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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ravel

2015 일본여행기 6편 - 쿠마모토성과 노면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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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여행 준비와 일본 도착 [링크]

2편 - 아이노지마로 가는 길 [링크]

3편 - 바다 고양이들이 뛰도는 냥냥섬 아이노지마 [링크]

4편 - 쿠마모토의 돈까스 전문점, 돈카츠 카츠레츠테이 [링크]

5편 - 쿠마몬 사냥은 대실패로 끝나고... [링크]

 

마모토시는 원래 성 밑 마을(城下町 죠카마치)입니다.

군사 요새이자 번국(番國)의 수도 역할을 했던 '성' 밑으로 주민들이 모여들어서 마을을 이룬 것이죠.

그 성이란 다름아닌 쿠마모토성(熊本城, 구마모토라고도 합니다만... 표준어로는 구마모토인 것 같지만... 쿠마모토라고 적겠습니다....).

이 쿠마모토 성은 전근대 조선과도 인연이 있는 곳이죠.

그리고 쿠마모토 시내에는 노면전차(트램)들이 지나다닙니다.

한국에서는 1969년을 마지막으로,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죠.

길 위의 레일을 따라 전기로 움직이는 조그만 전차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쿠마모토 노면전차 운임은 150엔. 하루 무제한 탈 수 있는 일일권은 500엔. 노선은 A, B 두 개로 심플합니다.

 

도로 위로 레일이 깔려있고 전기줄에 팔을 걸고 덜컹 덜컹 달리는 것이 운치가 있습니다.

 

이것은 피자헛 광고가 도색되어 있네요. 다니는 노면전차들이 다들 특색이 있습니다.

 

요건 또 무슨 가게 광고하느라고 노~랗네요. 유명한 도시락 가게라고 합니다.

 

최신식의 으리으리한 기종도 다닙니다.

 

디지털 전광판에 검은색 도장, 황금색 글씨로 으리으리한 기종도 있네요.

 

정말 오래된 차량들이 덜컹 덜컹 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낭만이지만 운전자들에게는 방해일지도...


노면전차가 애매한 것이 이렇게 도로의 2차선 정도를 혼자 점거하고 돌아다니는 녀석이라서, 자동차 통행을 크게 방해합니다. 한국에서는 없는 편이 낫죠 아무래도....

 

트램의 앞 뒤는 대칭구조로, 똑같이 생겼습니다. 앞 뒤를 구분하는 방법 : 기사가 앉아있으면 앞, 아무도 없으면 뒤.

 

구형 차량과 신형 차량이 섞여서 다니는데, 차량의 도색이나 종류가 서로 조금씩 달라서 그걸 보는 게 나름 재미있네요.

 

가끔은 트램이 교차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 위를 다니니까 트램도 신호등 다 지킵니다. 그래서 느려요...

 

내릴 때는 앞으로 기사 옆에 있는 문으로 내립니다. 요금은 내릴 때 현금으로. 일부 교통카드도 먹기는 하지만 현지인이 아니면 카드는 애매하죠. 내릴 때는 벨을 누르면 구형차는 띠링~ 하고 하차벨이 울립니다.

 

구형 차량이지만 개수를 해서 에어컨도 나오고 합니다. 내부는 비좁은 편...

 

신호등 지키면서 가기 때문에 지하철보다 효율이 떨어집니다만... 보기에 근사하니까 용서가 됩니다.

 

2015년 사진 맞습니다.

 

운전석은 이런 느낌? 디지털 장비는 운행 기록계 정도고 다 수동 기계식 조작입니다!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낭만...

 

어디어디 행이라는 열차 앞의 알림판도 손으로 빼고 넣고 합니다. 벨도 구식! 디지털 부저의 삐- 소리가 아니고 벨이 땡땡땡합니다.

 

요금은 거리 상관없이 150엔으로 저렴한 편. 느리고 노선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한번쯤 타볼 만 합니다. 운임 처리하는(동시에 환전 기계 역할도 합니다) 기계는 다행히 디지털.

 

2015년 사진 맞습니다 2.


마모토의 트램은 뭔가 낭만적입니다.

구형 차량과 신형 차량이 적당히 믹스되어 운행하는 가운데, 구형 차량은 운행이 아날로그 기계식 조작!

다만 한국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한국은 차량도 많은데다가, 트램은 운행시 소음이 심하고, 내부가 비좁아서 운송 효율도 높은 편은 아닙니다.

트램은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훨씬 싸게 먹히지만(땅 파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큰 도시에 괜히 지하철이 들어가는 게 아니죠.

