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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m/Misogynic Archive

Misogyny, "여성혐오"에 대한 시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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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gyny(미소지니)는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고, 차별 및 대상화 하는 모든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치즈코)라는 책에서 여성혐오라는 낱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성혐오"가 misogyny의 역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혐오라고 해서 "hate"만을 일컫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에 대한 과도한 찬양, 성적대상화, 여성성이 상품으로 유통되는 현실 등 남자는 당하지 않는 여성들만이 당하는 부조리와 차별등을 모두 통틀어 여성혐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성혐오라는 낱말에 대해서 간혹 딴지를 거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여성혐오가 misogyny라는 원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책광고 아니냐,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여성혐오냐, 뭐 기타 등등 빻은 소리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글쎄요...

misogyny를 여성혐오가 아닌, 뭔가 그럴싸하고 누구나 한번에 느낌이 빡 오는 멋진 낱말로 바꾸면, 과연 수컷들이 "아하~"하면서 단번에 이해할까요?

절대 아닐 겁니다.



스플레인이라는 낱말이 있죠.

심지어는 여성이 더 전문가이거나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도, 남자들이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현상을 꼬집는 말입니다.

심지어는 생리나 자궁에 대해서 가르치려 드는 남자들도 있죠...

레베카 솔릿이 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책에서, 이런 남자들의 우월의식을 꼬집으며 맨스플레인을 통렬히 비판합니다.

맨스플레인 정도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죠.

남자를 뜻하는 맨 + 설명한다는 뜻의 익스플레인이 합쳐졌습니다.

그런데 주책없이 여자를 가르치려고 드는 남자들은, 이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의 뜻이 명확함에도, 자기들 맘대로 곡해했습니다.

"맨스플레인을 맨스플레인하는" 웃기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졌죠.

최근 벌어진 블라지드 게임 오버워치의 게구리 선수 사건[링크]이 딱 이겁니다.

맨스플레인과 여성혐오의 전형이었죠.


"페미니즘은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나이도 좀 더 먹고 그랬으니까 내가 설명해줄게~"


맨스플레인이라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개념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맨스플레인에 다시 맨스플레인하는" 광경.

일단 수컷들의 지능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는 하는 것인지... 좀 의심스럽고요.

아무리 쉬운 말로 조곤조곤 설명해줘도, "여자와, 그 여자가 하는 말"은 무시하고 깔아뭉개려고 합니다.

미소지니를 옮겨온 여성혐오라는 낱말에 시비 터는 수컷들이 바로 그런 부류죠.

중요한 건 여성혐오라는 낱말 그 자체라기 보다는, 그 낱말이 나온 맥락과, 그 맥락을 고찰하고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여성혐오는 혐오라는 단어가 오해를 살 수 있다~" 같은 빻은 소리나 늘어 놓으면서 맨스플레인을 하는 수컷들이... 엄청 많죠.

이렇게 낱말 하나를 옮겨오는 과정에서도 성차별에서 기인한 숱한 잡음이 낍니다.

달을 보려고 하지 않고 오직 손가락이 못생겼다면서 맥락을 읽으려 들지 않죠.


무슨 멋진 말로 misogyny를 한글로 옮겨온들, 수컷들은 여전히 비아냥 거리고 품평이나 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것이 맨스플레인이며 여성혐오이자 misogyny라는 걸 말해줘도, 절대 이해 못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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