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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Global

문재인 정권의 외교 대참사, 버림 받은 박쥐가 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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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보다도 더 품질 좋은 객관적 기사를 낸다며 혹자는 우스개 삼아 "민족 정론지"라고 하는 BBC.
BBC의 전 한국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트윗을 했습니다.


 


한국이 대 러시아 제재에 대해 미온적이며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만...
런던의 별명 중 "런던그라드"라는 게 있습니다.
영국의 수도 런던 뒤로 "스탈린그라드"처럼 러시아 지명 뒤에 오는 "-그라드(러시아말로 도시라는 뜻)"가 붙은 것입니다.
영국에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이 숨겨 놓은 재산이 3,000억 유로(한화 약 400조원 가량) 이상에, 영국 정부가-겉으로는 으름장을 놓곤 있지만-이 막대한 러시아 노다지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에너지 회사 BP는 러시아 석유 회사 "로스네프트" 지분 20%를 가지고 있고, 러시아는 영국 내에서 파운드화 채권을 여러 차례 발행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런던그라드 보유국 출신 로라 비커가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 운운하고 있으니, 같잖아서 코웃음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영국인이 저런 말을 하니 아니꼽기야 하지만,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 자체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며칠이나 지난 다음에서야 유감을 표명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발표합니다.
1천만 달러와 군복을 지원 하겠다는 것인데...
러시아 침공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를 지원 하겠다고 나선 일본의 10% 수준입니다.
이미 유럽 국가들이 대전차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소총, 식량 등 온갖 군수 물자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으로 "군복"을 보내겠다니...
그 군복도 직접 지원 할 수 없어서 NATO를 통해 보내겠다는군요.
더군다나 저 군복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도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지원 하려던 것을 미군이 철수하면서 보내지 못하게 됐고 결국 "짬처리"하는 겁니다.
별 도움도 안 될 군복을 보내는 것도,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한국 국복을 입은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유명인사의 사진입니다. 정말 별 같지도 않은 걸로 생색을 내려고 하니까 어이가 없죠. (사진=AP)


한국과 러시아는 사실 사이가 좋습니다.
러시아에 무비자로 입국 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습니다.
단 스물여섯개 나라만이 러시아에 비자 없이 입국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무비자 입국 할 수 있는 나라는 딱 세 나라인데, 칠레, 브루나이, 그리고 한국입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은 얄궂게도 우크라이나와도 무비자 협정이 맺어져 있네요.


무비자 입국도 그렇지만, 러시아 문물은 한국에서 꽤나 인기가 있습니다.
LG 에어컨에는 러시아 항공 우주 산업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러시아 항공기나 인공위성에 쓰는 기술을 응용하여, 냉각 핀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게 하는 기술이 LG 휘센 에어컨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에야 쓰지 않지만 VCR, 비디오 카세트 플레이어의 헤드 코팅 기술도 러시아제입니다.
산업용으로 다양한 곳에 쓰이는 단결정 제조법은 과거 미국과 러시아만이 그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2000년대 한국에서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설비를 이용한 Kyropoulos 공법이 주류였습니다.
요즘에야 어지간히 오래 된 곳 아니면 모두 디지털이지만, 필름을 안 쓰는 X-ray 촬영 장비도 러시아를 통해 한국에 소개 됐습니다.
김치 냉장고에 들어가는 냉각 소자가 러시아 탱크 에어컨 기술에서 왔다는 주장도 유명합니다.
다만, 김치 냉장고에 러시아 탱크 기술이 들어가 있다는 주장은 그 신빙성이 의심됩니다. 
펠티어 소자(흔히 반도체 냉각이라고 부르는) 원리는 프랑스에서 나온 것이고, 널리 알려져 있어서 딱히 군사 기밀도 아니었습니다.
효율이 좋지 못해 대중적이지 못했을 뿐...
한국 최초의 펠티어 소자가 들어간 김치 냉장고(1993년 당시 삼천정공에서 출시, 현재의 청호빌텍)는 불곰사업(1996년) 이전에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에어컨 달려있는 러시아 탱크는 인도 수출용 버전 T-90S 뿐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탱크는 T-80U이고, T-80U에는 에어컨 아닌 선풍기가 달려 있습니다.


