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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아가씨(2016)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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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판 포스터는 누가 헬죠센 아니랄까봐 해외판 포스터에 비해 굉장히 순화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포스터라고 합니다.


벡델 테스트 : 통과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최소 2명 포함할 것 :

> 히데코, 숙희

2. 이 여성들이 대화를 하는가? :

> 아주 많이 합니다.

3. 그 대화가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다른 내용인가? :

> "타고나셨나 봐요"

 

델테스트는 여유롭게 통과하네요.

국내 영화잡지든 뭐든 벡델테스트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곳은 있지도 않고, 언급하지도 않아서 저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벡델테스트가 완벽한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은 그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합니다.

벡델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 아래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숙희역의 김태리.


주 쉬운 영화입니다.

베베 꼬지도 않았고, 쉬운 이야기를 쉽게 하는 영화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딱히 어려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기도 하고요.

무슨 상징이나 거창한 메시지 이딴거 없고 아주 직설적입니다.

여성 배우 둘을 앞세운 아주 쉬운 오락영화죠.

그런데 대놓고 여자들끼리 나뒹구는 장면을 수차례나 보여주는데도 "두 여성간의 동지애"운운하면서 현실을 부정하는 머저리도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요.

이 와중에도 동성애보다는~ 다른 걸 봐야~ 이런 소리 하는 분들은, 역시나 지능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남자끼리든 여자끼리든 이성끼리든 동지애만 가지고 섹스를 하지는 않죠.

독립영화가 아닌 메이저 배급사가 뿌리는 한국산 상업영화에서, 레즈비언 성관계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있었는지 좀 궁금합니다.

제가 한국영화는 많이 보지 않아서, 단지 서비스신이 아니고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용도로 들어간 건 아가씨가 최초가 아닐까 싶네요.

레즈비언들이 그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데 개독 단체에서 별 소리 안 하는 걸 보면 깐느의 힘이 크긴 큰가봅니다 그려.

아니면 동지애 어쩌고 하는 머저리들처럼 알면서도 모른 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앞으로 퀴어영화를 무사히 만들어 극장에 무사히 걸려면 깐느부터 다녀와야 할 것 같군요.


코우즈키역의 조진웅. 창씨개명한 이름은 코우즈키라고 언급되지만, 한국식 이름은 안 나옵니다.


우즈키=박찬욱.


변태적인 취향, 탈죠센 서구(영화에서는 일본)지향 등 이번 영화에서 감독의 페르소나는 코우즈키가 맡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서양 사람들이 환장할만한 쟈포니즘 미장센에, 문어라든지(문어는 CG였다고 합니다), 고문실 장면은 박찬욱 영화답죠.

박찬욱 감독의 페르소나라며 평론가들이 그동안 주절거린 배우들에는 송강호, 최민식 등이 있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조진웅 대신 송강호가 저 역을 했어도 꽤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변태 아저씨 역할의 마스크는 송강호 쪽이 더 우월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 특유의 말투로 "그래, 어땠나, 피부는??" 뭐 이런 대사 치는 장면이 더 잘 살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고문장면에서 조진웅의 말투는 너무 점잖아서 별로 변태스럽지가 않았단 말이죠.

왜 우리가 흔히 "변태" 하면 떠올리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이 있죠.

공포가 살짝 느껴지는 권위적인 변태여야 하는데 조진웅으로는 약간 힘이 부치지 않았나 싶어요.

그 특유의 하이톤 약간 들어간 들뜬 목소리로 첫날밤을 캐묻는 송강호...

오 그것 참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오네요...


특별 출연 문소리.


면빨... 미장센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쁜 화면 뽑는 건 이제 한국영화도 잘 하는 부분이라서.

다만 배타는 장면이라든지, 일본 거리나 료칸등 스케일 다운되어 있는 부분들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영화 속에서 백작(하정우)가 듀퐁 라이터인듯한 띵~ 소리 나는 라이터를 애용하는데, 제가 사치품에는 무지해서 저 시절에 듀퐁이 있었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아이쿠야 1872년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브랜드더군요.

