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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0일, 좋았던 노무현 그 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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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 시절이 그립다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기사, 당시에 절박해보지 않았던 분들은 산삼도 많이나는 시절(링크)이라고도 하시고, MB욕들도 많이 하시고 그렇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듣고 보고 배워야 하는 것 아닐가요.
이제부터 2007년, 그 노무현 시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중 하나만 꺼내보겠습니다.



2006 당시 열린우리당,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2년 고용한 비정규직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2년이 된 비정규직은 그저 해고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김영삼 정권때는 불법파견이라며 강하게 단속했던 파견이나 용역, 비정규직이 IMF 이후로는 합법이 된 것도 모자라, 이 비정규직들을 2년 써먹고 해고하라는 법을 대놓고 만든 것이었죠.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했으나, 열우당 정권은 밀어부쳤고, 2006년 11월 30일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Oh, what a business friendly!

한편, 프랑스 자본인 유통회사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이를 이랜드가 인수하게 됩니다.
이랜드는 기독교 계열 회사로 유명하죠.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성경에는 노조도 없고 파업도 없다"는 '개독기독교식 경영'으로 꽤 유명한 분입니다.
까르푸 시절에는 직원 휴게실이 있어서 여기서 잠시 누워서 쉬기도 하고 눈도 붙일 수 있었습니다만, 이랜드가 인수한 후 휴게실은 "기도실"로 바뀌었고, 기도실에서 눕거나 졸았다고 호통을 듣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관련기사 링크).
까르푸 시절에는 월급이 적을 지언정 적어도 사람을 자르거나 하진 않았으나, 이랜드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들먹이며 2년 동안 고용한 비정규직은 모조리 해고할 방침을 세웁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참다못한 이랜드 일반노조는 투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국 홈에버 노조는 상암동 홈에버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회장이라는 양반부터가, "성경에는 노조도 없고 파업도 없다"며 대한민국 헌법과 현행법을 무시하는데도(대한민국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비지니스-프렌들리한 우리의 노무현 정권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요.
당연히 노사협상은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노조는 최후의 수단인 점거농성을 벌이게 됩니다.
참고로 이랜드 그룹은 직원들에게 개신교로 개종을 강요하고(대한민국 헌법에 보면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나오죠 아마?) 십일조를 강조(? 강요는 아니었다는대...)하며, 업장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내용의 기도문을 거는 둥(예수님 왈, "부자가 천국을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아주 아주 독실독실합니다.
그리고 이랜드 그룹은 공격적인 M&A로 여러 브랜드를 인수해서 성공적으로 부활 시키는 걸로도 유명한데(뉴발란스 같은 거 말이죠), 재미있는 것이 이렇게 인수를 거듭할 수 있었던 자금이 다 빚이라는거죠.
이랜드가 진 빚은 2011년 기준 4조 6804억원(부채비율 408%), 그 이자비용은 당해만 2108억원이었습니다.


7월 20일 새벽,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건물에 있는 홈에버 점거농성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력이 투입된다는 정보가 들어옵니다. 부랴부랴 새벽에 뛰어갔습니다.

 

2년 고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보호법" 덕분에, 계약직이 근무 2년 째 되는 해에는 계약연장이 안되거나, 1년 364일 근무 후 해고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아유 독실독실해라...

 

경찰병력이 속속 새벽을 틈타 집결하기 시작하고, 취재를 위해 기자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간부로 추정되는 양반은 아예 벤치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자는군요.

 

농성장(홈에버 월드컵경기장점)은 경찰병력으로 이미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조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이렇게 응원의 메시지를.

 

노무현 때도 용역과 경찰은 아주 죽이 잘 맞았습니다. 간혹 노무현 정권 때는 무슨 용역도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다함께를 비롯한 운동권 대학생들도 연대를 위해 농성을 같이 했습니다.

 

날이 밝자 구호를 외치는 대학생들. 이들도 지금쯤은 다들 사회인이 되었을테죠. 이 때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들 있어야 할텐데.

 

동이 터 오면서 긴장감이 더해집니다.

