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만표차... "과반수 대통령"
앞으로 5년 동안 이 나라의 행정부를 이끌 대통령직에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108만표라는 어마어마한 표차로 낙선했습니다.
양대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얻은 표에 무효표를 더해도 뒤집어 질 수 없는 완벽한 패배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에 대해서 수많은 분석과 평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고요.
먼저 이 글은 인상비평에 가까운 글이며, 사실에 기초한 정확한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점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이해찬은 문제인이 100만표차로 승리할 거라고 했고, 조기숙은 '문재인이 이긴다'는 황당한 책까지 냈지만 말이죠).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의 박근혜 후보를 추격하는 모양새였고, 안철수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수치는 뒤집어지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패인은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안철수 지지자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유권자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치혐오 정서를 기가 막히게 파고 들었습니다.
대통령 욕하기를 산업화시킨 김어준(이 양반이 민 인물들은 죄다 망했죠. 심형래, 황우석, 정봉주, 문재인...) 이후로 가장 똑똑한 포지션이었지요.
"이 놈도 싫고 저 년도 싫다면 나를 믿어라.... 난 다르다...."
안으로 단일화 된다면 박근혜를 이길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많았습니다.
다만 정치신인에다 정당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되지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만...
"단일화"는 뜻하지 않게 이뤄졌습니다.
사실 단일화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지만 말이죠…(야권 후보가 노동자 후보 둘을 포함해서 여럿이 더 있었는데 단일화라니 오만하기 짝이 없는 표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안 후보가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하며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단일화"내지는 "후보사퇴"가 벌어진 날, 안철수 지지자들이 봤다면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는 촌극이, 안철수 캠프의 담장 밖에서 벌어졌습니다.
안철수 캠프가 위치한 안 후보 자택에 소위 "깨어있는 시민"들이 모여,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이 촌극을 보면서, 안철수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굳이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의 자진사퇴가 발표되자, 그 순간 집 밖에 모여있던 깨시민들은 방금까지 외치던 사퇴하라는 구호 대신, "안철수, 안철수!"를 연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집단 발작이 안철수 집 앞에서만 벌어졌느냐, 하면 물론 아니죠…
깨시민들의 깨방정
트위터 같은 SNS에서도 깨시민들의 집단 발작은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문재인을 지지하던 고재열 같은 이들은, 안철수 사퇴가 발표되자 "안철수 비방멘션을 트위터에서 지웁시다"라는 캠페인(?)까지 벌였죠.
— 공희준 (@kongheejoon) November 23, 2012
그걸 지운다고 자기들이 내뱉었던 말들이 안철수 지지자들의 머릿속에서도 사라질까요?
이런 식의 깨방정은 선거 유세 기간 내내이어졌습니다.
특히 탁현민, 고재열, 공지영, 조기숙, 백원담, 허재현 같은 이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고, 심지어는 진중권 같은 이들까지 숟가락을 얹었죠.
안철수 지지자들은 새누리도 싫고, 민주당도 싫은, 그렇다고 노동자 후보를 찍을 정도로 정치의식이 높지는 않은 사람들입니다.
애초 제3의 새롭고 신선한 그 무엇(허상에 불과하지만!)을 갈구하던 사람들인거죠.
문재인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사퇴만 하면, 이들이 모두 문재인을 지지할 것 마냥 까불었습니다.
이들이 해낸 겁니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낸거죠.
물론 깨시민들이 지지층 결집에 힘을 발휘한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이번 대선에서는 이인제가 없었죠.
이인제 혹은, 누군가가 충청도 지역표를 갈라먹는 상황이었다면, 깨시민들의 이런 정신분열쑈가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누가봐도 분명히 "새누리도 싫도 민주당도 싫은"(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했던) 중도층을 껴안는 것이 중요했는데... 쉽게 얘기하자면 깨시민들의 이 깨방정 덕에 망한거죠.
새누리당도 안철수를 비방하지 않았느냐! 혹은 안철수가 노랑 목도리까지 두르고 광화문에서 문재인이랑 BL도 찍지 않았느냐!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글이 길어지므로 디테일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옛 속담에 이런 게 있죠...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아무리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하면 뭐합니까.
깨시민들이 워낙에 날뛰는데...
새누리당의 안철수 비방은 그거에 비하면 무척 점잖았습니다.
새누리당은 남의 선거캠프 앞에 몰려가서 촛불을 들고 진정성을 과시하는 진상 짓은 안했죠...
지칠 줄 모르는 남탓
선거가 끝나고도 깨시민들의 정신승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깨시민들은 선거가 끝나면, 언제나 젊은이들이 투표를 안해서 자신들이 망했다며 "20대 개새끼론"(나꼼수의 김용민이 애용하죠)을 입버릇처럼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양상이 조금 달라져서(출구조사 결과 20대 투표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기 때문이죠), 20대 개새끼론은 쏙 들어가고.... 세상에나 50대 개새끼론이 등장했습니다.
진 이유를 남탓으로 돌리는 집단은 이미 망한거나 다름없습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20대 개새끼론이나 주워섬기던 집단이 이번에는 50대 개새끼론을 들고 나오는 건, 뭐랄까 제버릇 남못준다는 우리 옛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게다가 깨시민들이 맹렬히 공격하고 있는 그 50대라는 집단은, 젊었을 시절 전두환을 상대로 6월 항쟁을 치뤘던 세대입니다.
촛불이나 들어본 게 다일 깨시민들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죠.
직접 군부독재와 싸웠던 사람들을 박근혜를 찍었다는 이유로 졸지에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드는 깨시민들.
자신들만이 정의라는 오만함과 도덕적 우월감으로 똘똘뭉쳐, 다른 모든 사람들을 개새끼로 만드는 깨시민들.
새누리당 지지자들과 방향만 다를 뿐, 그 질에 있어서는 동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재인도 황망해한 재검표 논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나라당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다들 이회창이 될줄로 알고 있었는데 덜커덕 노가 대통령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한나라당 요구로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도 저 코미디가 아주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만 코미디언은 정확히 반대로 바뀌었지요.
깨시민들이 "부정투표"라면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저 얼토당토 않은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한톨도 없으므로 패스하겠습니다.
깨시민들, 그러니까 자신의 지지자들이 저런 못난이라는 걸 문재인도 알긴 아는 가 봅니다.
재검표를 요구하는 깨시민들을 향해 그만 좀 지랄하라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죠.
많은 분들이 수개표를 위한 당선무효소송 제기를 간절히 요청하셨는데....응하지 않아서 미안합니다.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소송을 제기할 상황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당장 승복이 안되더라도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이제 새로운 출발을 받아들여 주십시오.
— 문재인 (@moonriver365) January 18, 2013
둘러서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만해라 쫌 창피하다"는 소립니다.
물론 깨시민들은 이러거나 말거나 저러거나 말거나지만요.
깨시민들의 힘으로 문재인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깨시민들의 언어는 설득의 언어가 아니고, 자기만족의 언어입니다.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함에 빠져 자기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개새끼고, 새누리당 알바라고 짖어대는 깨시민들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이들은 앞으로도 강력한 정치세력의 하나로 남을 것이지만, 누구든 이들을 등에 업는 순간 그 실패도 각오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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