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부근, 전라북도 완주 쪽에 보면 불명산이라는 나즈막한 산이 있습니다. 거기에 화암사라는 조그마한 절이 있고요. 지난 휴가에 여길 다녀왔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갔었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우왓 주변이 모두 산입니다! 당연하죠 산에 있는 절인데...
전주에서 고산까지 간 다음에, 고산에서 다시 버스나 택시를 타고 불명산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이게 배차간격도 간격이려니와, 초행이면 사실 찾아가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어지간하면 차하나 렌트해서 네비찍어 가는 걸 추천합니다.
절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렇게 대단히 어렵지는 않습니다. 돌길이고 경사가 약간 가파르지만, 천천히 올라가도 금방 절에 도착 할 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옹기종기 여러가지가 모여있어서 경치가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서 판을 벌여놓고 뭔가 잡숫는 분들도 있더군요. 중간 계단에는 안치환 시인이 다녀가서 썼다는 시도 붙어있습니다. 뭐 대단해보이지는 않아서 사진을 찍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화암사 동종에는 재미있는 뻥일화가 붙어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왜 요즘 백만관객 돌파한 환타지 영화로 유명해진 광해군 시절에 다시 만들었다고 하는데, 누가 안쳐도 밤이면 스스로 울려서 스님과 신도들에게 시간을 알렸다고 하네요. 아니 이 무슨... 알람시계도 아니고........ 그리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노무새끼들이 동종을 빼앗으러 오기 전에 스스로 경보를 울려서 스님들이 땅에 동종을 묻어 무사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뭐 스스로 울렸다는 건 뻥이겠지만, 아무튼 오랜 세월을 견뎌낸 것은 스님들의 노력 없이는 힘들었겠지요.
다시 전주로 돌아 올 때는 어떤 마음씨 착하신 분들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탔습니다. 교통수단이 정말로 괴악하므로 자동차 없이는 가기 힘들어요.... ㅜㅠ 여름에 갔을 때도 좋았지만 눈내리는 겨울에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절이었습니다. 정말 조용하고 아담해서 눈이 소복히 쌓이는 걸 문지방 너머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좋기야 좋겠지만....... 눈 덮인 산에서 고립되어 버리겠죠... 나중에 다시 또 오르고 싶은 절이지만, 그때는 차를 가지고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