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기 1편 - 여행준비와 일본 도착 [링크]
일본여행기 2편 - 아이노지마로 가는 법 [링크]
일본에는 고양이들이 우글우글하는 섬들이 꽤 있습니다.
고양이섬이라고 하고, 방송 등에서 유명해져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합니다.
저는 제멋대로 냥냥섬이라고 부릅니다.
일본 전역에 있어서 개중에 몇몇 섬들은 고양이 보려고 오는 사람들로 만원이라고 합니다.
하나 같이 사람보다 고양이들이 더 많이 사는 섬들입니다.
일본의 냥냥섬들을 정리해 놓은 웹사이트 [링크]도 있습니다.
일본어 페이지이긴 하지만 구글 번역 등을 이용하면 쉽게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교통편에서 특징, 동영상, 사진 등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입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고양이들이 잘 지내는 이유에 대해서 혹자는, 일본은 예로부터 선창의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것이 문화적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말 되네요.
이번에 갔다 온 아이노지마(相島)도 그런 냥냥섬 들 중 하나입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굳이 후쿠오카로 입국 공항을 잡은 것은 바로 아이노지마에 가기 위해서였지요.
후쿠오카에서의 일정은 냥냥섬 딱 하나고, 다음 목적지 쿠마모토 까지는 신칸센으로 30~40분이면 가기 때문에(후쿠오카에서 쿠마모토까지는 꽤 먼거리이지만 신칸센을 타면 금방 갑니다. KTX보다 정확하고 빠르고.... 비싸죠) 이동시간에 대한 부담도 별로 없고요.
드디어 아이노지마로 가는 페리에 승선(2편 참조)!
한 20여 분 정도 걸립니다.
갈 때는 파도가 높아 배가 좀 흔들리더군요.
파도를 뚫고 도착한 아이노지마...
아이노지마(相島) 도착! 적을 때는 相島인데, 읽을 때는 아이노지마라고 합니다.
섬에 내리자마자, 선착장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 밑에 야옹이 하나가 낮잠을 즐기는 걸 발견... 사람들이 내려서 부산하니까 부스스스 깨서 치어다봅니다.
그 옆에서는 까망이 하나가 뭔 냄새를 킁킁 맡고 있고... 정말 섬에 내리자마자 고양이들 천지네요...
가쯔오부시를 좀 뿌려주니 자전거 밑에서 자던 녀석도 달려나와서 에옹에옹 합니다.
2편에서도 잠깐 썼지만, 이 섬에는 조선통신사 객관이 있던 곳. 전근대 조선과도 인연이 있는 섬.
조용한 어촌 마을입니다. 학교도 하나 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
전통 일본식 목조건물도 보입니다. 숲 뒤로는 섬 뒷편인데, 아무것도 없다고...
대충 항구주변에서 마을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왠 고양이 하나가 멀리서 우릴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왜에에에에엥 왱알 앵알 합니다.....
이거 순 깡패네.... 먹을 거 내놓으라는 얘기겠죠.
무서운 협박에 굴복하여 가쯔오부시를 바치기로 합니다.
냠냠냠냠
섬의 어느 민가에서 고양이가 뾸뾸 나와서 우리 앞에서 앉더군요. 집에서 기르는 친구인가봐요.
알고보니 아까 배에서 내릴 때 표 걷던 아주머니네 집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주머니가 야옹이를 쫓아나와서 눈병약을 넣으려고 시도합니다!
칸벤시테구다사이요오~
으기야아아아아아앜 흐갸악 끼야아아앙아앜 ... 아니 실제로 소리는 지르지 않았어요. 무척 착한 아이라서 발톱도 안 세우고 소리도 안 지르고 버둥거리기만 ㅡ,.ㅡ
안아도 보고 잡아도 보고.... 하지만 저항이 너무 완강하여 결국 안약을 넣는데에는 실패 했습니다.
오늘의 승리자
그리 큰 섬은 아닌데 보육원, 우체국, 마을회관, 술집, 신사 뭐 있을 건 다 있네요.
길 가다가 까만 녀석이 하나 있길레 가쯔오부시를 진상 하였습니다.
"훗, 제법이군. 오늘은 이걸로 봐주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맛난 걸 가져오도록 해라"
...이 섬에 사는 고양이들은 죄다 깡패들입니다. 강도에요 강도. 이 녀석도 우릴 슥 보더니...
총총총 와서는 먹을 걸 대령하라고 막 으름장을 놓습니다......
