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루프 모바일 부스터 KBC-E1AS

하나의 유령이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라는 유령이.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조사들은 이 유령을 사냥하려고 배터리를 교체 장착 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하였습니다.

애플 사용자치고, 배터리가 다 떨어져 갈 때 충전 케이블을 들고 USB 포트나 콘센트를 찾아 헤매야 했던 경우가 없는 분이 있습니까?

또한 아이폰을 쓰면서, 니 폰은 배터리 교환도 안되는 게 무슨 휴대폰이냐며 다른 폰 사용자들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당하지 않은 분이 있습니까?

이 사실로부터 결론이 하나 나옵니다.

아이폰에게는 보조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아웃도어 활동이 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은 필수적으로 보조 배터리를 구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제가 구입했었던 제품은 산요(Sanyo)의 에네루프 KBC-E1AS였습니다.

(참고로 E1S는 구형, E1AS가 신형입니다. E1S 재고가 남은 곳에서는 아직도 판매중이더군요)

다만 현재는 산요가 파나소닉에 합병 당하고 난 다음 해체되고 말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산요라는 상표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네루프라는 건전지는 니켈망간수소 Ni-MH 계열의 충전지로, 여러번 재사용 할 수 있고 메모리 효과가 적고 자연방전이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에네루프 건전지를 이용하는 보조 배터리입니다.

 

패키지는 클램쉘 방식. 뜯기 어렵습니다... 충전용 전원 공급 케이블과 에네루프 건전지 2개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DC OUT 5V"라고 써 있는 USB 포트에 충전용 케이블을 꽂아 보조배터리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DC IN 5V"라고 되어 있는 곳은 입력단자로, 충전기로도 사용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뒷면에는 전압 정보가 적혀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도 적어놓지 않은 제품이 많은데, 역시 대기업 제품이라서 충실하게 표기되어 있네요.

 

USB 타입의 충전용 케이블(B 타입)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mini B가 아니라서 휴대폰 충전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본체는 보조 배터리가 주용도지만, 역으로 방전된 에네루프 AA 배터리를 끼운 상태에서 이 케이블을 USB 포트에 끼워 충전기로 사용 할 수도 있습니다.

 

본체는 이런 느낌입니다. 에네루프 두 개를 끼워 작동시킵니다. 커버는 여닫이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부실합니다. 확실히 닫히지 않고 어딘가 헐렁 헐렁...

 

충전시에는 본체에 USB 포트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충전용 케이블을 직접 끼워서 아이폰(이나 기타 장비)를 충전 시키면 됩니다.

 

지금 까지의 모바일 기기 역사는 배터리와의 투쟁의 역사입니다.

아이폰은 그 투쟁에서 훌륭히 패배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죠,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보조 배터리나 충전기를 챙겨다녀야죠...

 

카메라나 전자기기 많이 쓰시는 분은 집안에 AA건전지나 충전지가 많이 남아도실테고, 이걸 좀 어떻게 활용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 많이들 해보셨을겁니다.

저도 그 생각에 이 제품을 구매한 것인데요...

일단 결론은 비추, 라는 겁니다.

 

이 제품은 입출력 전압에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안정성이 높다는 얘기도 되지만, 그만큼 폭넓은 활용이 어렵다는 얘기도 됩니다. 명백히 단점이죠.

이 제품의 첫번째 문제는 에네루프 건전지에 해당하는 전압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Ni-MH 건전지나 Ni-Cd를 넣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수명이 거의 다한 에네루프도 제대로 전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충전기능을 사용 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휴대폰을 가립니다.

이 제품을 구입 했을 당시 쓰고 있던 전화기는 iPhone3Gs 였고,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폰을 iPhone4s로 바꾸니, 사용불가....

왜 애플 쓰시는 분들은 익숙할 "지원하지 않는 액세서리" 메시지가 뜨면서 충전이 안됩니다.

그리고 iPhone5로 바꾼 다음 다시 연결해보니... 이번에는 또 됩니다.

세번째 문제는 충전되는 전류가 적습니다.

에네루프는 1.2V에서 2,000mAh 정도 되는데, 5V로 승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충전되는 전류량은 매우 적어집니다.

아이폰 배터리 %로 치면 10~20% 정도될까 싶군요.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나름 대기업 브랜드랍시고-지금은 망했지만!- 비슷한 다른 제품들보다 비쌉니다), 건전지나 폰을 가리기 때문에 영 못쓸 녀석입니다.

에네루프만 먹는다는 것도 문제고, 어떤 핸드폰에는 되고 어떤 핸드폰에는 또 안되는 몹쓸 특징까지...

요즘은 AA건전지가 들어가는 비슷한 컨셉의 제품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 구입을 추천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