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노지마(相島)에서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소나기.
바다 야옹이들과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섬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섬에서 나올 때는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파도가 많이 잔잔해져서 배가 거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신구도선장(新宮渡船場) 대합실 바로 앞에는 뜬금없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습니다. 손님도 많아요?! 반경 1Km 안에 음식점은 이거 하나...
페리에서 하선한 다음 대합실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려니 어느덧 커뮤니티 버스가 왔습니다. 배시간에 맞춰 운행하기 때문에 편리하네요.
커뮤니티 버스 운임은 거리 관계없이 균일 요금 100엔. 저렴해서 좋네요. 운임 내는 기계가 동전 바꿔주는 기계 역할도 하고 있어서 동전 없으면 차내에서 바꿀 수 있습니다.
아까는 JR 신구츄오(新宮中央)에서 신구토센바(新宮渡船場)까지 걸어갔지만, 이번에는 노선도를 참고하여 더 가까운 JR 훗코다이마에에끼(福工大前驛)에서 하차 했습니다.
신칸센으로 쿠마모토까지 갈 계획이었으므로, 일단 신칸센을 탈 수 있는 하카타로 가야합니다.
플랫폼에 진입하는 JR 모지코(門司港)행 열차. 비가 꽤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지붕 있는 곳만 이동하니까 비 맞을 일은 없어서 다행...
쾌속열차네요. 좀 더 빠르게(?) 생겼습니다. 빨간색이니까....
하카타역 미도리노마도구치(緑の窓口)에서 신칸센 지정석 예약. 다음 열차까지 시간이 많이 촉박했지만 발권 성공!
하카타에서 쿠마모토까지 약 95Km 정도. 한국으로 치면 서울-천안 정도 거리. 40분이 채 안 걸립니다. 승차권은 원래 개찰구 기계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가지고 나올 수 없지만, JR 패스용 승차권은 기계에서 인식이 안 되니 기념으로 가질 수 있어요.
탑승한 것은 N700 계열 사쿠라. 큐슈 신칸센에는 이것말고도 800 계열 열차도 다닙니다.
프리미엄 좌석 그린카는 JR 패스가 있어도 탈 수 엄쓰요... 돈을 더 내면 됩니다만 지정석으로도 충분합니다. 한 번 타보고 싶기는 하네요.
실내가 넓고 쾌적합니다. 좌석 간격도 충분하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KTX보다 좋은 점. 이렇게 전원이 좌석마다 마련되어 있다는 것! KTX는 비싼 특실에서만 제공하죠. 휴대폰 충전이나 노트북 사용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쿠마모토까지 가는 여정이 약 30여분 정도라서 뭐 그리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서도 기분상....
KTX는 무늬만 고속철인 구간이 많아 진정한 속도를 내지 못하지만, 신칸센은 빠른 속도가 줄곧 유지되어 스펙은 딸려도(최고속도는 큐슈 신칸센 260Km/H, KTX 산천 300Km/H) 목적지에는 더 빨리 도착합니다. 정숙하고 흔들림이 없는 건 덤.
어느덧 꾸벅 꾸벅 졸다가 쿠마모토 도착. 정말 눈 깜짝하니까 도착했네요... 시내 한복판 JR 쿠마모토(熊本)역에 떨궈줍니다.
나오자마자 쿠마몬들이............. 저 웃는다기 보다는, 상사에게 꾸중들으며 '저 새끼 잡아먹어 버릴까...' 중얼 거리는 듯한 표정은 언제봐도 교활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죠!
에키마치잇쵸메(역마을 일번지 えきマチ一丁目)라는 모자를 쓰고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야리는 거대 쿠마몬!
쿠마모토 역은 출구가 두개인데, 보통은 시라카와 방향의 동쪽 출구로 나가야 합니다. 반대쪽 출구는 아무것도 없어요.
쿠마모토 시내에는 한국에는 없는 노면전차(트램)이 기어 다닙니다. 한국에서는 1969년을 마지막으로 어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죠.
어스름이 내렸으니 트램을 타고 밥을 먹으러 갑니다.
운임은 어른 150엔, 일일권(하루 무제한) 500엔. 거리에 관계없이 균일 요금입니다. 내릴 때 현금으로 내면 됩니다. 쿠마모토 트램 노선은 A와 B 두 노선 뿐이어서 헷갈릴 염려가 적은 편입니다.
신구의 커뮤니티 버스와 비슷한 장치가 있습니다. 현금이나 교통카드로 운임을 지불 할 수 있고, 지폐나 500엔 동전을 잔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차량 앞 뒤로 두개가 있습니다.
트램 내부의 풍경...