네네 드시와요....
해변 따라서 고양이들이 계속 보이네요.
조선통신사 관련한 유적들은 지금 남아있는 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옛 터라서 사실 별로 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바다바람에 삭아버린 자전거.
야옹이 한 쌍이 갑자기 서로 대화를 합니다. 에에에에엥 앵앵 아으아아에에엥
뭐라고 하는 건지 무슨 의미인지... 인간으로선 알 수가 없죠. 싸우는 건 아닌 거 같네요.
서로 아르르르릉 하더니 이내 잠잠해 집니다.
일단 섬의 다른 곳을 둘러보러 이동하기로 합니다.
아이노지마에는 고양이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맹금류 들도 여럿 있는데 무지하게 큽니다.
생긴걸로 봐선 솔개가 아닐까 싶은데, 고양이들이 솔개 소리에 겁을 내지는 않는걸로 봐선 공존하는 관계 인 것 같네요.
고양이들이 이쁘게 찍어달라고 하는 것 같네요.
아까 도선장에서 봤던 커플은 아예 고양이 사료를 한 봉 들고 와서 고양이들을 낚고 있었습니다.
바글 바글 모여서 사료를 정신없이 주워먹는 야옹이들.
건강한 애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피부병에 걸렸는지 상태가 안 좋은 녀석도...
냥냥섬이니 뭐니 하지만 일단은 길고양이라 꼬질꼬질합니다. 가엾어라...
일본은 노령화가 꽤 진행되어서 노인인구가 어딜가나 많습니다. 섬에 보육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놀이터는 이렇게 방치되어 잡초만 무성하네요.
섬 곳곳에서는 유적지가 있었다는 표시만 남아있고 유적은 별로 없어서... 역사 공부차 들르기에 별 매력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이 섬까지 쿠마몬의 마수가....
마을 주택가에서 발견한 새끼 야옹이. 아이구 왜이리 쾡해보이는지 ㅠㅜ 어느 정도 자란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새끼들은 숨기 바쁩니다.
어딜가나 드러누운 야옹이들 천지.
가쯔오부시를 주면 먹는 녀석도 있고 안 먹는 녀석도 있고. 식성도 제각각.
숨은 고양이 찾기. 고양이털이 보호색이 될 수 있다는 걸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렵죠.
얼룩덜룩한 야옹이들이 바위 틈에 앉아있으니 눈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더군요.
조선통신사객관터는 말 그대로 터만 있고 남아있는 건 이렇게 팻말 뿐이라... 딱히 볼 건 없습니다.
마을 안에서 만난 까만 고양이들.
가쯔오부시를 줬는데, 뭔가 성에 안 차는지 다른 걸 달라고 막 보채면서 쫓아오더군요........ 가진 게 이것 뿐입니다. 살려주세요......
암튼 쭉 쫓아와서 어느새 바닷가까지 나와버렸습니다.
간혹 집에서 기르는 녀석들인지 목걸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바닷가 주변에서 관광객들을 털어먹는 녀석들은 경계심이 없고 털털한 편입니다. 마을 안 쪽으로는 덜 용감한(?) 야옹이들이 사는 듯 해요.
사람을 협박(?)하는 야옹이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아요.
가쓰오부시를 잔뜩 줬습니다.
슬슬 배시간이 되어서 페리가 도착했습니다. 배는 하루에 다섯번, 약 두시간 단위로 낮 동안만 운항합니다.
점심 즈음부터 불길했던 먹구름이 갑자기 비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일단 아이노지마 대합소에서 신구로 가는 표를 구입합니다. 마찬가지로 내릴 때 표를 내면 됩니다.
갑자기 비가 와서 야옹이들도 처마 밑으로 숨고...
비가 언제 그칠지도 알 수 없고, 비 피할 곳도 마땅치 않은 관계로 일단 아이노지마에서 철수 하기로 결정. 선착장에는 신구마치와 아이노지마 합병 60주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네요.
내리는 비를 뒤로 하고 신구항으로... 가는 뱃길은 파도가 거의 없어서 배가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갑자기 만난 비 때문에 좀 더 있고 싶었는데, 일찍 철수하게 되어 아쉽게 되었네요.
야옹이들이 적당히 많아서 재미있고, 전근대 조선과도 인연이 있는 섬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나면 한 번 다시 찾아볼 생각입니다.
다음 4편은 쿠마모토의 돈까스 전문점 돈카츠 카츠레츠테이 [링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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