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Travel

[후쿠오카] 저렴한 라멘 가게, 원조 라멘 나가하마야 元祖ラーメン長浜家

728x90

일본 여행기 1편 - 65년 역사의 장어 구이 전문점 川淀(가와요도) [링크]
일본 여행기 2편 - 모지코(門司港) 주변 모지코레트로(門司港レトロ) 산책 [링크]
일본 여행기 3편 - 고독한 미식가에나 나올법한 식당, 東京庵(도쿄앙) [링크]
일본 여행기 4편 - 일본의 편의점은 천국인가? 일본 편의점 1편 [링크]
일본 여행기 5편 - 맛나니의 천국, 일본 편의점 2편 [링크]
일본 여행기 6편 - 고양이섬 우마시마(馬島)로 가는 길 1편 [링크]
일본 여행기 7편 - 고양이들 본격 등장! 우마시마(馬島) 2편 [링크]
일본 여행기 8편 - 고양이들과 뒹굴 뒹굴, 고양이섬 우마시마(馬島) 3편 [링크]
일본 여행기 9편 - 귀여운 고양이들이 우글우글, 고양이섬 우마시마(馬島) 4편 [링크]
일본 여행기 10편 - 고양이섬 우마시마(馬島) 5편 [링크]
일본 여행기 11편 - 고양이섬 우마시마(馬島) 최종편 [링크]
일본 여행기 12편 - 저렴하고 맛난 동네밥집 돈까츠카츠야(とんかつかつ屋) [링크]
일본 여행기 13편 - 스테이크 체인점 이끼나리 스테이크(いきなりステーキ) [링크]
일본 여행기 14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藍島)를 향해 1부 [링크]
일본 여행기 15편 - 고양이들이 사는 섬 냥냥섬 아이노시마(藍島) 2부 [링크]
일본 여행기 16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藍島) 3부 [링크]
일본 여행기 17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藍島) 4부 [링크]
일본 여행기 18편 - 3년 만에 다시 찾은 고양이섬 아이노시마(相島) 1부 [링크]
일본 여행기 19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相島) 2부 [링크]
일본 여행기 20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相島) 3부 [링크]
일본 여행기 21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相島) 4부 [링크]
일본 여행기 22편 - 고양이섬 아이노시마(相島)를 떠나며 5부 [링크]
일본 여행기 23편 - 신감각? 프로그레시브? 튀김집 덴뿌라 타이텐 [링크]


본식 라면, 한국에서는 이제 라멘이라고 아예 따로 부르는 게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만, 하여튼 저 라멘의 원조는 중국의 라미엔입니다.
면 요리를 총칭하던 것이 한국과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일본에서 라멘이 되어 각 지역과 가게별로 특색을 지니게 됐고, 이윽고 라멘이 한국에도 넘어와서 꽤 유행한 적도 있었죠.
요즘은 유행이 한풀 꺾인 느낌이긴 합니다.

멘 중에서도 돈코츠 라멘은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로 만든 걸 말합니다.
이 돈코츠 라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지역이 두 군데인데, 하나는 쿠마모토(한글 맞춤법 중에서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구'마모토...), 다른 하나는 후쿠오카입니다.
후쿠오카 쪽이 다수파라서, 보통 돈코츠 라멘이라고 하면 후쿠오카 돈코츠가 원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돈코츠는 유명해져서 한국에서도 많이 팔기는 하지만, 본고장에 가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입니다.
돈코츠 라면의 발상지인 후쿠오카에 온 김에 돈코츠 라멘을 먹어봐야겠죠.

