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제다이를 봤습니다.
스타워즈는 한국에서 별 인기가 없죠.
아마 개봉 하고 바로 내릴 것 같은 예감에 개봉 첫 주에 봤네요.
역시나 예감은 적중...
이번 라스트 제다이는 100만 관객도 못 채우고 내렸다고 합니다.
포-쓰 같은 거야 한국에서는 장풍 쏘는 무협지 천지에...
루크의 모험담도 특출날 것은 없고...
이래저래 한국에서는 스타워즈 프렌차이즈가 큰 인기를 못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개봉전 홍보나 시사회도 괴상한 방법으로 진행해서 구설수까지 있었죠...
20만원 짜리 G-Shock 시계를 사야 일반 시사회에 초대를 해준다거나 하는 홍보(?)로 인해...
안 그래도 인기 없는 스타워즈에 홍보사가 재를 끼얹는 짓까지 했다는군요.
하여튼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뭐랄까 보던 정(?)이 있어서...
깨어난 포스도 개봉하자마자 봤었는데, 이번에도 개봉하자마자 보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리가 스타워즈에서 기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두루 다 갖추고 있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독 파이트, 신기한 우주의 저 편 알 수 없는 곳으로의 모험과 기묘한 우주생물들, 주인공의 영웅적인 모험담, 음모와 배신, 광선검 대결,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정의롭지만 늘 약하고 위태로운 우리 편…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타워즈를 만들었더군요.
디즈니의 “앞으로도 너희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포-쓰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밑으로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제다이는 사라져야 해~" 라스트 제다이라는 부제는 중의적인 의미로 주인공 레이와 루크 스카이워크를 동시에 칭하는 것이었네요.
마초적인 이미지로 먹고 사는 (까페)베네치오 델 토로. 뜬금없이 조연으로 나왔는데 알고보니 신 트릴로지 어딘가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능글능글 잘 어울리긴 하더군요. BB-8을 'roundie'라고 대단히 느끼하게 부릅니다.
루카스에게 배워 온 안 좋은 것들
스타워즈의 원작자인 조지 루카스는 각본을 쓰거나 플롯을 짜는 데에는 별 소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상한 고집도 있어서(Han shot first 같은... 한 솔로는 선역이니까 블라스터를 먼저 쏘면 안 된다고 우긴 일입니다. [링크]), 영화의 완성도를 더 망치기도 했죠.
뭐 스타워즈는 치밀한 맛으로 보는 건 아니라고 하는 양반들도 있는데, 지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네요.
영화사상 최고의 반전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내가 니 애비다"가 스타워즈 출신이란 말이죠.
보안 유지를 위해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는 가짜 대본을 나눠줬고,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도 촬영 후에 후시 녹음 해서 입힌 것이었습니다.
앞뒤가 맞고 복선 회수가 잘 되고 플롯도 치밀해야 하는 건 오락 영화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그런데 뭐 루카스한데 안 좋은 것도 배워 왔는지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복선 회수를 전혀 안 합니다.
레이의 부모가 누구인가 하는 떡밥은 풀리긴 했지만, 깨어난 포스에서 관객들이 궁긍해 했던 두 가지...
영화는 루크의 라이트세이버를 마즈가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슈프림리더 스노크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습니다.
마즈가 가지고 있다가 레이에게 건너가고 결국 영화 마지막에 망가지는 라이트세이버는 애초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쓰던 것입니다. EP3에서 오비완이 아나킨의 다리를 동강낸 다음 회수합니다.
오비완이 간직하고 있다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이것이 제다이 나이트의 무기란다"라면서 건내주게 됩니다. 이후 요다에게 사사받던 루크는 요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스핀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라이트세이버는 다스 베이더와의 대결 도중, 루크의 손모가지와 함께 실종됩니다.
깨어난 포스에서 "아니 루크의 라이크세이버잖아? 이걸 어디서 났냐"는 한 솔로의 물음에 마스는 "아주 좋은 질문이야"라고 해 놓고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도 해명은 안 나옵니다.
저 공중 도시 베스핀에서 떨어진 것을 대체 어떻게 회수 했는지????
아마 다음 편에서도 해명은 안 할 것 같네요...
스노크 역시 마치 시스 로드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등장 했다가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그냥 두동강나면서 끝...
