 변희재 부류와 정확히 똑같은데, "달라! 다르다구!"라고 외친들....
설사 저 경향신문의 비교기사가 무리한 논리적 비약이었다고쳐도, 이렇게 김용민이나 나꼼수 팬덤이 발끈하는 걸 보면 오히려 기사를 사실로 확인시켜 주는 꼴입니다.
나꼼수는 "대통령 욕하기"를 상품화한 정치 예능 기획이었습니다.
풍자와 재미의 선에서만 그쳤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죠.
하지만 대안언론 비슷한 위치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면서, 그 커져가는 영향력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일베 사용자들 역시 자신들이 주장하는 날조된 역사관을 사실이라고 강변하면서, 스스로 던져놓은 게시물들에 대한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지요.
두 현상은 공통점이 많고, 일베 이용자들이나 나꼼수 팬덤들의 행태에도 일정한 유사성이 관찰됩니다.
이들을 묶어 같은 DNA,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좀 비약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베도 나꼼수도, 건전한 방향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이야기 하기 위해서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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