코츠 라멘도 여러가지 분파가 있는데요...
보통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돈코츠는 후쿠오카의 하카타에서 발생 했다고 알려진 하카타 라멘을 말합니다.
물론 모든 가게들이 똑같은 라멘을 팔면 당연히 재미도 없고 팔리지도 않을테니, 가게와 지역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조금씩 다른 라멘을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류라고나 할까, 곁가지라고나 할까요, 이번에 가본 나가하마(지명입니다) 라멘이 그런 곳들 중의 하나입니다.
나가하마에서 팔기 시작한 라멘 스타일이 인기가 많아져서, 거기서 일하던 사람이 다른 가게를 내고, 또 거기서 일하던 사람이 가지를 치고 해서...
나가하마라고 검색해보면 후쿠오카에만 나가하마 라멘집이 꽤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는 것...
실제로 가게 이름 때문에 원조를 다투는 송사도 여러 번 있었다는 모양입니다.
물론 어디가 진짜 원조인지, truth is out there...
여행자 입장에서는 평이 좋은 가게를 동선에 맞춰 방문 할 수 밖에요...


쿠오카의 나가하마는 위 지도의 빨간 표시가 되어있는 곳을 말합니다.
혼슈에 나가하마市가 따로 있기는 한데, 당연히 거긴 아니고요...
항구가 있던 곳으로, 항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즐겨 찾던 포장마차 라멘이 유명해지면서, 나가하마의 이름을 건 가게들이 꽤 늘어났다는 모양입니다.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돈코츠 국물에 후닥닥 면을 말아먹고 다시 일을 하러 가는, 그런 음식이었다는 모양이군요.


혼돈의 카오스... 나가하마라는 이름이 들어간 가게가 엄청 많습니다. 어디가 원조인지 뭐 사실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네요...


국도 원조 할매집이니, 원조 국밥집이니, 원조 족발집이니 저마다 원조라고 기싸움을 넘어 송사까지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죠.
사람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나봅니다.
저마다 다 원조 내지는 나가하마라고 써놓고, 가게 이름도 다 비슷하고, 한자만 다르고 발음은 똑같은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일단 동선에서 가장 가까운 나가하마 라멘집을 하나 골라서 들어가봤습니다.


이름하여 원조 라면 나가하마야(元祖ラーメン長浜家, 간소라멘나가하마야). 저 家는 타베로그에는 발음이 케(ケ)로 표기되어 있습니다만, 저걸 보통 '야'로 읽지 누가 '케'로 읽겠어요. 아마 가게 이름 때문에 투닥거린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저 家로 끝나는 가게에서 한 300M 정도 걸어가면 또 이렇게 비슷한 이름의 가게가... 저 屋도 '야'로 발음하기 때문에 가게 이름이 한자만 다르고 동일합니다. 잘 보면 사진 왼쪽으로 나가하마 넘버원이라는 가게도 있고, 오른쪽으로는 좀 잘려서 안 보입니다만 나가하마 장군이라는 가게도 있습니다... 난리가 났죠 아주.

 

원조 싸움이야 어쨌든 맛만 있으면 그만이겠죠. 아무튼 들어가봅니다.

 


하철역에서는 걸어서 10여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위치가 조금 애매해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입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가게보다는, 주로 현지인들이 가는 가게들을 방문 하게 됐네요.
위에서 이미 보았듯, 요 근처에 나가하마 라멘을 파는 집이 정말 많습니다.
대충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무튼 원조라고 주장하는 '家'로 끝나는 가게에 들어가봤습니다.
가게 안에, 자기들은 다른 나가하마 라멘가게들과 전혀 관련없고 이름만 비슷하다는, 자못 심각한 어조의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뭔 상관이냐 싶습니다만... '屋'으로 끝나는 가게도 다음 기회에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메뉴는 단 한 가지 뿐입니다. 라멘! 심지어 그 흔한 교자도 팔지 않습니다. 나가하마 라멘은 원래가 포장마차에서 빨리 빨리 먹고 나가는 스타일었던고로, 단일 메뉴 하나로 회전율을 높인 스타일의 가게로군요.


뉴는 라멘 하나(450엔) 뿐.
라면 이외의 다른 메뉴는 없습니다.
替玉(카에다마)는 면 추가, 替肉(카에니쿠)는 고기 추가입니다. 각 100엔 씩.
주류는 소주 200엔, 사케 350엔, 맥주 400엔입니다.
소주나 사케는 잔 술인 모양이고, 맥주를 시키면 기린 병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들어갔던 때가 토요일의 식사시간을 좀 벗어난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계속 드나드는군요.