시스는 문외불출 일자전승이고, 시스 로드의 마지막 계보는 사제 지간이었던 황제와 다스 베이더의 죽음으로 인해 끝장났습니다.
그런데 스노크를 잘 보면 포스를 다룰 수 있으며 포스에 대한 지식도 있고, 다스 베이더나 루크 스카이워커 같은 제다이들의 계보도 알고 있는 의문의 존재입니다.
그런데 허망하게 두쪽으로 갈라져서 퇴장하고 맙니다.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저 두 부분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군요...
살짝 노망난 늙은이로 되돌아온 루크 스카이워커는 무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젊을 때 날리던 무림고수가 스스로 무공을 폐하고 은거하는데 기연으로 주인공에게 깨달음을 주죠. 스타워즈가 국내에서 인기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무협지 같아서 일지도.
깨어난 포스에서 존재감이 너무 미약해서 이번에는 큰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캡틴 파스마는 허무하게 패배해 버리더군요... 이렇게 소모하기에는 좀 아까운 캐릭터가 아닐지.
사실 핀이 진짜 주인공입니다.
핀 주인공 설
1. 영화 시작되자마자 벗고 돌아다님
2. 말이 제일 많음
3. 호우-! 하고 소리도 지름
4. 영화 초반에 로즈의 "저항군의 영웅"이라는 대사를 통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줌
5. 마스터 코드 브레이커를 찾으러 가는 모험을 보면 주연 같은 느낌
6. 종반부에서는 고물 스피더를 몰고 카미카제도 감행함
7. 아무튼 카메라에 자주 많이 나옴!
...어딘가의 댓글에 "그런데 흑인이 주인공이네요"라는 말이 있어서 생각해보니 핀을 주인공으로 착각 할 수도 있겠다 싶어지긴 합니다.
우주 통닭 porg. 원래 촬영 장소인 섬에 퍼핀이 너무 많아서 그걸 CG로 일일이 다 지울 수가 없어서, 퍼핀 위에 뒤집어 씌워서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나중에 깨어난 포스를 다시 보니 확실히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네요... 엉겹결에 만들어진 우주 통닭 치고는 주연급의 귀여움입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민폐 갑. 다메론 다메론 다메론(4) 다메론.... 이 자식 때문에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죽습니다. 초반부터 폭격기 편대를 전멸시키고, 마스터 코드 브레이커 대신에 섭외한 이상한 녀석 때문에 클락킹 코드가 들켜서 셔틀이 모두 박살나고 사고란 사고는 다 칩니다. 제일 무서운 적은 무능한 장교... 내부의 적이죠. 파일럿으로서의 기량과 지휘는 전혀 별개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온 게 1977년인데요, 40년 만에 아시안 여성이 조역으로 등장 했습니다. 40년... 이래놓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백인 남자애를 미래의 희망으로 제시하는 거 보면 역시 백인들에게서 변화를 바라면 안 됩니다.
종반부는 좀 더 화려한 우주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소금 행성에서 고물 스피더들이... 뭐 나쁘진 않았습니다.
오르가나 장군으로 출연시켜놓고, 스텝롤에는 고인을 추모한다면서 "영원한 공주님"이라고 하면 대체....
우주에서 폭탄이 아래로 떨어지느냐... 하는 물음이 있긴 한데, 원래 스타워즈 세계관은 과학이 통하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이므로 그냥 대충 넘어갑시다. 애초에 우주 시대에 독 파이트나 고집하는 요상한 전투 장면이나, 스타킬러 베이스, 광선검 자체 같은 것들도 전혀 설명이 안 되죠. 이런 건 따지는 거 아닙니다. 그냥 넘어가도록 합시다.
자막은 여전히 엉망입니다.
보통 이런 바닥에서는 "싸고 빠르게 마감을 잘 지키는" 쪽에 맡기는 걸 선호하다보니, 품질은 뒷전인 경우가 많죠.
수 많은 오역과 대충 번역으로 영어 대사의 디테일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건 자막 품질과는 별개로 우스개인데...
홀도 사령관이 포 다메런을 "플라이 보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직역해서 파리새끼라고 옮겨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 말 할 때도 경멸조였고요?
뭐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타워즈를 만들어 놔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3편에서는 제발 부실한 플롯을 조금 보강해 줬음 하지만...
뭐 그런 거 없어도 스타워즈는 스타워즈니까...
아마 또 보러가겠거니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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