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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Game

Hideo Kojima 小島秀夫 코지마 히데오, 라는 남자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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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술집 같은 곳에 가면 주크박스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듯, 음악이 나오는 기계죠.
주크박스 대여 및 수리 관련 일을 하던 회사 하나가 있었으니 그게 코나미입니다.
이 당시 일본에서는 타이토가 "인베이더"로 그냥 대박도 아닌 거의 사회 현상 급의 대격변을 만들어냈고, 옳다쿠나 싶었는지 코나미도 인베이더의 짝퉁을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원래를 화투를 제조하던 회사였다가 지금은 굴지의 게임회사가 된 닌텐도 역시 이 당시에는 인베이더의 짝퉁을 만들어 팔아먹었습니다.
기계와 전자기기 좀 만진다 하는 회사들은 거의 모두가 인베이더의 모조품을 만들어 팔았다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코나미는 이후 타이토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반을 다져나갑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80~90년대 아케이드(오락실)나 가정용 게임기로 여러 게임들을 내면서 사세가 성장합니다.
이렇게 게임으로 돈 잘 벌고 있던 회사였는데, 21세기(2001년경)부터는 피트니스 클럽(헬스장) 운영이나 빠칭코, 카지노 등으로 진출 했습니다.
요즘 일본인들에게 코나미라는 회사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는 "아... 그 헬스장?"이라고 할 겁니다.
코나미 스포츠(헬스장... 그러니까 피트니스 클럽이죠)는 동네마다마다 있고 인기가 꽤 좋습니다.
그렇지만 코나미는 여전히 게임 사업부(Digital Entertainment)에서 올리는 매출이 다른 사업부와 비교가 무색할만큼 높습니다.


최근 코나미가 공개한 자료를 보아도 Digital Entertainment, 즉 게임쪽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아무튼 코나미는 50년 넘은 유서 깊은 대기업입니다. 자꾸 게임말고 다른 걸 하고 싶어하는 듯 하지만... 그거야 모든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고민하는 시점이 오게 마련이니까요.


코지마 히데오는 애초 영화 일을 하고 싶어했지만, 어찌저찌 하다보니 1986년 코나미에 입사하게 됩니다.
입사 후 "けっきょく南極大冒険(결국 남극대모험)"의 후속작인 "꿈의 대륙 어드벤처"에 보조로 투입됩니다.
이후 "Lost Warld(World 아님!)"를 기획 했지만 당시 코나미의 주력하고 있던 하드웨어인 MSX에서 구현하기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각하 당합니다.
그래서 코지마가 실질적으로 최초로 감독 했던 게임이 바로 1987년작 "메탈기어"입니다.
람보니 코만도니 같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히트를 치던 시대였던지라, 그런 액션영화 같은 게임을 만들자는... 그러니까 유행에 편승해보자는 경영진의 기획과, 코지마 히데오의 씨네필 기질이 어떻게 잘 버무려져서 나온 작품입니다.
이후 "코지마 히데오"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는 메탈 기어의 시초가 바로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게임 기획 자체는 안일 했지만, 게임성은 신선 했습니다.
적 병사의 눈에 띄지 않고 숨어서 적진을 돌파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인기를 모았죠.
보통 당시의 액션게임은 보이는 족족 다 부수고 지나가는 게 상식이었지만, 그런 상식을 뒤집어 엎은 겁니다.
메탈기어는 꽤 인기를 끌었고, 나중에 속편 "메탈기어 2"도 나옵니다.
이후 메탈기어 2의 플레이 스테이션 리메이크인 "메탈기어 솔리드"가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코지마 히데오는 스타 개발자가 됩니다.


80년대 유행하던 액션 영화들의 냄새가 아주 진합니다.

 

요즘에야 잠입 액션 게임이 흔하디 흔하지만, 그게 다 바로 이 메탈기어의 덕입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역발상이 무척 참신 했습니다.

 

물론 도망만 다니는 건 아니고... 종국에는 제목이기도 한 거대 병기 메탈기어와 맨 몸으로 싸워야 합니다.


코지마 히데오의 소셜 미디어 자기 소개는 이렇습니다.