혼자 와서 먹고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밤 늦게도 엽니다. 허기질 때 식사로 뚝딱하기에 참 적당한 가게입니다.

 

후닥닥 먹고 나가는 스타일의 가게라서 시키니까 아주 금방 나옵니다. 테이블 위에는 깨, 번차(番茶), 이쑤시개, 후추, 베니쇼가(紅しょうが, 적생강조림), 젓가락 등이 올라가 있습니다.

 

갓 나온 라면입니다.

 

파가 잔뜩 들어갑니다.


코츠는 돼지 뼈와 돼지 고기등을 우려서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돼지 비린내가 납니다.
이 잡내를 잡아내는 방법이나 노하우가 그 가게의 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좀 급진적인 가게들은 돼지 잡내를 그대로 놔두기도 하고, 코쿠테이같은 가게[링크]는 소금 같은 조미료의 짠 맛으로 돼지 잡내를 가리기도 합니다.
이 돼지 잡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가게마다 제각각이고, 보통 대중적인 가게들은 돼지 냄새를 잘 없애서 옅게 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 가게는 파 같은 걸 잔뜩 넣어서 잡내를 잡아내는 쪽입니다.
국물 맛이 꽤 괜찮네요.


테이블 위에 깨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뿌려 먹을 수 있습니다.

 

국물이 그리 짜지도 않고 적당히 진해서 괜찮은 편입니다. 손님이 많은 이유가 있네요. 실험적이거나 급진적인 가게들도 종종 있는데, 450엔에 파는 집이니 아무래도 대중적인 맛입니다.

 

면발은 하카타 라멘의 아류답게 얇은 편입니다. 보통 라멘집에 가면 면발을 얼마나 익혀 내오는지 선택 할 수 있는데(보통 3~5단계), 여긴 그런 게 없는 모양이고... 면이 얇아 먹는 도중에 불기 때문에, 약간 설 익은 상태로 서빙됩니다. 곱배기가 없는 것은 그 때문이고, 그래서 면 추가(카에다마)가 있는 것이죠. 뭐 얘기하면 푹 익힌 상태로 내오는 가게도 있는데, 추천하진 않습니다. 주는대로 먹읍시다.

 

차슈(고기)는 얇은 편입니다. 카에니쿠로 챠슈도 추가 할 수 있는데, 기본도 양이 적당한 편입니다만,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추가도 고려 해 볼만 합니다. 작은 접시로 고기가 가득 나옵니다.

 

면은 빨리 안 먹으면 불어서 맛이 없으니 면부터 먹는 편이 좋습니다. 국물이 적당해서 그릇을 후루룩 빨리 비울 수 있다는 게 좋군요. 진한 라멘은 진한 국물이 매력이긴 하지만 기름지기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죠.

 

테이블 위에는 번차(番茶 반챠 ばんちゃ)가 있습니다. 기름진 라멘과 잘 어울립니다.


주 저렴한 가격(450엔)에 양도 적당한데다, 빨리 나오고, 맛도 괜찮은 편입니다.
새로 여는 가게들은 기존 라멘집들과 차별화 하기 위해서, 다소 프로그레시브한 실험적인 라멘을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가게에서 나오는 것들은 사람에 따라서는 이게 뭐야 싶을 정도의 폭탄들도 종종 섞여 있죠.
원조(라고 주장하는) 나가하마家에서는 기본에 아주 충실한 안정적인 라멘이 나오는군요.
좋은 말로 하면 기본기가 탄탄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개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성있는 라멘집 찾아갈 정도의 마니아라면, 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들 하는 부류겠고요.
가게 위치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과는 살짝 벗어난 곳에 있고, 현지인들 식사 하는 곳이라서 식사 시간에는 꽤 붐비는 모양입니다.
그것만 조심하면 무난하게 하카타 라멘 중 하나인 나가하마 라멘을 맛 볼 수 있는 가게로, 추천 할 만합니다.

2018년 여행기인데 어느덧 해를 넘겨버렸네요...
실질적인 여행기는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다음 편]은 에필로그로 후쿠오카 거리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