이제 트램 구경도 대충 했으니, 쿠마모토성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쿠마모토성은 애초 일정에 넣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본식 성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였는데, 그래도 멀리서 얼핏 보이기는 하니까 한번 구경은 할까 싶어서 가보기로 했죠.

쿠마몬 사냥이 실패해서(5편 참조 [링크]), 시간이 남은 것도 있고...


슬슬 쿠마모토성으로 걸어가는데, 아니 웬 너구리가........;;; 만지는 부위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다는 표지판도 있구요;;;;

 

일본 민담의 너구리는 사람으로 변하는 요술을 부리는데, 그 방법이 저 늘어진 부랄....을 뒤집어써서.... 변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고환을 만지면 재운이 생긴다고 합니다...

 

아까 너구리는 좀 익살스러웠는데, 이 너구리는 뭐 완전 변태 같이 생겼네요! 기분나빠.... キモー! 일본어로 부랄을 金玉(킨타마)라고 하는데, 한국에는 금옥여고가 있죠. =ㅅ=

 

트램을 타고 쿠마모토성에 도착!

 

참 높이도 있습니다. 고지는 군사적 가치가 높아서 자연히 일본의 성들도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채가 마을을 내려다보는 형세가 됩니다.

 

성 주변으로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로로 아주 좋습니다. 다만 이 날은 얼마전 큰 바람이 몰아쳤는지 나무가지가 떨어진 곳이 많아 막아놓은 길들이 좀 있었네요.

 

나무들이 오래된데다, 지역이 습해서인지 풀옷을 입었습니다.

 

쿠마모토성에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이 성을 지은 가토 기요마사는 다름아닌 임진왜란 당시 왜군 지휘관. 임진왜란 말기에 고전한 경험이 있어서 성 곳곳에 이렇게 우물을 잔뜩 파놨습니다.


마모토성을 지은 것은 가토 기요마사.

다름아닌 임진왜란 당시 전근대 조선에 쳐들어온 왜국 장수였죠.

고니시와 함께 육상군의 선봉을 맡아서 쾌속진군, 왜군 입장에서는 다대한 전공을 세웠으며, 전근대 조선 입장에서는 천하의 쌍놈이 되는 양반이죠.

전쟁 말기에는 울산으로 후퇴하여, 울산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왜성(이렇게 왜군이 쌓은 성을 왜성이라 합니다. 아직까지도 유적이 남아있습니다)을 쌓고 조명연합군을 상대로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성을 튼튼하게 쌓은 건 좋았는데, 조명연합군이 사방을 포위하고 두들겨대는 통에, 성 안의 식수와 식량이 모자라서 오줌과 말피를 마시며 연명했다고 하죠.

이후 죽기 일보직전에 가까스로 왜군의 지원이 도착, 기사회생하여 일본으로 후퇴하면서... 울산 사람들을 마구 잡아갔습니다.

쿠마모토에는 그래서 '울산'이 지명으로 남아있고, 울산사람들의 후예가 지금도 생존해 있습니다.

 

진왜란 당시에 얻은 전훈을 되새겨, 가토는 쿠마모토 성을 난공불락을 목표로 짓습니다.

얼마나 잘 지었는지 지금도 일본 3대성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축성 과정에서 조선에서 식수부족으로 고생한 경험 때문에 성 안에 우물만 100개 넘게 파는가 하면....

다다미(일본식 방바닥 장판)를 짤 때도 비상식량으로 쓸 수 있게 고구마 줄기를 엮어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토 기요마사 본인도 항상 비상 식량과 비상금을 허리에 두르고 다녔다고 하는군요.

다만 이렇게 열심히 지은 성이지만, 가토는 이후 급사하고(권력다툼 과정에서 독살 당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 후손들은 약 50여년 만에 영지를 막부로부터 박탈 당했다고 합니다.

전근대에 지어진 이 난공불락의 쿠마모토성은 열심히 지은 보람(?)도 없이 한동안 평화롭다가, 한참 나중인 메이지 유신 직후에 있었던 내전인 세이난(西南)전쟁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메이지 유신에 반발한 사무라이 계급의 마지막 반란이었던 서남전쟁.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이 서남전쟁에서 모티브를 얻었죠.

물론 이미 총과 대포로 전쟁하던 시기라서, 영화처럼 반란군이 전쟁내내 사무라이 갑주 입고 창칼들고 돌격만 하진 않았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당시 가고시마 일대에서 사이고 다카모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란군이 쿠마모토 성에 주둔하고 있는 정부군을 맹공격 했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죠.

