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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Global

미국산 재블린 미사일에 대한 러시아식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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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러 맥락이 많고 이야기 할 거리가 많지만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러시아 전차들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을 비롯한 NATO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요구했었습니다.
미국의 군수 물자 지원도 약속되어 있었는데, 트럼프 정권에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올해 2월 러시아 침공 직전에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재블린 미사일(한 발당 1억 정도, 조준기 별도)이 우크라이나에 지원 됐습니다.
재블린은 대전차 유도 미사일(Anti-Tank Guided Missle)입니다.
기존의 대전차 미사일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과는 달리, Top Attack이라고 해서 발사하면 하늘로 치솟은 다음 탱크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뚜껑을 따는 신비로운 능력으로 배치 당시에는 매우 위력적인 무기로 평가 받았었습니다.


조준기를 결합한 상태. 탑-다운 어택을 위한 조준에 30초 가량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한 번 발사하면 미사일이 알아서 목표를 추적하는 Fire-and-Forget 기능이 있어 쏜 다음에는 도망치면 됩니다.

 

한 발당 1억씩이나 하지만 1억으로 탱크 한 대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면야 아주 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탱크는 보통 50억~100억원 정도에 승무원도 4~5명이 탑승하니까요.

 

이런 원리입니다. 탱크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뒤통수와 뚜껑인데, 뒤통수를 치기는 어려우니 뚜껑을 따면 되겠구나!라는 발상에서 나온 무기입니다.


탠덤 탄두(Tandem-Charges 한 번 펑 터지고 마는 게 아니라 폭발이 이중으로 일어납니다)라서 반응 장갑(Reactive Armour)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반응 장갑은 아주 쉽게 말해서... 전차의 겉에 작은 폭약을 매달아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수단입니다.
탠덤 탄두는 탄두가 이중이라서 첫번째 폭발로 반응 장갑을 벗겨내고, 두번째 폭발로 탱크 본체를 공격합니다.
재블린은 게다가 탱크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상부를 공격하기 때문에 더욱 위력적입니다.


담배갑 같은 상자들이 주렁 주렁 붙어있는데 저게 반응 장갑입니다. 과거에는 시가전이 아닌 이상에야 전차 위에까지 반응 장갑을 붙일 필요가 적었지만, 탑 어택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뚜껑에도 붙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미국산 재블린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 탱크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바로 상부 슬랫 아머(slat armor)입니다.


재블린이 위에서 날아오고, 이중 탄두이므로... 전차 상부에 슬랫 아머를 설치 한다는 심플한 아이디어. 슬랫 아머(1)+반응 장갑(2)+본체 장갑(3)=도합 3이므로 재블린(2중 탄두)에 피격 당해도 1이 남습니다.

 

장갑차 주변에 두른 울타리 같은 철망이 slat armor 입니다. 보기보다는 꽤 성능이 좋아서, 2차 대전때부터 쓰던 방법입니다.

 


슬랫 아머는 그냥 철망 둘러놓은 것처럼 생겼지만, 은근히 효과가 좋습니다.
미사일 탄두가 철망에 걸려 먼저 터지면서 탱크 본체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원리입니다.
제대로 된 장갑보다야 못하지만 가볍고, 싸고, 어느 정도의 방호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으므로 없는 것 보다야 훨씬 낫겠죠.
재블린의 탠덤 탄두 1차 폭발이 상부 슬랫 아머에 걸리고, 반응 장갑이 2차 폭발을 막아내면 탱크 본체는 멀쩡 할 것입니다.
실로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효과는 상당 할 듯 싶습니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은 나치 독일의 레이더 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사용 하기를 주저 했죠.
그 비장의 무기라는 것은 사실 별 게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알루미늄 조각을 하늘에서 흝뿌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을 떠 다니는 알루미늄 조각들이 레이더 전파를 교란하는 원리입니다.
암호명 "윈도우"로 불렀던 알루미늄 조각 살포 아이디어는, 처음 한 번 쓸 때는 큰 효과가 있겠지만...
사실 나치 독일도 금방 배워서 써먹을 수 있을만큼 간단했으니 실전 투입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시 민간 기업이라면 특허를 내서 기술을 보호 받을 수 있겠지만, 전쟁에 특허권이고 나발이고가 어디있습니까.
적군의 기술이라도 득이 되면 주워다 쓰는 것이죠.
특히 군사 기술 부분에서는 적성국의 기술이라도 훔쳐다가 적용하는 것이 전시가 아닌 평시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러시아 탱크 상부에 올라가 있는 저 슬랫 아머 아이디어 역시, 아마 다른 나라들도 냉큼 가져다가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족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수 물자들이 대부분 재블린이라서, 탱크나 지상군을 막아 내는 건 도움이 됐지만... 대공 미사일은 지원하지 않아서 러시아 항공기들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패전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대공 미사일 기술이 러시아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했을 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재블린 같은 경우, 러시아도 탑 어택 능력을 가진 "코넷"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서 노획되어도 별 문제가 없겠죠.
제재 제재 큰소리는 치지만, 정작 지상군은 우크라이나가 NATO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우크라이나가 가입 시켜 달라고 할 때는 온갖 핑계로 거절 했었습니다)로 몸을 사리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다운 모습입니다.


러시아의 Kornet. 덩치가 덩치이다보니 재블린보다 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개량형은 탑 어택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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