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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Global

터키 팔아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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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팔아먹지 말라니, 무슨 얘긴가 싶죠.

터키탕 이야긴가...

터키탕은 터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이게 성매매 같은 걸 같이 하다보니 터키라는 나라의 이미지까지 안좋아진다고 터키 대사관에서 직접 항의하기도 했었죠.

팔아먹지 말라는 건 바로 요 며칠 SNS에서 떠들썩한 터키 탁심 광장 시위 이야기입니다.

툐깽이가 사진을 하나 보여주더군요.

대략 이런 사진이었어요.

터키 경찰이 왠 어린아이를 전력질주하며 쫓고 있는 사진입니다.

어떤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런 감상(?)까지 이야기하더군요.


는 사진을 딱 보는 순간 합성을 의심했습니다.

일단 사진 원본 사이즈가 너무 작고 질이 크게 떨어져서 합성으로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죠.

사진의 배경은 밤인데도 어린아이의 옷 색조와 광원이 경찰의 복장과 동떨어져 있어서 이건 어딜보나 합성입니다만... 물론 저는 사진을 여러해 동안 해오며 생긴 눈썰미가 있으니 알아챌 수 있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얼핏 보면 속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해외의 한 블로그에서 이 합성사진의 원본까지 찾아냈습니다.

이런 것을 바로 "검증"이라고 부르죠.

이것과


이것이 합쳐진 사진인거죠......


직히 눈썰미 떨어지는 일반인 문외한이 딱, 봐도 상황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경찰이 정신나간 살인진압을 벌이고 있다기로서니 어린아이를 쫓아가다니요.

그것도 전력질주로...

게다가 지금은 여름인데 합성 전의 사진을 보면 쫓기는 남자는 겨울옷을 입고 있죠.

터키 사진인지부터도 의심스럽습니다.

해서 찾아보니 2010년 벨라루스 시위 때 사진이네요.


사실 냉정히 바라보면 누가봐도 거짓말인데,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일은 흔히 일어납니다.

사람은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은 그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쉽게 믿어버립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실들을 그 믿음에 따라서 날조하거나 재조합합니다.

이런 인지부조화나 선택적 증거수집의 함정을 이미 전국민이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황우석 사건에서 다들 경험하지 않았나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이미 한차례 겪고도, 역시나 사람들은 "검증"의 절차를 쏙 빼놓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거짓도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터키 시위를 두고 SNS에서 떠돌아다니는 괴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사진이 돌고 있는데요...


터키 시민들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돌아다니는 사진입니다.

네... 이게 피로 보인다니 신기합니다.

어딜보나 이죠.

그리고 사람 피가 흘러서 이정도로 강물처럼 흐르려면 물대포, 곤봉, 총이 아니라, 도검류로 경찰이 시위대를 수백명은 "베어넘겨야" 될까 말까 합니다.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한테 피 많이 안나옵니다.

그리고 물대포에 색소를 섞어서 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안지워지는 색소인데, 물대포에 맞으면 옷이나 피부에 이 색소가 한 열흘은 남아있게 됩니다.

경찰이 그걸 보고 시위 가담자를 구별해서 잡아가려는 용도지요.

경찰이 사용한 물대포의 흔적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걸 시민의 피 어쩌고 하고 있으니 그냥 웃음만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몰라서 그렇다 칩시다.

피처럼 보일 수도 있고, 합성사진인지 모르고 감쪽같이 속았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잖아요.

그쵸?

지금부터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들입니다.


정말로 횡설수설 하고 있네요...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자기 편할대로 사실을 날조하고들 있습니다.

환경파괴나 마지막 숲 어쩌고와는 관계가 적습니다. 이런 말들은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만 주워섬기고 있는거죠.


터키 탁심 광장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탁심은 '분배'를 의미하는데, 옛날 수로에서 물을 끌어다가 이 광장에서 나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탁심 광장은 또한 오스만 제국 병영이었습니다.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독립한 터키인들은 이 탁심 광장에 터키 독립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동상과 국가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워놓았죠.

그 병영을 무대로 1909년 전제군주정 지지자들이 헌정파괴를 꾀한 쿠테타를 일으켰다가 좌절하기도 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1940년에 공원이 되었던 것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3.1운동 기념 동판 부조가 서있는 탑골공원과 같은 곳인 셈입니다.



제는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의 무리한 개발계획에서 시작됩니다.

정의개발당이라는 이슬람교 성향의 정당이 현재 터키의 집권당인데,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 탁심 공원에 옛 오스만 투르크 병영을 복제하고 쇼핑몰을 세울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얼마전 음주는 사회악이라며, "술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던 차에(이슬람교의 성전인 꾸란에서는 술을 금하고 있습니다만 터키는 세속주의의 영향이 강해서 술이 금기시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탁심 공원에 오스만 투르크의 상징을 복원하고 쇼핑몰을 세운다?

거기에 그 계획에 반대하며 평화적으로 공원을 점거하고 있던 시위대를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하려 시도합니다.

결국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이를 계기로 탁심 광장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환경파괴?

없는 말 가져다 붙이는 재주는 일베나 깨시민들이나 아주 일급이네요...

물론 이스탄불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녹지라는 사실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사적 맥락과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무리한 정책에서 원인을 찾아야겠죠.

자 또 볼까요?



다리 위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트위터에서는 시위대랍시고 돌고 있는 사진이죠.

일단 이 사진도 날조입니다.

저 다리에 가득찬 인파는 2012년 인터컨티넨탈 유라시아 마라톤 대회를 위해 모인 인파고 광장 시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탁심 "광장" 시위인데 "다리" 위에 인파라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한심하죠.


그리고 아니 언론을 통제하다니 이 무슨 노무현이명박스러운!

정말 터키 언론이 이번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나요?

어디 한번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어라? 잘만 보도하고 있는걸요?

물론 소극적으로 보도 하는 곳도 있겠고 보도하지 않는 곳도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터키언론들도 이번 반정부 시위를 상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이죠, 여기도 터키언론인데, 가보시면 아시겠지만요......

무력충돌은 진정국면입니다.

경찰이 철수하고 시위대가 잔해를 청소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엄한 터키를 끌어와서 어떻게든 한국정부 욕을 해보고 싶은 철부지 깨시민들만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죠.

정의개발당은 전향적인 성명을 내고,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한발 물러서고 경찰이 철수하면서 무력충돌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사진에서 보는대로 적어도 탁심 광장에서는 경찰들이 철수했고, 예술가들의 평화로운 퍼포먼스 등으로 점거시위만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제발, 좀 찾아보고 사실만 이야기합시다.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말들을 무책임하게 늘어놓고, RT하고, 그러면 다음날 조선이나 동아에서 이렇게 쓰겠죠.

"SNS 통해 반정부 괴담유포하는 무책임한 네티즌들!"




ps. 참고로 가장 신뢰할만하다고 할 수 있는 알자지라의 터키 시위 관련 라이브 블로그입니다. 실시간으로 속보가 올라오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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