 

한국 경찰들의 차벽은 언제봐도 참 놀랍단 말이죠. 어쩜 저렇게 잘 대놓는지.

 

차벽으로 차단된 홈에버 농성장과, 속속 모여드는 경찰 병력.

 

연대를 위해 모인 활동가들보다 경찰이 훨씬 더 많습니다.

 

...

 

...

 

경찰의 돌입이 코 앞이라는 소식이 농성장에도 전해졌습니다. 한 노조원이 봉쇄된 홈에버 마트 안에서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경찰의 차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노조원들.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몇몇이 홈에버 마트 안으로 진입해서 투쟁에 연대했습니다. 심상정, 권영길, 노회찬 등이 밝게 손을 흔드는 모습.

 

노무현 참 때가 좋았죠. 이 때는 통진당도 댓글 공작도 드루킹도 없었고 말이죠?

 


찰이 애초 새벽에 들이닥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9시 경부터 진입이 시작됐습니다.
폴리스 라인을 긋고, 무장한 병력이 바리케이트를 뚫어 길을 내고, 그 뒤를 이어 여경들이 대부분 아줌마들인 노조원들의 팔 다리를 들고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이랜드 측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경찰이 노조원들을 모두 끌고 나가자 곧바로 영업을 재개하는 민첩함을 보여줍니다.


 

폴리스라인이 그어집니다. 곧 경찰들이 진입을 시도한다는 소리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병력이 참으로 많이도 준비되었습니다.

 

경찰에 의해 갇혀버리고 만 홈에버 마트안의 노조원들은 대부분 중년여성들이었습니다. 아줌마들이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이런 대병력을 모아왔을까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느라고 입구를 꼭꼭 막았습니다.

 

사지가 들려 끌려나온 노조원들은 닭장차에 태워져 경찰서로 실려갔습니다. 끌려가는 노조원들을 안타깝게 불러보는 사람들.

 

취재를 위해 몰린 기자들과 경찰들의 실갱이도 있었습니다.

 

 

남자 경찰들이 아줌마들을 끌고 나왔다는 비난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경들이 내부에 투입되어 노조원들을 끌어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과"

 

"해고를 중단하라"

 

"안전한" "편리한"

 

...

 

 

경찰의 강제 해산이 끝나고, 농성에 쓰이던 집기들이 밖으로 실려나오는 모습입니다.

 

이랜드 사측은 민사소송을 남발하여 노조원들에게 배상금을 물어내라며 압박했기 때문에, 노조원들은 홈에버 마트 안에 있는 음식들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직접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노조원들과 같이 농성을 하던 당시 민노당 의원들이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땀에 범벅이 된 모습으로 열변을 토하는 노회찬.

 

"더이상 죽이지 마라!" MB 때나 요즘 이야기가 아닙니다. 노무현 시절입니다.

 

학술인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노무현 때는 산삼도 많이 났다는대 산삼들이나 캐시지 여기는 왜 오셨나 모르겠어요.

 

경찰의 강제해산이 끝나자마자, 용역들이 투입되어 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참 이런 건 일처리 잘 한단 말이죠.

 

어르신 한 분이 경찰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며 항의하고 계십니다.

 

화가 나신 어르신은 한동안 저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어요.

 

그저 허탈 할 뿐입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가, 당시에는 한겨레 신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만, 현장에 직접 취재를 왔습니다.

 

...

 

노무현 시절의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후에 진보신당의 당대표로 나서게 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찰의 성공적인 강제해산이 이뤄지고 난 이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경찰과 노조원들, 대학생들이 모두 물러간 후,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FC 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친선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아름다운 자본주의, 눈물나도록 놀랍지 않나요?


시위가 문제입니까? 축구! 축구를 한다는데!

 

스포츠는 그야말로 인류를 대동단결 시켜주죠.

 

뭐 비정규직 아줌마들이 중요하겠습니까. 맨유가 한국에 온다는대.


렇습니다. 이 모든 일은, 노무현 정권 시절 일입니다.
사람사는 세상.
저는 그 세상 제발 안 왔으면 하네요.
노동자 비정규직은 사람으로 취급 안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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