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수적인 동네의 할배들이나 할 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진짜'로 페미니스트일까? 저는 여성을 위해 싸운다는 그들이 여성에게 2차가해를 했다는 사실보다 논리적으로는 그점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분들, 페미니스트 맞나요?
— jungkwon chin (@unheim) July 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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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주체는 당연히 여성입니다.
가끔 "진정한" 페미니즘을 목 놓아 우짖는 생물학적(혹은 정신적) 수컷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 진중권 교수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 같고요.
가만 보면 말이지요,
페미니즘에 적극적으로 연대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들이 훨씬 더 유리한 현재 시스템에서 잘 먹고 잘 살았고(잘 살 예정이고),
이 시스템에 딱히 큰 문제 의식도 없는 분들이 "진짜" 페미니즘을 갈구 하곤 합니다.
이건 물론, 진짜 페미니즘을 원한다기보다는,
어떤 페미니스트 여성들을 앞에 두고 그들을 비난하기 위해 하는 소리죠.
진짜 페미니즘이 있다면, 그렇죠, 가짜도 있겠죠.
너넨 가짜란 소리가 하고 싶은거겠습니다.
좀 더 풀어 써보면,
"너네 하는 꼬라지가 내 맘에 영 안 들어! 촌스러운데다 너무 불편하단 말이지! 이런 가짜 페미니스들! 내 눈 앞에서 썩 꺼져!"
이런 소리가 하고 싶은 거겠죠.
진짜 페미니스트?
미국에서 태어나면 다 미국인입니다.
심지어는 부모가 외국인이어도 미국 영토 안에서 애를 낳으면 일단 살 권리는 나오죠.
...진짜 미국인? 진짜 페미니스트? 진짜 인간? 오 세상에, 이 세상이 과연 '리얼월드' 맞을까요?
알약 먹고 깨어나면 딴 세상이고 이런 건 아니겠죠?
페미니스트 공인 인증회사라도 차려서 진정한 페미니스트 자격증 1급이라도 발급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심사관은 진중권 같은 "훌륭한" 남자들이고 말이죠?
물론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이론적 기반이나 실천적 방법론에 대한 공부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내가 억압받는 여성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만 있다면 페미니즘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 합니다.
방법이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할지언정,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사를 당했을 때 큰소리로 NO를 외치는 바로 그 순간,
페미니스트는 탄생합니다.
당연히 큰 소리로 외치는 그 순간은,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남들이 불편하겠죠.
그러라고 있는 게 페미니즘입니다...
남자들이 허락한 소위 "진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아니고 현재 시스템의 하부구조죠.
그 "진짜"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그거에요.
무한동력.
그건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고, 앞으로 있지도 않을 겁니다.
진짜 페미니즘 내놓으라는 남자들의 머리 속에만 존재할 뿐이죠.
알고 계셨나요? 여성들은 당신의 허락 없이도 존재 할 수 있답니다! 참으로 놀랍네요! - Mad max 스틸 컷. / Copyright Warner Bros, 2015.
남자들이 외치는 저 진짜 페미니즘이란 말을 보면서 웃기다기 보다는 늘 섬뜩합니다.
질서는 지금까지 남자들이 만들었죠.
규정은 남자들이 했습니다.
내가 인정할만한, 내 맘에 드는 페미니즘을 내와라.
니것은 가짜다.
이런 식으로 놀면 상 엎어버리겠다...
남자들의 권력, 그것이 예의 없고 사려 없는 최악의 형태로 분출되는 순간입니다.
페미니즘의 주체는 여성이고, 당연히도,
남성들에게 진짜라고 인정받기 위해 존재 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페미니즘이나 진정한 페미니즘을 주워 섬기는 분들은 단언컨대,
여권운동의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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