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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vent

보지의 독백-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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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하는 툐끼와 첫회를 봤습니다.
버자이너는 영어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다들 잘 알고들 계시겠지만, 여성의 성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 말로는 보지라고도 하지요.

공연중 사진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관계로, 공연 시작되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중학교 때 수업시간에 누가 졸려요~ 그래서, "자지말고 보지~" 그랬는데, 아이들은 다들 웃었는데 선생님은 별로 안 웃겼는지 저를 존나게 패시더군요. 헿.
 
아무튼 이 연극은 여성주의 관점에서 여성의 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글도 잘 안써지고 글재주도 모자라서 그냥 작품소개 링크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다음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일단 남자든 여자든, 꼭 보면 좋을 연극입니다.
한국은 특유의 유교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많은 부분에 남아있어서 性, 특히 여성의 성을 굉장히 억압하는 곳이죠.
그래서 여성의 성은 언제나 남성의 성적 판타지로 소비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방송에 나오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언제나 비쩍 마르고 이쁘장하게 생겼다든지, 여성 아이돌그룹은 예외없이 "섹시"를 내세우고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한국의 일그러진 성문화를 잘 드러내고 있죠.

성을 위한 성은 음지에 꽁꽁 숨어있어서, 드러내보일라 치면 어디선가 "어디서 말만한 처녀가!" 같은 꾸지람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날아옵니다.
아니 사실 性적인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는 여성의 자유를 엄청나게 억압하고 있습니다.
뭐 가까운 예로 회사에 여직원이 화장을 안하고 가면, 대뜸 배나온 부장님이 그러실거에요.

"회사가 느그집 안방이오 미스김?"

아, 네.
그래서 화장을 곱게 하고 나가면 이번엔 부장님이 그래요.

"회사가 술집이오 미스김? 꼬라지가 그기 모요?"

어허허허... 어쩌라고요....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물론 엉키고 설킨 거대한 털뭉치 같은 문제에 대해서, 두시간 남짓의 연극이 깨달음을 준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이런 저런 "여성"에 대한 억압과, 그렇죠, 보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주문합니다.

리고 이번 공연은 놀랍게도 원작자인 이브 엔슬러(Eve Ensler) 선생이 직접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출산등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좋은 말은 대충 쓴 거 같네요.

나쁜 말도 좀 쓰자면... 일단 저는 김여진을 싫어합니다.
배우로서, 활동가로서의 면모는 존중하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인 공격성은 한나라당 열혈 지지자들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신랄하고 무식한 구석이 있습니다.
특히 트위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데요, 그런 면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배웁니다.
뭐, 무식하고 앞뒤가 꽉막힌 구석은 연기와는 상관없는 거니까요... 연기는 잘 합니다. 목소리도 좋구요.
게다가 만삭투혼(!)을 발휘해 배가 부른 와중에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더군요.
문득 만삭의 몸으로 재판정에 섰다는 심상정이 생각났...을리는 없구요... =ㅅ=

여성주의에 대해서 조금 발을 담궈봤거나,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뭐 다 아는 내용이 줄줄 나오기 때문에 딱히 흥미롭다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물론 이 연극 자체가, 그런 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요.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뭐 그저 그랬어요.

하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평소에 性, 아니 보지, 하면 뭔가 꽁꽁 숨겨야 하고 어딘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죄악 같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관람을 권해드립니다.

이 연극은 정말로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걸 말하고 있는데, 한국사회는 저런 BASIC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남성이라면 사랑하는 그녀의, 여성이라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에 대해 말하는 이 연극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2012년 1월 29일까지.

무슨 광고글 같지만 저쪽에서 스폰싱 받은거 한푼 없고, 저는 김여진 무지 싫어해요.
하지만 꼭 보세요.
얻는 게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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