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eminism/Misogynic Archive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728x90

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즉 외국에서는 멀쩡하던 것이 한국에 들어오면 왜인지 모르게 K-ristic 하게 변모하는 현상은 다들 익히 경험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자막 유교패치(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아도 여성은 남자에게 무조건 존대를 한다든지, 서로 반말하던 남녀가 동침하면 여자만 존대를 한다든지...) 등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죠.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서 기록차 글을 하나 적어 봅니다.

 

한국은 여성혐오(misogyny)가 특히 강한 나라입니다.

통계를 봐도, 산업화된 세속주의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 일본과 함께 이슬람 정교일치 국가 바로 위에 위에 위치하는 수준입니다.

여성혐오가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데, 심지어는 여성이 주요한 고객인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지컬은 특히 여성관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뮤지컬 '모차르트' 제작사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이수'를 캐스팅합니다.

많은 이들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지만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뮤지컬 팬들이 원작자에게 연락을 하고, 예매 보이콧 등 실력행사를 통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자 결국 이수가 하차 하게 됩니다.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유상무.

여성비하와 막말을 일삼고 있는 옹달샘(장동민, 유세윤)의 일원이기도 하죠.

이전에도 여성비하를 개그랍시고 생각없이 남발해서 뭇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던 자입니다.

그런데 유명 화장품 브랜드 'MAC'이 유상무를 기용해서 광고를 찍었습니다.

게다가 광고 내용도, 유상무가 여성을 가르치는 소위 "오빠가 알려줄게" 즉 맨스플레인을 하는 내용이었죠.

여성들의 항의가 한참을 이어지고 난 다음에서야 해당 광고 캠페인은 중지되었습니다.

 

SK-II의 글로벌 광고 캠페인, 한국만 "여성혐오"

심지어 화장품 업계에서까지 여성혐오가 판을 치는 와중에... SK-II가 진행하는 글로벌 광고 캠페인 중 한국만 시쳇말로 "빻은" 내용이 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SK-II의 중국어 광고 동영상을 하나 감상해 보시죠.



동영상 하단의 CC(Closed Caption) 버튼을 누르고, 톱니바퀴를 눌러 한국어를 선택하면 한국어 자막도 나옵니다.

중국은 동아시아 3개국 중, 여성이 가장 잘 대접받는 나라입니다.

마오쩌둥(모택동)이 "여성은 능히 천하의 절반을 담당할 수 있다(婦女能頂半邊天)"는 말을 남기기도 했고, 문화혁명 당시 "모든 권위에 반대한다"는 문화혁명의 기치에 맞게 '남성의 권위'도 꽤 파괴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뛰어봤자 벼룩이라고 결국은 유교문화권이라서...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부당한 사회적 압력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효'라는 문화적 압박이 있고, 중국의 "결혼시장"은 그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어 결혼을 거부하는 당찬 여성들의 인터뷰와, 그들을 응원하는 부모들을 보여주며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마지막으로 "Don't let pressure dictate your future"라는 멋진 문구로 SK-II의 광고 동영상은 끝을 맺습니다.

동영상 어디에도 '피부'에 대한 내용이나 심지어 SK-II 화장품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Don't let pressure dictate your future. #changedestiny

 

음은 일본의 캠페인입니다.


"장래에는, 평범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평범한 게 좋은거야, 라고 누군가가 말해줬어요."


"아이돌이 되고 싶지만, 예쁘지도 않고 노래도 못 불러서, 그냥 꿈만 꿀거에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데, 반에서 가장 발이 느려서 무리에요."


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꿈을 포기합니다.

꿈을 다시 찾아주자는 주제의 광고 캠페인으로, 화장품 이야기나 피부에 대한 내용, 역시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여자 아이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다분히 페미니즘이 높은 농도로 섞여 있습니다(물론, 페미니즘은 성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남성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 이런 훌륭한 캠페인이 한국으로 오면 이렇게 탈바꿈합니다.


...건물주?


일본 캠페인 문구를 그냥 고스란히 따 와도 별 문제가 없었을텐데...

훌륭하게 탱자가 됐습니다.

건물주라니...

현재는 저 건물주 사진은 SK-II 페이스북에서 삭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 P&G는 #ChangeDestiny 라는 광고 캠페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요. 

한 술 더 떠서, "피부 운명"이라는 소리나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지적했듯 해외의 #ChangeDestiny 캠페인의 어느 부분에서도 피부니 외모니 심지어 SK-II 화장품 이야기는 한 방울도 안 나옵니다만...


아깝다... 너무 아깝다... #ChangeDestiny 해시태그가 광광 우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누가 Hell朝鮮 아니랄까봐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물 건너오면 이 모양이니...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압박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라는 이야기가 한국에 건너와서 "피부 운명을 바꾸세요~"가 됐습니다.

...뭐하자는 짓인지 참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기껏 #ChangeDestiny 만들어 놨더니 피부 운명 운운하는 한국P&G.

이거 일본 SK-II 본사에서는 알고는 있을까 모르겠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