심심해서 좀 찾아보았더니 사치품 치고는 저렴(?)합니다.

저렴한 라인은 50만원부터도 있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카메라가 제한된 공간만을 비춥니다.

저택으로 향하는 바닷가 비포장 도로를 잡는 장면이나, 종반부의 CG로 만든 바다 등만 트인 공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좁은 공간을 훑습니다.

일본영화들이 시원한 맛이 없다고들 하는데(일본인들을 설명할 때 축소지향이라고도 하죠), 아가씨도 그런 일본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시원한 광각 렌즈를 좋아하는데 너무 꽉 들어찬 느낌이라 좀 답답했습니다.

물론 이건 취향 문제니까 단점이라고 할 순 없죠.


후지와라 백작을 사칭하는 사기꾼 고판돌 역의 하정우. 하정우 하면 먹방인데, 냉면은 깨작거리고, 그나마 복숭아 호쾌하게 씹어먹는 장면이 있기는 있었네요. "잘 익은 것 같다"는 대사와 함께, 복숭아에서 과즙이 탁 터져야 하는데 잘 안 돼서 하정우가 복숭아를 주물딱거려서 구현...했다고 하는군요.


정우는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으로 등장합니다.

고판돌이라는 한국식 본명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야 여권 속 글자로만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들의 한국식 이름은 없습니다.

조진웅의 한국식 이름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고, 백작의 본명도 인물들의 입을 통해 호명되는 방식이 아니고, 마지막에야 나옵니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일부러 저렇게 숨길 이유도 없었을텐데 아마도 1, 2부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개그스러운 이름은 나중에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고판돌은 제주도에 흔한 성씨인 고씨에 막 지은 사내자식 이름을 떠올리며 지었다는데, 어딜보나 찌질한 사기꾼인 "후지와라 백작"에 대한 조롱이죠.

하정우는 찌질함을 연기하기 위해 나름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의 (애기 같이 작고 귀여운...)꼬추는 지키고 죽을 수 있겠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장면은 남성성에 대한 조롱입니다.

히데코가 코우즈키에게 쓴 편지에서 강간으로 쾌감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고 전해달라는 부분도 마찬가지 맥락이죠.

그런데 레즈비언 섹스를 눈 앞에서 보고도 동성애는 우리 얘기 않기로 해요~ 하는 분들마냥, 하정우가 내내 연기하고 마지막에 쐐기까지 박는 남성성에 대한 조롱을 읽지 못하는 머저리도 꽤 많은 듯 합니다.

이렇게 쉬운 영화에서 이렇게 쉽게 드러나는 것도 못읽다니 하기사 이 나라에서 천만넘는 영화들이 대부분 설명이 필요없을 촌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인 영화였다는 게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김민희야 뭐 유명한 배우지만, 김태리는 CF, 연극 등을 하다가 이번이 장편영화 첫 데뷔라고 합니다. "무서운 아이..."


화 배경이 일제강점기이기는 한데, 애초 기획안은 원작 "핑거스미스"대로 영국에서 촬영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영상화된 바가 있었다나요?

그래서 일제강점기로 각색을 했다고...

사실 쟈포네스크 판타지라서 일제시대가 아니고 현대물로 각색을 했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애초 일제강점기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메시지도 없고, 전적으로 그냥 배경으로만 작동하고 있죠.

일제강점기일 필연은 없었습니다.

초반부에 이건 판타지입니다- 하고 대놓고 선언을 하죠.

"서양식과 일본식을 합친건데 이런 건축양식은 일본에도 없다지?"

일본에만 없겠습니까.

세계 어딜봐도 없겠죠...

배우들도 그냥 요즘 말투를 쓰죠.

말투 하니까 생각나는데, 배우들 일본어가 꽤 유창합니다.

오랜 시간 교습을 열심히 받았다고 합니다.

그 뭐였더라 구리디 구린 영화, 아 그래, [명량]에서 왜장들이랍시고 일본어를 하기는 하는데, 너무 어색했던 걸 떠올리면 정말 훨씬 낫습니다.

