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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Hell Korea

당신은 바나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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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킹, LA폭동의 아이콘이 47세의 나이로 자택의 풀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고 있는 CNN 기입니다.

당연히 영어이지만 어려운 단어는 안나옵니다. 역사공부 하는 셈 치고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겠네요.

절도 때문에 가석방 상태였던 킹은, 음주운전 중에 경찰차가 자신의 뒤를 쫓자 도주를 시도합니다.

킹은 경찰차를 따돌릴 재주가 없었기에 이내 도주를 포기하고 공터에 차를 세웠습니다만, 방금의 추격전 때문에 경찰들은 꽤 화가 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킹을 스턴건과 경찰봉으로 지지고 때렸고, 킹은 그들이 "죽여버리겠다 이 깜(삐-)이 새끼야!"는 말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만, 당사자인 경찰들은 그런 인종차별적 비속어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킹은 3명의 의사가 5시간 동안 수술해야 했을 정도로 심하게 맞았고, 목숨은 건졌지만 청각장애를 얻게 됩니다.

이 백인경찰들의 폭행 장면을 우연히 지나던 아마추어 카메라맨이 촬영하여 방송국에 제보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가 요동치게 됩니다.

지금처럼 동영상이 잘 찍히는 스마트폰도 없을 시절(1991년)이었는데, 정말 대단한 우연이었죠.

촛불 시위 당시 인터넷 인기스타였던 경찰간부 사무라이조. 스틱조라는 애칭도 있었죠. 시민을 상대로 과도한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들은 만국공통인걸까요...

요즘은 카메라도 흔하고 휴대폰도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기가 막히게 잘 찍히지만, 오히려 이런 장면을 너무 흔하게 접할 수 있어서 별 감흥(?)이 없다는 게 더 문제랄까요.

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3월 3일 있었던 로드니 킹 사건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심기가 아주 불편해져 있던 차에, 약 2주 후인 3월 16일, 한국계 미국인 두순자라는 사람이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게 됩니다.

두순자 씨 남편의 상점에서 오렌지 쥬스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져, 당시 15세였던 라타샤 할린스가 가게를 보던 두순자 씨의 권총사격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로드니 킹 사건으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던 백인 기득권층이, 한국계 이민자들이라는 만만한 총알받이를 찾아낸 것이기도 했습니다.

로드니 킹 사건과 두순자 사건은 하나로 묶여서, 로드니 킹이 구타당하는 장면과 두순자의 총에 할린스가 쓰러지는 CCTV 장면(두순자 씨는 뒤돌아서서 가게를 나가려는 할린스의 등을 쏘았습니다)이 TV 속에서 끝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두 사건의 재판 진행 과정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아주 부당해 보였습니다.

킹을 구타한 경찰관들은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았고, 두순자 씨 역시 무죄취지의 아주 가벼운 형만을 선고받습니다.

특히 두순자 측 변호인단은 재판에서 등을 겨냥만 했을 뿐, 권총이 발사된 것은 오발이라는 주장을 했고, 배심원단은 16년 형의 유죄를 결정했지만 판사는 집행유예 5년에 사회봉사등만을 선고했습니다.


인위주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만연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멸시, 그리고 그 멸시에 아무 생각없이 동참하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들에 대한 원한...

거기에 미디어가 끝없이 내보내는, 15세 소녀를 등 뒤에서 총으로 쏴 죽이는 "냉혈 한국인"의 영상.

결국 4월 29일 LA에 폭동이 발발하고(아프리카계 미국인들 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계-히스패닉이라고도 하는- 미국인들도 다수 가담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그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했습니다.

폭동 기간 동안 한국계 아시안에 대한 다른 유색인종들의 분노는 대단해서, 한국계 미국인들은 총을 들고 자기방어에 나섰지만 파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발생한 재산피해의 절반가량이 한국계 미국인들의 것이었다고 하며, 한국계 미국인 상점의 90%가 파괴됐고, 결국 재기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고 전해집니다.

게다가 한국계 미국인들이 상점을 지키겠다며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TV를 타면서(유튜브에 로그인해야 볼 수 있으며 19세 미만은 보지 못합니다), 폭동에 가담한 다른 인종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죠.


21세기 대한민국

LA폭동으로부터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폭동의 아이콘이자, 폭동 후 LA市 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로드니 킹의 사망을 계기로, LA폭동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사려깊은 사람들은 폭동 이후 인종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서로의 피해지역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도와가며 복구하는 등 화해 제스쳐가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인종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사람들도 더러 있죠.

미국에서 하원의원까지 지냈던 모 한국계 인사는, 폭동 당시 해병대 모자를 쓰고 총을 쥐고 돌아다니던 젊은이들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버젓이 한국 TV에 나와서 했습니다.

또한 지금 한국의 모습을 돌아보면,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랍게도, "유색인종"은 경력이 화려하고 학위가 아무리 많아도 원어민 교사 자리를 얻지 못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겁니다!).

웃기는 건 해외에서 나고자란 한국계 Native English Speaker들도 한국에서는 원어민 교사 자리를 얻기 힘들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아주 잘 나와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기 때문에 코카시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금발벽안의 여성 원어민 교사를 가장 선호한다고 하며, 때문에 서울 안의 어학원 등지에서는 검은 피부의 원어민 교사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비단 흑인종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근동 쪽 인종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도 극심합니다.

버스 안에서 인도인 대학교수를 더럽고 냄새난다며 모욕한 다음 맞고소까지 한 "자랑스런 한국인"도 있었죠.

안산 등의 이주 노동자가 많은 도시를 무법천지로 묘사하는(사실이 아닙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수도 없습니다.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같은 인종에 속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도 유머 게시판 등지에서 떠도는 "대륙"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죠.

한국의 모든 남자들이 아오이 소라는 알고 있지만 "쪽바리" 운운하며 섬나라 원숭이라는 말을 주워 섬기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한국사회가 이대로 가다가는, 꽤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지 모릅니다. LA폭동정도만 하겠냐고요? 더 어마어마 할지도 모르죠.

국에 가면 트윙키라는 과자가 있습니다.

이게 겉은 노란색인데, 속에는 흰 크림이 들어있어요.

겉은 노란색인데, 자기네들이 지배계층인 화이트 앵글로 섹슨 프로테스탄트-WASP 인줄 아는 한국계 이민이나 그 후손들을 비꼬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나나라고도 하지요.

바나나도 익으면 겉은 샛노랗지만 속은 아주 하얗죠.

로드니 킹 사망을 뉴스로 접하면서, 점점 심해지는 한국의 Xenophobia가 걱정스러워집니다.

당신은 혹시, 바나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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