"ゲームデザイナー:僕の体の70%は映画でできている"
"게임 디자이너: 내 몸의 70%는 영화로 되어 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코지마는 원래 영화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게임 회사 다니는 게 창피해서 뭐 금융 일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하죠.
지금에야 게임 업계에 대한 인식이 썩 나쁘지는 않지만(물론 여전히 구로의 등대 넷마블 등의 악질 회사들이 업계 이미지를 망치고들 있지만요), 과거 일본에서 게임 회사는 주식 시장에 상장도 못할 정도로 대접이 박했습니다.
아무튼 코지마의 이 영화광적인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게임이, "메탈기어" 다음으로 만들었던 "스내처"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그 유명한 "블레이드 러너"의 낯뜨거운 표절작입니다.
주인공부터가 뭐 딱 봐도 데커드인데다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스피너"도 똑같이 나오고, 인간인 척 인간들 사이에 숨어있는 인조인간(이건 바디 스내치라는 영화에서 조금 또 떼어왔습니다만)이 적으로 등장하는 등...
데커드가 음성 명령을 통해 단말기로 조라; Zhora의 몽타주를 만드는 시퀀스, 조라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술집, 시꺼먼 하늘에서 끝없이 비가 오는 LA의 모습 등 영화의 온갖 것들을... 말 그대로, 정말 똑같이 베껴서 게임 안에 넣어놨습니다.
해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게 될 정도죠.
당시 일본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데다, 코지마 히데오의 시네필적인 면모가 합쳐져 이런 대참사...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보여주었던 이런 경향은 지금까지도 한결 같습니다.
사람 참 잘 안 바뀐다는 걸 코지마를 보면 알 수 있달까요.


왼쪽이 스내처의 주인공 길리언 시드, 오른쪽은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 데커드. 이거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판박이입니다.

 

데커드... 아니 길리언 시드 오른쪽의 시꺼먼 친구 이름은 랜덤 하질이라고 합니다.

 

랜덤 하질은 구판 듄(1984, 데이빗 린치)에서 인기 가수 스팅이 연기했던 악역 캐릭터 페이드-라우타 하코넨; Feyd-Rautha Harkonnen 을 Ctrl+C 후 Ctrl+V 한 겁니다.

 

세가 새턴판 스내처 매뉴얼의 "42년형 인터셉터 type R"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 차량은 뭐 다름아닌...

 

블레이드 러너의 스피너입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낳은 매력적인 악당, 수없는 작품에서 변주되고 있는 "진짜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인조인간", 로이 베티.

 

THE 로이 베티가 빠지면 곤란하죠. 스내처에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데커드... 아니 길리언 시드를 죽음의 위기에 몰아 넣는다는 것도 비슷하군요. 하지만 이 다음에(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스내처를 구해서 플레이 해보세요.

 

이런 온갖 도둑질로 만든 물건을 잘도 만들어서 팔아 먹던 것이 바로 코나미입니다. 그리고 이걸 만든 장본인이 바로... 히데오 코지마!


Shame on you......... 정말 창피 한 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트위터에서 가끔 스내처를 언급 하기도 하는 걸로 봐서는 별로 창피해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당시 구상 했다가 폐기된 아이디어를 트위터에서 밝히기도 했는데...

"ディスク入れ替え時もゲームのギミックや驚きを仕込みたかった。何時か話した没話。「スナッチャー」で殺人現場に行く。フロッピーディスクはPC内部の熱で熱くなる。そこで熱で色の変わる塗料(鉄の成分も混ぜておく)でディスクの表面にダイイングメッセージを印刷。血の匂いがしてディスク抜くと文字。"
"디스크를 갈아 끼울 때도 놀라게 만드는 기믹을 넣고 싶었다. 몇 번 이야기 했던 폐기안. [스내처]에서 살인현장에 간다. 플로피 디스크가 PC 내부의 열로 뜨거워진 상태가 된다. 열로 색이 변하는 잉크(철 성분을 섞어둔다)로 디스크 표면에 다잉 메시지를 인쇄. 피 냄새를 풍기는 디스크를 빼면 문자가."

 

아 이사람 정말............
🤦‍♀️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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