번화한 쿠마모토 상점가로 이동하여 저녁밥을 먹을 장소인 돈카츠 카츠레츠테이로 이동합니다. 구글지도가 대활약!
쿠마모토역에서 트램으로 환승, 카라시마쵸(辛島町)에서 내립니다. 위 사진과 같은 방향으로 길을 건넙니다.
여기에도 쿠마몬이 지나는 사람들을 입맛을 다시며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빅브라더인가....
세븐일레븐 지나서 첫번째 골목 들어가면 머지 않아 돈카츠 카츠레츠테이(とんかつ 勝烈亭)라고 써있는 간판이 보입니다. 여기가 본점입니다. 이 가게는 2018년 타베로그 돈까스 100선에 선정 됐습니다.
에... 실수로 옆집에 들어갔습니다. 위 사진의 큰 간판 바로 밑에 있는 가게는 술집입니다;;; 종업원이 이런 경우가 많다는 듯 옆집으로 가라고 응대해 주시는군요. 뭔가 죄송해지는걸요....;;;
돈카츠 카츠레츠테이의 영업시간은 오전 11:30부터 오후 10시까지, 마지막 주문은 9:30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공휴일 없이 연중무휴. 일본도 자영업은 빡시게 굴러가네요 역시...
하루종일 발발발발 걷느라고 피곤합니다. 일단 가게의 영업시간을 고려해서 호텔 체크인은 좀 뒤로 미루고, 카츠레츠테이에 먼저 왔습니다.
테이블에는 뭔가 소스들이 잔뜩 올라가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소스만해도 벌써 여섯종류...
메뉴판은 물론 일본어지만 관광객인것 같으면 종업원이 친절하게도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 줍니다... 아무래도 관광객 티가 너무 난 모양 ㅠㅜ
이건 소스는 아니고 밑반찬 류인데요...
일본식 채소를 절인 밑반찬인 것 같은데요...
맛이 왜 중국집에서 나오는 쨔샤이... 그런 맛인데다가 영 지독해서... 찔끔 먹어보고 봉인.
잠깐 기다리면 깨 빻으라고 절구를 줍니다.
이것은 절인 채소류. 삼삼합니다.
깨를 두 스푼 정도 넣는 것이 정량이라고 합니다만 뭐 기호에 따라서 증감하면 되겠죠.
깨를 적당히 빻은 다음, 테이블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특제 화풍(わふう 와후)소스를 부어줍니다.
국자도 화풍이네여...
대충 소스는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돈까스에 딸려나오는 겨자를 풀어서 찍어먹으면 됩니다!
원조 양풍(ようふう 요후) 소스는 돈까스 위에 직접 뿌려 먹는 것이라 합니다.
드디어 로스까스가 나왔습니다.
일본까지 왔으니 글라스 생맥(나마비루) 한 잔도 주문!
미소 된장국이 한 그릇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죠. 한국 것보다는 맛이 더 진하고 짭니다.
카츠테츠레이에서 두번째로 맛난 것은 밥입니다. 윤기가 자르르... 찰기도 적당해서 밥이 정말 최고급!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높은 수준이네요.
야채에 부을 수 있는 소스는 두가지인데요, 단 맛이 도는 노랑소스....
단 맛 없는 거무죽죽한 소스.....
이 집에서 최고로 맛있는 건 이 로스까스입니다. 압도적인 두께와 기름기와 느끼함과 바삭함을 자랑합니다....!
이것은 히레까스입니다. 로스에 비하면 두께가 많이 얇고 기름기가 적습니다. 로스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히레보다는 로스까스를 권하고 싶네요.
바삭하게 튀겨진 빵가루와 압도적인 두께에서 오는 풍만한 식감... 물론 당연하게도 느끼합니다.
여기에서 구원투수가 등판합니다. 갈아낸 무 종지가 하나 나오는데요... 병에 담긴 소스를 살짝 뿌려 한 입 머금으면 놀랍게도 입안에서 느끼함이 싹 사라지는 괴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 집에서 니뽕 쨔사이 다음으로 맛이 없는 게 맥주네요. 돈까스만큼의 맛은 아니라서 실망....
물론 가격이 좀 쎈 편입니다. 뭐 한국에서도 좀 잘 나오는 집 가면 이 정도는 나오겠지만... 로스까스 1,800엔 히레까스 1,380엔, 생맥주 두 잔에 1,040엔 여기에 소비세 8% 붙어서 총액 4,557엔! #으힠
으으으으.... 비싸긴 하지만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이 가게에서 제일 맛 없는 것이 기린 생맥주였네요.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가게입니다.
사실 쿠마모토에 온 이유는 흉악한 몬스터 쿠마몬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돈까스 맛나게 먹고 다음날 쿠마몬을 사냥하러 떠났는데요....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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