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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hotography

미공군 U-2 정찰기에 달려있던 필름 카메라 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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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는 미합중국 공군에서 운용하는 고고도 정찰기입니다.
일반 항공기가 닿기 어려운 매우 높은 고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적지를 정찰 할 수 있습니다(물론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라서 [격추된 적]도 있습니다).
아주 높은 고도(20,000m 가량, 공군의 주력인 KF-16은 16,000m 정도)에서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지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U-2라는 기종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U-2를 46년째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북한과 중국에 대한 정찰 임무를 맡고 있으며, 오산 기지 U-2가 획득한 일부 정보는 국군과도 공유(돈 주고 사오는 것에 가깝습니다)됩니다.



지난 2000년 그러니까 2년 전,
[오산 미 공군기지 페이스 북 계정]은 U-2 부대가 한국에서 44년을 맞았다며 귀중한 사진 자료를 공유 했습니다.
사실 대단히 오래되고 알려질 대로 알려진 기종이긴 하지만, 이렇게 가깝게 촬영한 사진은 일반인이 구경하기 어렵죠.
고고도를 비행하기 때문에 우주 방사선을 막기 위해 특수하게 설계된 주황색 파일럿 슈트와 헬멧을 착용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전투기 조종사들이 입는 G-suit보다는 우주복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 와중에 고양이 사진도 끼워넣는 센스...

지구 성층권까지 올라가서 적지를 촬영하는 이 U-2는 놀랍게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 했습니다.
민간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필름 카메라로 21세기까지도 전략 정찰 비행을 해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드디어, U-2에 달려있던 [필름 카메라가 퇴역] 하게 됐다고 합니다.


필름 카메라를 장착한 상태에서의 마지막 정찰 임무. 9 정찰 비행단(한국 오산에 있는 것은 5 정찰 비행단). // USAF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고수 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군대라는 조직 특유의 보수성, 그리고 아무래도 예산 문제가 제일 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지상최강의 전투기라는 F-22 랩터를 만들어 놓고도, 국방예산이 쪼그라들어서 원하는 만큼 구매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U-2 같은 구닥다리 기종에 달려있는 카메라 교체 같은 곳에 투입할 예산을 따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군용 장비들은 그냥 시중에서 파는 민간 카메라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온갖 까다로운 요구조건이 많아 개발비가 높아집니다.
U-2에는 일반 판형과는 다른 특수한 전용 판형 필름과 특수 렌즈(물론 군사기밀로 취급되는)가 들어갑니다.
스파이 위성이라고 부르던 감시 인공 위성용 광학장비와 동급의 물건이었습니다.
때문에 어지간한 디지털 센서에서 얻어지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정보값이 높습니다.
디지털 못지않게 매우 세밀한 고화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교체할 필요가 적었을 것입니다.
또한 필름은 실물이 남기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보다 관리나 보안에서 더욱 안전하다는 무시 할 수 없는 장점도 있습니다.
원본 필름만 잘 보관하면 디지털보다 수명이 더 길고, 해킹이나 몰래 반출하는 등의 보안사고 우려가 없으니까요.


오산 기지에서 기술자들이 U-2에 카메라를 적재하는 모습. // USAF photo by Senior Master Sergeant Paul Holcomb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글로벌 호크 같은 더욱 발달한 체계가 개발되면서 U-2의 입지도 많이 줄었습니다.
글로벌 호크는 파일럿이 필요없는 무인기라서 운용이 훨씬 간편합니다.
U-2는 고고도 비행을 하기 때문에 일반 항공기와는 다른 [특수한 비행복을 입는 것은 물론, 조종도 어려워서] 파일럿 육성에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U-2가 비행하는 고도는 기압이 낮기 때문에, 수트를 벗게 되면 몸 속의 액체가 끓어올라 바로 사망하게 됩니다.
미사일과 항공기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고도 비행이라고 해서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않고요
(실제로 오산기지에서 이륙하는 U-2는 예전처럼 국경을 넘어간다든지 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글로벌 호크에서 얻어지는 이미지가 다소 해상도가 낮을지라도, "가성비"가 몹시 밀리기 때문에 U-2를 계속 운용 할 명분이 적습니다.
미군도 한국군이 이미 글로벌 호크를 도입해서 운용중이기 때문에, U-2를 철수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운용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필름 카메라를 퇴출 하기로 한 것도, 이제는 그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겠지요.

글로벌 호크에 이은 글로벌 옵저버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U-2는 아마도 곧 퇴역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고고도 비행 능력과 U-2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필름 카메라라는 "눈"을 빼버렸다는 것에서 보듯 누가봐도 뻔한 이야기지요.
필름 사진 애호가로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필름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상념이 밀려오는 뉴스이기도 합니다.
필름은 이제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지고 새로운 카메라가 생산되지도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류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수준의 파멸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는 이상에야 다시 부활 할 일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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