민간 기술 협력이나 비자만 그런 게 아니고... 가장 민감하고 규모가 큰 군사 기술에 있어서도 한-러는 매우 긴밀합니다.
러시아는 한국에서 꾸어 간 돈을, 무기나 군사 기술 등으로 상환 중입니다.
이를 불곰사업이라 칭했었고, 5차(로 추정되는) 불곰사업이 문재인 정권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받아온 탱크는 북한이 보유한 비슷한 모델의 약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카모프 Ka-32 헬기는 산림청에서 산불 진압용으로 쓰고 있습다.
산림청은 Ka-32를 너무나 좋아해서, 연비도 나쁘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Ka-32를 무려 30대나 굴리고 있을 정도죠.
그리고 러시아와 5차 불곰산업의 일부분으로 개량형인 Ka-32A11M을 20~30대 정도 도입하는 협의가 진행 중으로, 만약 성사된다면 한국은 Ka-32 계열 헬기를 산림청, 공군, 해경 등등 보유분 모두 합쳐 본가인 러시아보다도 더 많이(!) 보유하게 됩니다.


또한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의 기술적 breakthrough는 다름아닌 러시아가 제공한 기술로 가능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 IT 기술을 러시아에 제공했고, 그래서 러시아가 "페트리어트보다 우수하다"고 자랑하는 S-300, 러시아의 THAAD로 일컬어지는 S-400 미사일에 한국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형 위성 발사체 "누리호"는 러시아가 제공한 샘플이 아니면 완성이 불가능 했을 것이란 사실이 최근들어 알려지기도 했죠.
천궁 뿐 아니라 현무 미사일도 러시아 기술 기반인데, 러시아를 우방으로 둔 북한도 동일한 기술을 받아 "KN-02"를 만들었습니다.
남북이 러시아 기술로 만든 비슷한 무기로 대치중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거죠.
이외에도 러시아 기술로 만든 한국 무기가 한 둘이 아닙니다.
초창기 국산 잠수함에 들어간 연료 전지 기술도 러시아에서 가져왔고, 국산 탱크 K-2에도 러시아 T-80U를 뜯어본 경험이 반영 됐으며, 국산 MANPADS "신궁"도 러시아제 이글라와 스트렐라 미사일을 쪼물딱거린 결과물이고, 국산 IFV K-21은 러시아 장갑차 BMP-3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애초 미그기도 들여오려고 했지만 러시아도 바보는 아닌지라 비행기까지는 못 주겠다고 했다 합니다.
(쳇...)
만약 미그기까지 들어왔다면 (미그틱한 외형의) 국산 전투기가 조금 더 빨리 등장 할 수 있었겠죠.


한국산 천궁 미사일 시스템의 레이더 컨트롤 패널과...

 

아제르바이잔 TV에서 잠시 등장한 러시아산 S-300 레이더 컨트롤 패널. 뭔가 좀 이상하게 닮은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은, 그저 느낌이 아닙니다. 레이더 시스템 통합을 한국 기업이 했거든요...

 

최신형인 S-400의 컨트롤 패널입니다. S-300을 계승한 시스템이라서 천궁... 아니 S-400과 매우 비슷해보입니다.

 

천궁 풀 세트와...

 

...러시아 S-400이 비슷해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거죠.

 

한국의 탄도 미사일 현무(SS-21)와 북한의 KN-02. 아-주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둘 다 러시아 기술로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아마 들어가는 부품이나 나사 같은 걸 서로 바꿔 끼워도 멀쩡하게 발사 되지 않을까...


러시아에게 얻어낼 것이 많다보니, 한국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굼뜨고, "어디까지나 인도적 지원"이라며 별 도움도 안 될 군복 따위를 직접 지원도 아닌 NATO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게 이해는 갑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5차로 추정되는 불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불곰 사업이라는 명칭은 2007년 "한-러 군사 기술 협력 사업"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지게 되었고, 러시아로부터의 기밀 유지 요구로 인해 정부에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명박 정권 당시 장수만 방사청장이 국회 질의에 답변하며 4차 불곰사업을 언급 한 적이 있는데,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러 협상이 5차 불곰사업으로 추정됩니다.
"5차 불곰사업"이란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상의 표기이자 추정이며, 그 동안 다섯 차례 이상의 교류가 더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를 주변국들이 모를 리가 없죠.
특히 러시아와 대립중인 우리의 우방, 미국의 반응이 매우 신경질적입니다.
위에 적은 천궁 대공 미사일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대놓고 "한국판 S-300"이라며 S-300의 아류 취급(...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당연히도 한국에 값 비싼 PAC-3 즉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팔아먹으려 했으니, 한국이 러시아 기술을 받아다가 천궁을 만들어 배치하는 걸 보는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겠죠.


