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비트코인 유행이 지났다고 생각 했었는데,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요지의 비트코인 규제안이 통과되면서, 비트코인의 시세가 급상승했습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그 가치가 급등 한 것이죠.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6월 26일 있었던 한승희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심기준 민주당 의원이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을 한 모양입니다.
질문을 한 심 의원이나, "양도세를 물리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한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 모두 비트코인이 뭔지는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음이 자명했습니다.
비트코인에 양도세를 매기겠다니...
비웃음이 나옵니다만, 어쨌든 관료나 정치인들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는 있겠죠.
비트코인으로 인한 사기 사건도 좀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인지한 모양입니다.
여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좀 과도하게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아서, 찬물이나 좀 끼얹어 볼까 몇 줄 적어보겠습니다.
이제부터 이어질 글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쉬운 개론만 읊는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업계인이나 학부생 이상이라면 이미 채굴이라도 하고 있으면 모를까, 이런 글 찾아서 읽지는 않겠죠.
일단 아주 쉽게 가보죠.
1. 비트코인이 뭔가요?
비트코인은 이렇게 중국에서 만들어서 파는 동전을 이야기합니다. 가격도 하나에 1달러 내외로 아주 저렴합니다...는 거짓말.
이름이 "코인"이고, 언론 기사에서 무슨 황금색 B 새겨진 동전 사진을 이미지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진짜로 무슨 동전으로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로 저런 동전으로 발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데이터 덩어리입니다.
인터넷 뱅킹 계좌에 예치된 은행 예금이나 신용카드 포인트 등도 데이터 덩어리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이런 것들은 전자 화폐라고 부릅니다.
전자화폐는 언제든 물리적 실체가 있는 현물이나 동전, 지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완전한 "가상" 화폐로 그 자체로는 아무런 지급 보증도 하지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0101010로 이루어진 데이터 덩어리일 뿐입니다.
다만 기막힌 원리로 화폐처럼 기능 할 수 있고 거래도 할 수 있습니다.
그 "기막힌 원리"라는 것들은 이어지는 글에서 차차 알아볼 것입니다.
2. 채굴이 뭔가요?
비트코인을 새로 만드는 걸 마이닝(mining), 한국에서는 채굴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새 비트코인을 만드는 겁니다.
"돈을 더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나요?"
맞습니다.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라는 건 초등학교 때 배우죠.
물론 비트코인 시스템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굴을 한다고 비트코인이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으며, 채굴 할 수 있는 비트코인 총량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채굴로 인해 비트코인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만, 이런 저런 제한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 될 수 있습니다.
3. 가상 화폐 주제에 왜 그렇게 비싼가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여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위에서 적었지만,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발표로 인해 엔화 환전의 가능성이 높아져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상황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거의 가치가 없었습니다.
1만 비트코인이 피자 두 판 정도의 가치 밖에 없었을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래가 많아지며 시세가 올라 최근에는 1 비트코인에 수천 달러를 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강하고, 누구나 거래에 참여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 내역은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만, 해당 계좌(비트코인에서는 지갑이라고 부릅니다)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는 본인이 밝히기 전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갑은 필요하다면 새로 만들어서, 지갑을 계속 새로 바꿔가면서 거래를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좌 추적이라든지,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지껄인 "양도세"라든지 하는 전통적인 통제 방법이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누가 거래하는지 모르는데 양도세를 물리겠다?
그냥 비웃음만 나올 뿐이죠.
비트코인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먼저고, 종래의 방법론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아무튼 이런 익명성으로 인해, 뒤가 구린 돈들이 비트코인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등락에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투기 자금도 몰려들었습니다.
떠들석 했던 "랜섬웨어" 사건에서 해커들이 비트코인을 대가로 요구하기도 했었죠.
큰 돈이 모여들고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매우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4. 그럼 채굴을 하면 떼돈을 벌겠네요?
…그럴리가.
뭘 믿고 그렇게 낙관적인가요?
개인이 채굴로 비트코인을 만들고, 그걸로 돈을 버는 것은 단언하건데 불가능합니다.
포기하십시오.
5. 비트코인 채굴한다고 그래픽카드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인데요?
비트코인에 대한 원리는 나중에 적겠지만, 누구나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오픈 소스라서 여러 채굴용 프로그램이 나와있고, 원한다면 누구나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채굴에 도전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카드를 쓰는 이유는 채굴에 CPU보다는 GPU(그래픽카드)가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숫자 대입에 가까운 단순한 연산(이론적으로는 사람 손으로도 할 수 있는 계산입니다)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데, 그래픽카드 쪽이 이런 일에는 효율이 더 좋습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자면 CPU보다 GPU 쪽이 ALU; Arithmetic Logic Unit를 훨씬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래픽카드를 병렬로 여러개 연결 해서 채굴을 합니다.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불나방들 덕택에 그래픽카드 찾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적었지만, 그래픽 카드 몇 개 산다고 해서 개인이 채굴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6. 개인이 채굴을 해서 돈을 못 번다는 이유가 뭔가요?
비트코인의 독특한 작동 원리 때문입니다.
채굴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으면, 또한 비트코인 채굴에 성공하면 할 수록, 채굴에 필요한 연산량이 늘어납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이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채굴은 일종의 경쟁인데, 채굴에 성공한 단 한 사람만이 새로운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엄청난 물량으로 채굴을 하고 있어서 개인이 그래픽 카드 수십개로 깔짝댄다고 어찌 해볼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몇년 전에 지났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pool(풀)이라는 걸 만들어서 여러사람이 같이 채굴합니다.
일종의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러 컴퓨터가 협동 계산을 거듭해서 비트코인을 얻어내면(채굴에 성공하면) 그걸 기여도에 따라 각자에게 분배하는 거죠.
1 비트코인은 소수점 아래로 아주 잘게 쪼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품앗이를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채굴은 불가능 하지만, 풀에 가입하면 자기가 채굴에 기여한만큼의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기여분으로 받을 수 있는 액수가 너무 적어서 채산성이 없습니다.
전기요금, 하드웨어 감가상각, 인터넷 회선 비용, 기회 비용 등을 고려 했을 때 손해입니다.
7. 그래도 하는 사람들은 뭔가요?
"정정당당"하게 채굴을 하면 채산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기와 PC자원을 도둑질 하는 일들이 꽤 일어납니다.
특히 PC가 24시간 돌아가는 곳(학교 PC실이나 PC방 이라거나)은 대단히 취약합니다.
학생들이 학교 전산실에 채굴 프로그램을 몰래 깐다든지 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으며, 주인 몰래 채굴 연산을 하게 만드는 컴퓨터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회사 컴퓨터를 도용하는 직장인도 있는 것 같더군요.
당연히 위법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들입니다.
컴퓨터만 켜 놓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세상에 없습니다.
8. 투자가치가 있나요?
이것은 점쟁이가 아닌 이상에야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미래의 기축통화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말들을 하면서 비트코인을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비트코인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합니다.
비트코인의 원리를 알아보면, 비트코인의 전망이 왜 암울한지 쉽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살펴 볼 것입니다.
비트코인에 사용된 기술인 블락체인은 매우 전도유망한 기술이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한계가 많아 장기간 존속을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에 깊게 투자… 아니 투기한 사람들이 많고, 거래가 활발하며 비트코인 시스템의 한계가 "아직까지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망하지야 않겠죠.
다만 비트코인 그 자체의 붕괴 임계점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며 이는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좀 더 복잡한 내용을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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