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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라면, 한국에서는 이제 라멘이라고 아예 따로 부르는 게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만, 하여튼 저 라멘의 원조는 중국의 라미엔입니다.
면 요리를 총칭하던 것이 한국과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일본에서 라멘이 되어 각 지역과 가게별로 특색을 지니게 됐고, 이윽고 라멘이 한국에도 넘어와서 꽤 유행한 적도 있었죠.
요즘은 유행이 한풀 꺾인 느낌이긴 합니다.
라멘 중에서도 돈코츠 라멘은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로 만든 걸 말합니다.
이 돈코츠 라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지역이 두 군데인데, 하나는 쿠마모토(한글 맞춤법 중에서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구'마모토...), 다른 하나는 후쿠오카입니다.
후쿠오카 쪽이 다수파라서, 보통 돈코츠 라멘이라고 하면 후쿠오카 돈코츠가 원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돈코츠는 유명해져서 한국에서도 많이 팔기는 하지만, 본고장에 가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입니다.
돈코츠 라면의 발상지인 후쿠오카에 온 김에 돈코츠 라멘을 먹어봐야겠죠.
돈코츠 라멘도 여러가지 분파가 있는데요...
보통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돈코츠는 후쿠오카의 하카타에서 발생 했다고 알려진 하카타 라멘을 말합니다.
물론 모든 가게들이 똑같은 라멘을 팔면 당연히 재미도 없고 팔리지도 않을테니, 가게와 지역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조금씩 다른 라멘을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류라고나 할까, 곁가지라고나 할까요, 이번에 가본 나가하마(지명입니다) 라멘이 그런 곳들 중의 하나입니다.
나가하마에서 팔기 시작한 라멘 스타일이 인기가 많아져서, 거기서 일하던 사람이 다른 가게를 내고, 또 거기서 일하던 사람이 가지를 치고 해서...
나가하마라고 검색해보면 후쿠오카에만 나가하마 라멘집이 꽤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는 것...
실제로 가게 이름 때문에 원조를 다투는 송사도 여러 번 있었다는 모양입니다.
물론 어디가 진짜 원조인지, truth is out there...
여행자 입장에서는 평이 좋은 가게를 동선에 맞춰 방문 할 수 밖에요...
후쿠오카의 나가하마는 위 지도의 빨간 표시가 되어있는 곳을 말합니다.
혼슈에 나가하마市가 따로 있기는 한데, 당연히 거긴 아니고요...
항구가 있던 곳으로, 항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즐겨 찾던 포장마차 라멘이 유명해지면서, 나가하마의 이름을 건 가게들이 꽤 늘어났다는 모양입니다.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돈코츠 국물에 후닥닥 면을 말아먹고 다시 일을 하러 가는, 그런 음식이었다는 모양이군요.
한국도 원조 할매집이니, 원조 국밥집이니, 원조 족발집이니 저마다 원조라고 기싸움을 넘어 송사까지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죠.
사람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나봅니다.
저마다 다 원조 내지는 나가하마라고 써놓고, 가게 이름도 다 비슷하고, 한자만 다르고 발음은 똑같은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일단 동선에서 가장 가까운 나가하마 라멘집을 하나 골라서 들어가봤습니다.
지하철역에서는 걸어서 10여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위치가 조금 애매해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입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가게보다는, 주로 현지인들이 가는 가게들을 방문 하게 됐네요.
위에서 이미 보았듯, 요 근처에 나가하마 라멘을 파는 집이 정말 많습니다.
대충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무튼 원조라고 주장하는 '家'로 끝나는 가게에 들어가봤습니다.
가게 안에, 자기들은 다른 나가하마 라멘가게들과 전혀 관련없고 이름만 비슷하다는, 자못 심각한 어조의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뭔 상관이냐 싶습니다만... '屋'으로 끝나는 가게도 다음 기회에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메뉴는 라멘 하나(450엔) 뿐.
라면 이외의 다른 메뉴는 없습니다.
替玉(카에다마)는 면 추가, 替肉(카에니쿠)는 고기 추가입니다. 각 100엔 씩.
주류는 소주 200엔, 사케 350엔, 맥주 400엔입니다.
소주나 사케는 잔 술인 모양이고, 맥주를 시키면 기린 병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들어갔던 때가 토요일의 식사시간을 좀 벗어난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계속 드나드는군요.
돈코츠는 돼지 뼈와 돼지 고기등을 우려서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돼지 비린내가 납니다.
이 잡내를 잡아내는 방법이나 노하우가 그 가게의 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좀 급진적인 가게들은 돼지 잡내를 그대로 놔두기도 하고, 코쿠테이같은 가게[링크]는 소금 같은 조미료의 짠 맛으로 돼지 잡내를 가리기도 합니다.
이 돼지 잡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가게마다 제각각이고, 보통 대중적인 가게들은 돼지 냄새를 잘 없애서 옅게 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 가게는 파 같은 걸 잔뜩 넣어서 잡내를 잡아내는 쪽입니다.
국물 맛이 꽤 괜찮네요.
아주 저렴한 가격(450엔)에 양도 적당한데다, 빨리 나오고, 맛도 괜찮은 편입니다.
새로 여는 가게들은 기존 라멘집들과 차별화 하기 위해서, 다소 프로그레시브한 실험적인 라멘을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가게에서 나오는 것들은 사람에 따라서는 이게 뭐야 싶을 정도의 폭탄들도 종종 섞여 있죠.
원조(라고 주장하는) 나가하마家에서는 기본에 아주 충실한 안정적인 라멘이 나오는군요.
좋은 말로 하면 기본기가 탄탄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개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성있는 라멘집 찾아갈 정도의 마니아라면, 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들 하는 부류겠고요.
가게 위치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과는 살짝 벗어난 곳에 있고, 현지인들 식사 하는 곳이라서 식사 시간에는 꽤 붐비는 모양입니다.
그것만 조심하면 무난하게 하카타 라멘 중 하나인 나가하마 라멘을 맛 볼 수 있는 가게로, 추천 할 만합니다.
2018년 여행기인데 어느덧 해를 넘겨버렸네요...
실질적인 여행기는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다음 편]은 에필로그로 후쿠오카 거리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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