미국은 러시아가 침공을 하자마자, 강도높은 제재로 응징 하겠다며 엄포를 놨습니다.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 시켜 달라고 할 때 이 핑계 저 핑계로 거부 하더니만, 결국 NATO 가입국이 아니라서 파병은 못해주겠다면서도... 아무튼 "초강력" 제재로 "응징"을 해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푸틴: lol).
문제는 러시아가 세계 각국에 갚을 빚이 많다는 겁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영국 같은 경우 올리가르히들의 안식처이고, 한국도 5차 불곰사업 이후로도 갈 길이 멉니다.
유럽은 에너지와 식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고, 상당한 액수의 채권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오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를 완공하여 가스까지 채워 놓고도 미국 눈치보느라(EU와 독일 행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최근 독일 슐츠 총리가 사업 재검토를 발언) 밸브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동맹국들의 사정을 봐주겠다는 제스처로, 제재 예외 조치를 발표 했습니다.
문제는 이 제재 예외 조치 32개국에, 중국과 함께 한국은 빠져 있다는 거죠.
미국한테 저 중국하고 한 통속 취급을 받다니!
문재인 정권 외교의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자마자 일본과 호주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 러시아 독자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EU 국가들과 함께 일본과 호주는 당연히 이 미국의 예외 명단에 들어있죠.
문재인 취임 초부터 이어진 소위 "균형 외교"는 말이 좋아 전략적 모호성이었지, 실상은 북한에의 일방적 구애, 그리고 북한을 움직여 보기 위해 북한의 우방국인 중-러에 저자세로 일관한 "친북" 외교일 뿐이었습니다.
제재 예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 외교에 대해 내린 냉정한 평가이자, 지난 5년에 대한 청구서인 셈이죠.


주한 러시아 대사의 언급대로, 한국과 러시아는 수교 이후 30년 동안 큰 갈등없이 관계가 좋았습니다.
외줄을 타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러시아와도 어울려야 했던 지난 5년.
위에서 적은대로 미국 쪽은 망했다고 봐야하겠고, 주한 러시아 대사도 심기가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수교 이후) 30년 동안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긍정적으로만 발전해왔는데 이제는 협력의 수준이 올라가는 추세가 방향을 바꿀 것 같다. 최근 한국 정부의 신북방정책 덕분에 양자관계가 잘 발전해왔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요즘 벌어지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주한 러시아 대사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대 러시아 제재 동참 발표도, 미국 압박 아니었으면 아예 안 나왔을 겁니다.
주저 주저하다가 등 떠밀려 내놓은 발표(구체적 조치를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없는!)에 러시아가 이렇게까지 불만을 표시하다니, 청와대는 또 억울해하고 있을지도요.


문재인 정권은 한국을, 날짐승에 붙었다가 들짐승에도 붙었다가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는, 이솝 우화 속 "박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현 정권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외교의 신"이라고 한다는대, 입이라도 닥치고 있으면 덜 밉기라도 하죠...
미-러 양국의 미움을 사 버린 이 외교적 위기를 수습할 능력과 의지가 문재인에게 있을까요?
문재인이의 임기는 이제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조용히 물러나야 할 레임덕 대통령이 외교 대참사를 불러와 차기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지운 꼴입니다.
그렇다고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이나 윤석열이 문재인보다 딱히 나아보이지도 않고...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입니다.



사족.

로라 비커 기자는 한국을 향해 훈수 두기에 앞서(그리고 지금은 한국 담당도 아니고 베이징 특파원입니다), 영국 상황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파병도 하고, 강도높은 대 러시아 제재를 장담하며 엄청난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저 브리튼의 그레이트한 제재가 얼마나 갈 지는 좀 지켜봐야겠지만, 영국이 지나치게 난리를 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술 파티를 여러 차례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의 조사에서는 총리 사임 여론이 절반을 넘었고(그것도 보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집권 여당인 보수당 지지율(31%)이 야당인 노동당(41%)에 비해 10%p 씩이나 뒤쳐지면서 정권이 넘어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침략자 러시아"라니 국민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에 너무나 훌륭한 떡밥아닙니까.
보리스 존슨의 꼼수로, 브렉시트에 이은 올리가르히들의 영국 탈출, Russexit가 벌어지는 것 역시 영국에 딱히 좋을 건 없을 듯 싶은데 말이죠.

사족 하나 더.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총리도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파티를 벌였었는데, 정권 무너진다 하는 소리는 안 나오는 걸 보니... 영국 국민들이 그나마 더 현명한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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