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 가면 고시촌이 있어요.
학생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고시촌에서 한강쪽으로 조금 위로 올라가면 사육신묘라는 공원 겸 무덤 겸 유적지가 있습니다.
이 사육신묘는 주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방황하는 노인네들, 직장인들이 허위허위 찾아오는 노량진의 명소입니다.
사육신 묘의 위치는, 사육신이 모조리 죽고나서 임금이 "저놈들 내 눈에 안보이는 곳에 묻어라"라고 해서 정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4대문 안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묘자리까지 봐준 걸 보면 스스로도 양심의 가책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死六臣公園사육신공원이라고 써있네요.
뭐 사육신의 슬픈 역사는 한강물과 함께 흘러간 지난 이야기고, 이 사육신묘의 요즘 이야기를 써봅니다.
사육신묘는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져 있어서 은근히 운동도 되고 올라가면 전망도 좋고 앉아있을 곳도 많아요.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한번쯤 올라보시길.
다만 화장실이 좀 불편합니다.
미리 용변은 해결하고 가시는게 좋으실 겁니다.
입구는 이런 모습입니다.
요즘 사육신묘 입구에는 고양이가 살고 있어요.
엄마 고양이랑 아기 고양이.
두 녀석 다 씻지 못해서 꼬질꼬질해가꼬 좀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신기한게 이 녀석들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질 않아요.
물론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도망가지만, 자기들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는 먼저 다가오기도 한답니다.
밥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고양이는 사람이 먹는 걸 주면 안되기 때문에(고양이는 염분이 많은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주지 못했어요.
엄마 고양이가 응시하고 있는 곳은...
새끼 고양이가 뛰노는 절벽(?)...
엄마는 새끼가 보이는 곳에 앉아있고 새끼는 꺙춍꺙총 뛰어다니기 바빠요.
사람을 안 무서워 합니다. 보통 길고양이들은 이렇지 않은데...
아빠는 어딨을까요. 아니, 설마 아빠니 너?
아무래도 아니겠죠...
"...헛!" 무언가를 발견한 아기 고양이입니다. 뭘 발견한 걸까요...
iPhone4를 발견(?)!!!!
한동안 지긋이 쳐다보지만...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고양이는 똑똑하거든요.
무심히 다른 곳을 응시하다가...
먼 산.......
아이폰이 너무 시커멓고 크니까 이번에는 액정닦이만 분리해서 아기 냥이를 낚아보겠습니다.
쉭쉭-
슥슥--
"냡냡!" 드디어 낚였습니다.
경솔히 액정닦이에 잠시 넋이 나간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석고대죄 중입니다.
참 다소곳하죠? 도망도 앙가요. 사람하고 친한 고양이들이 종종 있는데, 해꼬지하지 않으면 도망치지 않아요.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질텐데 이 냥이들은 어디서 지낼지 걱정되네요.
야옹이 가족에게도 곧 혹독한 겨울이 닥쳐올텐데 걱정이네요.
이 사진을 찍었던 것이 아직 더울 때니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요즘에도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고양이들도 살고 있어요.
그 중 한마리는 아주 새까만 검은 고양이더군요.
길고양이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겁니다.
어떤 분은 이미 이 고양이들도 도시 생태계의 일부라고 주장하시더군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개는 이렇게 "길개"가 별로 없죠.
고양이는 길고양이들이 많은 걸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사육신묘 얘기로 시작했다가 고양이 얘기가 됐는데, 아무튼 길고양이 너무 미워하지들 마세요.
안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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