천수각을 비롯한 성의 목조 구조물 대부분이 이 시기에 홀라당 다 타버리고, 지금 있는 것은 나중에 복원한 것입니다.

세이난 전쟁 당시의 유물이 쿠마모토 성 한쪽에서 전시되고 있으니(무료) 역사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구경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토 기요마사의 신위를 모신 신사도 있습니다. 전근대 조선입장에선 전범을 모신 신사죠. 가토는 독실한 불교신자였으면서도 불국사를 태워버린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신사 안뜰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서 경치가 좋습니다.

 

입구에 있는 나무인데 영험한 나무 취급이라도 받는 것인지...

 

보니까 다 1엔 동전이네요...

 

일본 신사에는 입구에 손 씻는 곳이 있습니다. 마시는 물 아닙니다...

 

손씻는 방법이 써 있네요. 왼손 씻고 오른손 씻고 입을 닦아내고 뭐 블라블라...먹는 물은 아닙니다만 마시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신사의 앞에 있는 물은 일반적으로 손 닦는 물이고 마시는 물이 아닙니다.

 

마침 날씨도 더운차라 손을 씻어 봅니다.

 

저 뒤로 쿠마모토 성이 보입니다.

 

쿠마모토 성 전망의 명소, 라는 표지판이 있네요. 과연 쿠마모토 성이 한눈에 올려다보입니다.

 

해자의 엄청난 깊이가 대단하네요. 여기에 물 채우면 정말 건너가기 대단히 곤란했을듯.

 

쿠마모토 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정말 멀리까지 보이는군요.

 

가토신사 안쪽에는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아주 근사하게 생겼습니다.

 

가토신사는 가토 기요마사 이외에도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 사루타히코를 모시고 있습니다.

 

사루타히코는 일본 신화 속에서, 신들이 일본 땅에 내려올 때 길을 안내 했었다고 합니다.

 

가토 신사 안 뜰과 쿠마모토 성.

 

쿠마모토 성은 거의 직각에 가까운 깎아지는 듯한 경사가 굉장합니다. 서남전쟁 당시 사나운 강병으로 이름 높았던 사츠마 병사들이 좌절했던 게 이해가 되는군요.


천수각은 서남전쟁 당시 불타버려서 지금 있는 것은 복원한 것입니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성 안에 들어가서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가토 신사 안에서 바라 본 쿠마모토 성.

 

2차대전 당시, 만약 연합군이 일본 본토로 진공했다면 상당한 장애물이 되었을 것 같네요. 폭격으로 박살나더라도, 건축물의 폐허에 도사린 보병이 엄청난 위협이 된다는 것은 몬테카시노 전투를 비롯해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500엔 초등학생 이하 아동은 200엔입니다. 성내에는 여러가지 전시물이 있고 천수각에 오를 수 있다고는 하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들어가보지는 않았네요.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천수각을 보면 관광객들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낮 동안만 문을 열기 때문에, 성 안에 들어가 보려는 분들은 해 떠 있을 때 빨리 들어가야 합니다. 가끔 이벤트로 야간개장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쿠마모토성 홈페이지를 구글 검색으로 찾아보면, 한글도 지원합니다. 이벤트 일정 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근사하게 나왔네요. 사실 서남전쟁 때 홀라당 타 버린 것을 아직도 복원 중이라고 합니다. 쿠마모토 시 세금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더디다고...

 

성곽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비가 온 다음날이라서 그런지 길이 좀 미끄러웠습니다. 이끼도 껴 있는 걸 보니 연중 습한 날씨라서 비가 안 와도 미끄러운 듯...

 

쿠마모토 성 입장 게이트 오른쪽으로 좀 가면, 막 복원이 끝난 건물에서 서남전쟁 특별전이 상설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마모토 성은 사실 일정에 없이 방문한 곳이고, 시간도 아주 애매해서 성 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 주변으로 산책로가 아주 운치있고, 서남전쟁 특별전(무료)도 열리고 있어서 주마간산이긴 하지만 슥삭 보고 나왔습니다.

서남전쟁 특별전은 아무래도 일본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좀 시큰둥 할 수 밖에 없어서...

뭐 그냥 이런게 있구나~만 보고 나왔네요.

서남전쟁 당시 불타버린 쿠마마토 성의 기와 일부라든지, 당시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메이지 시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권할만 하겠습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플 시간이 되어서 밥 먹으러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7편 [링크]에서는 쿠마모토 돈코츠 라면의 원조, 코쿠테이라는 가게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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