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Photography

시그마 렌즈 Sigma Lens 18-50mm 1:2.8 EX DC

728x90

그마는 예전부터 캐논이나 니콘이 만들지 않는 개성적인 종류의 렌즈에 많이 도전했습니다.

덜떨어진 렌즈들도 있었지만, 몇몇은 괜찮은 성능에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필름 카메라에서 DSLR로의 전환기(2000년대 초반)에 나온 시그마 18-50mm가 바로 이런 시그마의 특징이 잘 드러난 렌즈입니다.

니콘의 경우 DX 포맷(APS-C)라고 해서 135 풀 사이즈가 아닌, 1.5x crop 센서 DSLR만 나오던 적이 있습니다.

캐논의 경우 1Ds라는 Full Frame 카메라가 있기는 했지만 천만원이 넘는 가격 탓에 취미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웠죠.

필름 시절에 쓰던 렌즈들은 당시 주류였던 APS-C 포맷 카메라에 사용하기가 애매했습니다.

특히 쓸만한 F/2.8 짜리 빠른 표준줌 렌즈가 없었는데, 시그마에서 이 틈새를 파고들어서 내놓은 것이 18-50mm F/2.8 렌즈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작고 가벼우며, 135 환산 약 28-75mm의 적당한 표준 화각, F/2.8로 빠른 조리개를 제공하는 크랍 센서 DSLR용 최초의 줌 렌즈였습니다.

가뭄의 단비, 사막 속의 오아시스, 건빵 박스 속의 맛스타 뭐 아무튼 그런 렌즈였지요.


필터 사이즈 67mm의 컴팩트한 크기에 445g의 경량이지만, 전 구간 F/2.8 고정입니다. 최소 초점 거리 28Cm로 간이접사도 할 수 있습니다. 한 장의 SLD(저분산 렌즈), 두 장의 비구면 렌즈가 들어간 호화 사양입니다.


F/2.8 고정 조리개를 가진 표준 줌 렌즈들이 100만원을 웃돌 때, 홀로 그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군다나 크랍 바디 전용 화각이라니 안성맞춤이었죠. 다만 조리개날이 7장(고급렌즈들은 대부분 9장)이었고, 펄 재질 표면처리 같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사진은 캐논 EOS 마운트용입니다. 니콘 F 마운트용은 조리개링이 있습니다. 거리계 창이 없는 간단한 설계입니다. 가볍고 작지만 종합적인 성능은 매우 우수했습니다. 줌 경통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LOCK 레버가 중간 쯤에 보입니다. 오른편에는 AF/MF 전환 레버가 보입니다.


당시(에도 지금도) 시그마 렌즈 수입원은 세기P&C였습니다. 이 당시 렌즈를 사면 Sigma EX 필터를 끼워주는 행사를 했었습니다. 왼쪽의 빨간 띠는 따로 붙인 것입니다. 원래는 금띠입니다.


줌을 돌리면 경통이 튀어나옵니다. 최대 망원(50mm)에서 이 정도 크기가 됩니다. 렌즈가 성능에 비해서는 꽤 작아서 경통이 튀어나와도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격은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매우 우수한 렌즈였습니다.

이 렌즈가 나올 당시 동급 사양의 렌즈가 매우 드물거나 비쌌기 때문에(니콘/캐논의 비슷한 렌즈들은 100만원이 넘었습니다), 크랍 바디용 표준줌으로는 군계일학이었죠.

이후 몇 차례 개량을 거쳐서 지금은 손떨림 보정이 붙고, 간이 Macro 기능이 강화된 신형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단가 절감을 위한 설계 탓인지 내구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 욕을 참으로 많이 먹었던 펄 재질(한 1년 쓰면 다 벗겨집니다)이나, 쉽게 흘러내리는 경통(그래서 Lock 레버가 있기는 하지만, 레버 없이 튼튼한 편이 낫죠) 등등...

이 렌즈를 신나게 쓰다가, 한 달 정도 일본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귀국일 전날 렌즈 내부 케이블이 단선되어 조리개 조절이 안 되는 바람에, 야경을 제대로 촬영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서울 남대문 시그마 수리센터에서 한 1만원이었나... 주고 수리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수리비는 가물가물하네요.


이 렌즈가 나온 이후, 다른 제조사에서도 크랍 바디 전용 표준줌을 앞다투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니콘은 AF-S Nikkor 17-55mm DX 렌즈를 냈는데, 손떨림 보정도 안 붙어있고, 크고 무거운데다 성능도 애매한 주제에 가격이 좀 어이없이 비쌌습니다.

캐논도 EF-S 17-55mm IS 렌즈를 냈는데, 무겁고 비싸기는 니콘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탐론에서는 비슷한 사양으로 17-50mm을 냈는데, 이 렌즈는 저렴하면서도 화질이 꽤 좋아서 히트작이 됩니다.

DX 포맷이나 EF-S 마운트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반드시 가지고 있는 편이 좋은 렌즈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