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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Game

Serious Sam 4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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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인 First Encounter가 20년 전(2001년)에 나왔으니, 나름 유서 깊은 프렌차이즈라 할 수 있는 시리어스 샘의 신작이 지난 2020년에 발매 됐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부제로 "Planet Badass"가 붙어있었지만, 다른 언어로 번역 할 때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Serious Sam 4"를 최종 타이틀로 결정 했다고 합니다.


시리어스 샘은 AAA급 타이틀은 아니었고, 소규모 제작사에서 만든 게임이다보니 품질보다는 개성으로 어필하는 타입이었습니다.
누가봐도 듀크 뉴캠과 굉장히 닮은 소위 "Badass" 스타일의 주인공 "샘"이 끝도 없이 쳐들어오는 외계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FPS입니다.
듀크 뉴캠 제작사는 망해버렸기 때문에(지재권은 기어박스가 인수 하였습니다)... 진퉁인 뉴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이제 그 짝퉁인 샘만 남았다는 게 재미있네요.
특유의 개그와 정신 나간 디자인의 외계인 등이 어우러져 나름 팬덤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B급도 아닌 C, 아니 F급 센스.
제 취향은 아니라서 별 관심 없던 시리즈였는데, Xbox Game Pass에 올라와 있어서 한 번 플레이 해 봤습니다.


이 쪽이 듀크 뉴캠...

 

이 쪽이 시리어스 샘, 시리즈 최초 타이틀인 "퍼스트 인카운터"입니다. 듀크 뉴캠이 옷만 갈아입고 나온거 아닐까 싶을 지경입니다.


요즘에야 언리얼이나 유니티 등의 게임 엔진을 저렴한 가격에 라이센싱 할 수 있는 시대지만, 2000년대 초기에는 꽤 비쌌기 때문에, 제작사 크로팀(크로아티아 국적이라서 이름도 크로팀입니다)은 독자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둠 같은 스타일이었다는대, 엔진을 개발하는 도중에 듀크 뉴캠(1996, 상하 조준이 안 되는 둠과 달리 마우스 free look을 구현)과 퀘이크(1996, 둠이 이루지 못했던 실시간 FULL 3D 랜더링을 실현)를 접하고, 이대로 만들면 경쟁이 어렵겠다고 느꼈는지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하여 완성한 것이 "시리어스 샘 퍼스트 인카운터"입니다.
이 시리즈 특유의 넓은 맵에서 떼거지로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는 전통은 엔진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인 거죠.


주인공 샘은 서양에서 인기 있다는 Badass 스타일... 이라고는 하는데, 듀크 뉴캠과 좀 심하게 닮았습니다.
Badass는 폭주족이나 레드넥, 트레일러 폐인 등과는 또 다른 뉘앙스를 지니고 있기는 한데...
그게 뭐 딱히 대단한 것도 아니고 건달 내지는 양아치 정도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양아치 건달 샘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괴이하게 생긴 외계인들과 싸운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DOOM 같은 복잡한 미로 대신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대량의 적들을 상대하는 플레이 스타일입니다.
시리어스 샘 4에서는 아군 NPC들이 늘어나고 약간의 네러티브가 더 붙어있으며, NPC들과 주절 주절 떠드는 샘의 입담을 감상 할 수 있는 재미...라면 재미가 있습니다.


1편 일러스트에서는 "난닝구"만 입고 있었는데 이제 제대로 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군요.

 

NPC들이 등장해서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같이 싸워주기도 하고, 나름의 스토리도 있고 그렇습니다. 주인공 샘의 디자인은 좋게 말하자면 수수하고, NPC들의 디자인도... 아주 밋밋-무성의합니다.

 

제작사 자체 엔진인 "Serious Engine 4"를 사용 했다고 합니다. 광원효과나 텍스처 등은 제법 볼만합니다.

 

플레이어 모델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데 어차피 시점이 1인칭이라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시리어스 샘 시리즈의 마스코트인... 왜 그 우어아아아아아 소리 지르는 머리 없는 자살 폭탄 몬스터 이름이 "Beheaded Kamikaze"라는 건 처음 알았군요. 머리도 없는데 소리는 어디서 나는걸까요.

 

게임을 끝내려고 하면 ARE YOU SERIOUS? 라고 물어봅니다... 요런 말장난이 곳곳에 들어가 있습니다.


주인공 샘은 무뚝뚝한 것 같지만, 제법 말빨이 있어서 NPC들과 여러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허섭한 농담이 대부분이고, 피식 피식 웃게되는 부분들도 꽤 있습니다.
다만 이런 대화를 제대로 이해 하려면 영어 듣기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뭐 어려운 단어를 쓰거나 그러진 않고 미드에서 흔히 나오는 무난한 단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어 말장난을 치는 부분이 많아서 영어를 모르면 개그가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한글 자막도 지원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한글로 게임을 하지 않아서 번역이 얼마나 엉망인지는 알아보지 못했네요.
요즘 게임들은 기계 번역기 돌린 수준의 자막을 제공하면서 "로컬라이징" 했다고 우기는 경우가 태반이라 한글로 게임 하면 너무 짜증이 나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어요.


FPS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일단 평균 이상은 됩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적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에임과 무빙이 중요하고, 상대하는 적에 따라 무기를 바꿔 들어야 합니다.
맵이 단순한 편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 정도는 알 수 있는 길찾기 기능도 있어서 길치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레벨 디자인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맵 구석 구석에 비밀 보급품이 숨겨져 있고 수집요소인 라디오도 떨어져 있어서 원한다면 맵을 이리저리 뒤져가며 플레이 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답지 않게 고전 FPS의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단조로운 맵과, 맵을 뒤져서 얻을 수 있는 보급품(탄약이나 아머, HP 정도...)이 큰 도움은 되지 못하는 정말 고전 게임스러운 디자인 등의 이유로 금방 질리게 됩니다.
서바이벌 모드와 Co-op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어서 친구와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게임을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네요.
예전부터 시리어스 샘의 팬이라면야 모를까... 이런 게임도 있다는 교양 목적으로 플레이 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남들에게 두루 권하기는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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