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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Other

언론에서는 #행동경제학 을 어떻게 왜곡할까? #노벨상 #노벨경제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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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Behavioral Economics라는 용어는 한국어로 통일된 합의가 없습니다.

행동경제학, 행태경제학, 행동지향 경제학, 행태지향 경제학 등등 사람마다 조금식 말이 다릅니다.

일단 국내에서 관련 저작을 많이 내고 있는 연세대 상경대학 홍훈 교수[링크]가 사용하는 용어는 행동경제학이므로 저도 이를 사용하겠습니다.

제가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한 것도 홍훈 교수의 책이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낮선 용어는 아닌데, 2002년 카너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링크]가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노벨 경제학상을 탄 것은 이것이 최초라서 꽤 화제가 됐었습니다.

2002년 당시 심리학자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듬해, 2003년에는 화학자와 물리학자가 MRI 발명의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당시 사건을 두고 일부 의사들이 공돌이들이 의학상을 받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실화)... 

또 실러 교수라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닷컴 버블 붕괴를 예언 했다면서 꽤 유명한 분이 있는데,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입니다.

이 분도 인간의 충동적인 결정이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라는 주장으로 유명합니다.

다만 2013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파머 교수는 인간 이성과 시장의 합리적 움직임을 옹호하는 고전적 연구를 하던 분이라서 당시 논란은 좀 있었습니다.

혹자는 지동설과 천동설 학자 둘이 동시에 노벨상을 받은 것과 같다고 비꼬기도 했었습니다만... 실제로는 행동경제학은 표준이론이나 고전경제학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이후 융합 어쩌고 하는 유행이 불면서 한국에는 행동경제학이 심리학+경제학의 퓨전 학문이라는 얘기들이 돌고 그랬습니다.

으으... 그거 아니라고요... 


이번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Thaler 교수. 미국식으로 읽으면 'th일러'교수인데, 언론에서는 다들 세일러 교수라고 적고 있군요. 세일러 문도 아니고... 전 그냥 탈러라고 적겠습니다... 어떻게 적어도 원래 발음과는 틀려지는군요.


올해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시카고 대학의 Richard H. Thaler 교수[링크]입니다.

탈러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는 [이 곳]입니다.

학자 홈페이지답게 못생겼네요.

전 탈러라고 적겠습니다만, 아무튼 한글은 "모든 소리"를 표기하지 못합니다.

당장 옆나라 일본의 음가도 제대로 다 표현하지 못하죠.

글을 적는 오늘이 한글날이랍시고, 한국어 최고 어쩌고 하는 근자감 넘치는 바보들이 한글과 한국어도 구별하지 못하고 설치고 있네요...

아무튼 미국분이라서 미국식으로 읽으면 쎄(th)일러가 되는데, 이걸 또 언론에서는 '세일러'라고 적고 있고, 혼돈의 도가니탕입니다.


동경제학은 쉽게 말하면, 고전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소비자, 항상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왜 가끔 일베나 트위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멍청한 애니프사 애들이 늘 "회사는 수요에 의해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하죠.

이것이 고전경제학적 관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살펴보면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많은 중요한 결정들이 감으로, 사장의 취미나 욕심 때문에, 그냥 이뤄지곤 합니다.

가장 규모가 큰 사례가 안 그래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롯데가 세운 탐욕의 탑(롯데월드타워)이나, 현대가 세금 제외한 땅값만 10조원을 치르고 산 강남땅 같은 것들이죠.

이런 결정들은 합리적 선택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행동경제학은 경제 주체는 비합리적 결정도 곧잘 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학부에서 공부 할 때 교수 양반도 반 농담으로(...아니 진담 같았지만), 경제학은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랬었는데요,

무슨 말인고하니 고전경제학 이론은 현실에 대입하면 하나도 안 맞기 때문입니다.

고전경제학에서 신처럼 떠받드는 수요-공급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현실에 대입하면 맞지도 않고 예측도 틀리고, 경제학자들은 늘 사건이 터지면 그걸 수습하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러분이 배우는 건 하나도 안 맞을거야- 라고 그러더군요.

네...

그래서 행동경제학은 그 부분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시도 중 하나(고전경제학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입니다.


러 이 분은 행동경제학에서도 특히 finance부분(behavioral finance)으로 접근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존자원효과(Endowment effect) 같은 개념이 이 분의 1980년 논문("Toward a Positive Theory of Consumer Choice.")에서 최초로 등장합니다.

부존자원효과는 마찬가지로 한국어로는 통일된 표현이 아직 없고, 보유효과, 소유효과, 부존효과, 초기부존효과, 박탈회피 등등... 다들 아무렇게나 표기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도 홍훈 교수가 사용하는 부존자원효과로 표기합니다.

