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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Global

역사는 돌고 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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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bo 3, 1988년.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람보 3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런 자막이 나옵니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the brave mujahideen fighters of Afghanistan"


"이 영화를 아프가니스탄의 용감한 무자헤딘 전사들에게 바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넓은 국토 대부분은 초목 하나 없는 산악지대입니다.
그리고 이 넓은 지역에 다양한 민족들이 듬성 듬성 살다보니, "국가"라는 공동체 의식이 거의 없는 곳입니다.
물론 인간은 두 명 이상이 모이면 서열을 정하려 으르렁 대기 마련이므로...
이 산밖에 없는 곳에서도 정부를 세우고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이들이 있었죠.
하지만 2차 대전 후 여느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몇 차례의 쿠테타가 일어났습니다.
종국에는 소련에서 유학 한 군인들을 중심으로 한 친소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섭니다.
하지만 이 자생적 친 소련 정권이 정작 소련의 마음에는 안 들었는지, 소련은 소규모 특수부대를 보내 하피줄라 아민 대통령을 제거(...말 그대로 죽였습니다)하고 새로운 괴뢰 정권을 세웁니다.


민족도 다르고,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이라는 인식도 희박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뜬금없는 공산주의 정권 수립도 모자라, 소련의 내정 간섭까지.
이에 견디다 못한 아프가니스탄 무슬림들은 괴뢰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기로 합니다.
무슬림 반란군들은 스스로를 "무자헤딘"이라고 칭하게 되었습니다.


적의 적은 친구, 라는 말이 있죠. 공동의 적 쏘비에트를 무찌르기 위해 무자헤딘과 친구 먹은 람보.

 

다치기도 하고 좀 얻어맞기도  하지만... 무자헤딘 친구들의 도움으로 소련군을 박살 냅니다.


무자헤딘의 "반란"을 진압하고자, 1979년, 소련은 이번에는 소규모 특수부대가 아닌 대규모 정규군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합니다.
장장 1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소련 전쟁의 시작이었죠.
영화 람보 3는, 주인공 존 람보가 무자헤딘 전사들을 도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과 맞서 싸우는 내용입니다.
소련군을 상대로 분투하는 람보는 허구입니다.
미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접' 싸우지는 않았죠.
하지만 미국은 소련을 엿먹이기 위해... 무자헤딘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퍼붓습니다.
여기에 이슬람 "형제"국의 일에는 발 벗고 나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돈을 댔죠.
인접국인 파키스탄(파키스탄의 국명은... 무려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입니다)도 여기에 합세했습니다.
소련을 엿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이 그린 큰 그림에(미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유도 했다는 것은 지금에 와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머니를 대고, 인접국 파키스탄은 인력 시장 노릇을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 많은 무슬림들이 파키스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 시키기위한 훈련소를 세웁니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부근(파슈툰족 밀집지역)에 파키스탄이 만든 이 훈련소는 겉으로는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는 곳이었습니다만, 실상은 아프가니스탄으로 투입될 무자헤딘 전사 양성소였습니다.
이 겉으로는 이슬람 학교인 "마드라사"에서 탄생한, "학생"들이 바로... '학생' 혹은 '진리를 탐구하는 자'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따온....
그렇습니다.
탈레반입니다.

이렇게 탈레반의 탄생에는 미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 아니 미국이 탈레반을 만든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도 또... 저 당시 무자헤딘에 몸 담고 있었던 사람들 중 하나가 누구인가 하면...


빈 라덴, 알 카에다의 리더, 1957~2011.


바로 9.11 테러를 일으킨 그 남자.
미스터 빈... 빈 라덴입니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빈 라덴... 나아가 9.11 테러는 미국의 자업자득이나 마찬가지였던겁니다.
그래서 람보 3의 마지막을 수 놓는 저 눈부신 자막은... 9.11 테러 이후 아래와 같이 바뀌게 됩니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the gallant people of Afghanistan"

"아프가니스탄의 용감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무자헤딘의 투쟁 끝에 소련군은 물러갔습니다만, 소련이라는 주적이 없어지자 무자헤딘은 분열 되었습니다.
애초에 지방 군벌들이었던 무자헤딘은 공동 목표가 달성된 이후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싸웠습니다.
이 즈음 내전을 종식시키라는 알라의 계시를 받아(종교적 망상은 역시 무서워요) 결성된 탈레반은 초기에는 20여명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급격히 세를 불리게 됩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군사 원조로 무장도 충실 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 원리주의로 정신 무장도 철저 했습니다.
결국 경쟁 군벌들을 제압해 가며 소련이 물러간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접수 하게 됩니다.
탈레반 정권은 빈 라덴을 손님으로 예우 했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빈 라덴의 신병을 요구 하였을 때도 거부 했습니다.
그리고 알 카에다의 9.11 테러가 터지고... 미국은 빈 라덴을 숨겨주고 있다는 이유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략 합니다.
하지만 20년 세월동안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미군(+다국적군+아프가니스탄 정부군)도 탈레반을 완전히 박멸 하지는 못했습니다.
소련은 이제 망했지만 우리에게는 중국이 있죠.
미국의 침략 기간 동안 중국은 과거 미국이 했던 짓과 똑같은 짓을 합니다.
중국은 미국과 인도(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해 있죠)를 견제하기 위해 이이제이... 탈레반을 집중 지원 했습니다.
과거 소련을 엿먹이기 위해 무자헤딘을 지원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번에는 미국이 코가 깨진 겁니다.
결국 2001년 이후 20년 넘는 군사 개입은 실패로 돌아갔고, 전임 대통령 트럼프는 아프간 철군을 발표합니다.
예정대로 미국이 철수를 시작하고 탈레반은 결국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을 재접수 했습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탈레반 지도자를 접견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그렇지만 중국, 참 해로워요.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합니다.
왜냐고요?
인간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인간이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것, 딱 그 하나 뿐이죠.
아프가니스탄을 보면... 더욱 그래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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