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료와 자본가들은, 툭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저 방만한 공기업의 운영을 정상화 하기 위해서 민영화시켜야 한다!”
20세기 전후 부흥기 호황이 끝나면서, 많은 나라들이 국가에서 운영하던 공공서비스를 민간기업에 팔아치웁니다.
이 대유행은 치료약 없는 열병이었습니다.
수도, 전기, 통신, 우편, 교통 심지어 군대까지… 국가기간시설들이 돈 몇 푼에 자본가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가 됐습니다.
한국의 통신회사 KT도 민영화… 사기업이 됐습니다.
한 때는 삼성전자보다 시총이 높았던 적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 효율을 추구한다는 민영화당한 KT가 우리들에게 준 것은
사장이 바뀌니 KTF가 SHOW를 하라가 되고, 사장이 또 바뀌니 SHOW가 올레~!가 되고, 사장이 또 바뀌니 올레가 보기 싫다고 다 떼어버렸습니다.
새 사장이 KT에 낙하산 착지 할 때마다, 전임사장이 만들어 놓은 브랜드 이미지 전략을 다 뒤엎고 있죠.
“기업 운영의 효율성 재고”를 위해 민영화 한 결과… 우리는 몇 년에 한번씩 간판 바꿔다는 KT 대리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돈은 물론 소비자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참 효율적이네요…
그리고 사람도 다 짤라버렸습니다.
책상에서만 일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가라는 말 안 듣는답시고 울릉도로 보내서 전봇대 타는 일에 발령을 냈습니다.
노조가 있으면 이런 일에 저항이라도 할텐데, KT의 노조는 어용노조입니다.
노조가 노동자편이 아니고 사장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로 악명이 높은 게 또 KT노조입니다.
그렇게 직원이 한 때 5만명이 가까이 되던 곳이 간판만 열심히 갈아치우다가 지금은 2만명이 안 됩니다.
사람이 모자란 곳은 직원을 채용 하는 게 아니고, 외주를 줍니다.
외주를 주면 돈도 적게 들고 어떻게든 뭐 돌아는 가니까 품질이 어떻든 알 바 아닙니다.
여러분이 KT 직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전부 외주 하청 인력들입니다.
KT간판을 단 가게에서 휴대폰을 파는 사람, 개통을 도와주는 사람, 뭐가 잘 안 되서 물어보려고 전화하는 콜센터 직원, 고장 신고 하면 집으로 달려오는 수리기사, 전봇대에 올라가는 엔지니어 이 중에 KT 직원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장들이 간판만 바꿔달면 다행이겠지만, 인공위성을 팔아먹기도 합니다.
인공위성은 발사도 지극히 어렵고 비싼데다 한국에는 기술이 부족합니다만, 민영화 한 사기업이 돈에 미쳐서는 인공위성을 외국 기업에 홀라당 팔아먹었습니다.
그리고 불이 났습니다.
서울의 1/3 정도가 먹통이 된 것은 물론, 국가 백본망(back-bone; 척추와 같이 중요한 핵심 선로)도 먹통이 되어 경찰 112도 부를 수 없게 됐습니다.
불이 난 곳에는 직원이 상주하지도 않았으며, 사고가 난 한참 후에나 알게 됐다고 합니다.
경영을 효율화 하기위해 민영화 한 덕택에, 우리는 KT가 선사하는 이러한 꿈과 같은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공기업에서 공공성을 빼면 민영화가 아니라 그냥 돈에 미친 망나니입니다.
돈에 미쳐서 인공위성도 팔아먹고, 기간망에 백업도 깔지 않으며, 주말에 출근 시키면 돈이 나온다고 외주로 돌리는 직원들마저도 주말에는 쉬게 만듭니다.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공기업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당장의 푼돈에 급급해서 민영화를 하고, 그 민영화로 고삐가 풀린 망나니 사기업들이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를 우리는 실시간으로 감상 중입니다.
미래는 알 수 없어서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민영화나 허울좋은 선진화 같은 구호들은 결국 우리의 삶을 갈아먹는 좀벌레들입니다.
이런 벌레들을 떨어내야 하겠지만, 이번 KT 재난과 같은 사건에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오는 게 뻔한 미래가 더 무서운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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