부존자원효과라는 것은 정말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소비자는 일단 어떤 재화를 자신이 가지게 되면, 그 재화의 가치를 더 높게 책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고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재화의 가치는 효용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효용이 더 높은 재화가 더 가치있어야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효용=가치 평가'가 딱 들어맞지 않습니다.

표준이론에서는 의사 결정 당시 예상 했던 효용을, 소비자가 언제나 결과적으로 획득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이것도 현실에서는 좀 아닌 경우가 많죠.

위에 적었던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카너먼 교수는 심리학자답게, 기억 효용이라는 개념을 논했습니다.

실제 효용과 소비자가 기억하는 효용은 다르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고전경제학이나 표준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가치 결정 이론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언론에서는 좀 뻥튀기를 하는데 부정한 건 아닙니다.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 표준이론의 토대에서 출발합니다)고 주장합니다.

부존자원효과에 의하면 거기에 더해 소유에 의해서 가치평가가 달라진다(소유물을 과대평가)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1984년의 실험으로 실증된 바가 있습니다.

당시 실험에서 3개 실험군으로 나누어, 첫 번째 집단에게는 머그잔을 준 다음(소유) 초콜릿과 교환(가치평가, 경제적 결정)하게 했습니다.

89%는 머그잔을 소유하기 원했습니다.

두번째 집단은 머그잔 대신 초콜릿을 주고, 머그잔과 교환 하게 했습니다.

90%가 쪼꼬를 가지고 있기를 원했습니다.

세번째 실험군은 머그잔과 초콜릿을 동시에 제시하고서는, 두 개 중 하나 고르라고 했는데요,

흥미롭게도 거의 절반 정도로 머그와 초콜릿을 나눠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는 당장 우리가 적는 가계부만 펼쳐봐도 수두룩 빽빽 할 것입니다.

좀 벗어난 얘기기는 하지만, 심지어 원숭이에게서도 부존자원효과가 관찰된다는 논문[링크]도 있습니다.


동경제학은 예전부터 사람들이 느껴왔던 이런 심리적인 모순에 의한 비합리적인 경제적 의사 결정을 정리하고 그것을 학문으로 체계화 한(...라기 보다는 하는 중)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2002년 이후 노벨상 수상으로 행동경제학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언론들이 또 뻥을 까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행동경제학이 고전경제학이나 표준이론을 부정한다는 투로 서술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실제로 읽어보면 고전경제학이나 표준이론 등등이 맞는 구석이 있지만- 으로 시작합니다.

기존 이론을 부정하진 않고, 표준이론의 토대 위에서 비합리적 선택이 이뤄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표준이론이나 기존 경제학 이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수월합니다.

심리학과의 퓨전학문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방법론에서 심리학을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퓨전이라고 하면 좀 읭? 스러운 표현이고, 한국에서 불었던 '융합학문'이라는 정체불명의 유행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류철균(필명 이인화)이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였죠.

심리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떤 실험에서는 fMRI 뇌 영상을 촬영해서 진행한 연구[링크]도 있습니다.

2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서 참고만 해야 겠지만, 실험 내용인 즉슨, 뇌를 찍어봤더니 결정을 내릴 때, 뇌의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되더라- 뭐 그런 얘기입니다.

자 fMRI도 동원하고 그러는데, 그럼 행동경제학을 의학+경제학 퓨전이라고도 불러야겠네요?

당연히 그런 거 아니겠죠.

좀 애매한 설레발들이 많이 나오는데 위에도 적었지만 어디까지나 기존 경제학 기반에서 출발하는 경제학의 영역이지 퓨전... 무슨 드래곤볼도 아니고 용어는 정확히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부존자원효과 역시,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것을 "남 주기에는 아까운 심리"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됩니다.

부존자원효과에 대해서 남주기는 아깝다는 식의 해설이 많은데 그런 설명은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부존자원효과는 소유에 대한 애착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고 손실 회피로 이야기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애착도 포함시키지만 이건 심리학 쪽 얘기인데다, 아직 on-going이므로 행동경제학으로 이야기하자면 애착으로 단정해선 틀리다 하겠습니다.


론 늘 그랬지만, 노벨상 수상한 필드이다보니 행동경제학을 두고 이제 일주일이면 이상한 책들이 꽤 나오겠죠.

내 아이에게 행동경제학 가르치기, 행동경제학 콘서트, 행동경제학이 가르치는 101가지 부자되는 방법

뭐 이런저런 해괴한 물건들이 소비자들을 낚으려고 들 것 같군요.


안 그래도 괴이한 제목의 책들이 이미 꽤 나와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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