우연히도 조진웅도 명량에 나왔었죠.

명량에서 조진웅은 나름 준수한 일본어를 했는데, 류승룡의 일본어는 대단히 거슬렸었죠.

"리순신와 고노테데 쯔까마에루~"

범인입니까, 잡게...

츠카마에루는 붙잡는다는 뜻인데, 전장에서 장수가 호언장담 하면서 쓸 단어는 아니죠.

코로스(죽이겠다)내지는 타타쿠(때려잡겠다), 타오스(쓰러뜨리겠다) 정도가 어울리겠습니다만.


위에도 적었지만 아가씨의 세계관은 판타지입니다. 신사(귀족)들이 저 멀고 먼 저택까지 방문해서 야설을 들을 개연성이 전혀 없어요.


에도 잠깐 적었지만 아가씨는 배경이 일제강점기인데, 이게 개연성이 반푼어치도 없습니다.

소설가 세라 워터스의 원작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죠(핑거스미스는 소매치기를 뜻하는데, 숙희에 대응되는 원작 캐릭터 '수'가 가명으로 쓰기도 합니다).

원작의 배경이 되는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혁명으로 대영제국의 전성기가 시작된 시기이지만, 여성은 안타깝게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자가 밖을 나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직업을 가지지도 못했죠.

가정에서 "천사"가 될 것만으로 강요당했기 때문에, 여자가 조금만 밖으로 돌아도 "타락"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매도 당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의미하기도 하는 코르셋.

네 맞아요, 쇠로 된 코르셋과 크리놀린이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왜 빅토리아 시대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허리는 괴상하게 잘록하고 치마는 이상하게 풍성하죠.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크리놀린으로 치마를 풍성하게 해야 "레이디(숙녀)"로 인정받던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위 "젠틀맨"들은 신사의 겉모습을 하고는 뒤로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하고 다녔습니다.

자살과 성매매가 성했했던 시기가 빅토리아 시대죠.

원작은 그래서 레즈비언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대상을 풍자하고 전복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일제시대는요...

유곽도 있고 기생도 있던 시대입니다.

권력도 돈도 있는 일본인 귀족들은 그냥 막말로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납치해도 별 탈이 없었을 겁니다.

낭독회나 야설 따위를 넘겨보면서 "비밀스럽게" 욕망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었다는 얘기죠.

그냥 대놓고 저질러도 별 탈이 없었을 시절인데, 뭐 미쳤다고 차타고 물건너 산 넘어 정문에서 "한참은 더 들어가야 하는" 외딴 저택까지 갑니까.

그래서 아가씨의 배경은 개연성이 전혀 없고, 미장센을 불러오기 위한 역할일 뿐, 그냥 자포네스크 판타지라고 봐야 합니다.

원작자 세라 워터스가 아가씨를 보고서는, 이건 'based on'이 아니라, 'inspired by'라고 하라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원작자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문제의 아가씨 오디션 공고. 노출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노출에 대한 협의 불가능이라는 문구 때문에 좀 걱정을 했었는데요... 걱정대로더군요.


태리가 맡은 숙희는 경쟁률이 1500:1이었다고 하죠.

공무원 시험 뺨치네요...

처음에 위의 저 오디션 공고가 붙었을 때 여배우들이 또 착취 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일단 이 영화에서 남성성은 조롱당하는 입장이고 남자들은 죄다 찌질이에 결함투성이로 등장하기는 합니다.

여성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여성주의 영화라고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두 여배우의 몸이 과하게 착취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심하게 빼빼 마른 두 명이 얽혀있는 걸 보고 있자니 야하다기보다는 많이 괴롭더군요.

영화 마지막의 은구슬 장면은 사족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은구슬은 낭독회에서 읊는 장면(옥보단) 중의 하나를 두 사람이 실연하는 것인데, 그 낭독회가 극중에서 무슨 의미였는지를 생각하면 그걸 굳이 마지막에 사족 처럼 집어 넣을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히데코가 증오하던, 더러운 일본 귀족들 앞에서, 그렇게 싫어하면서(심지어 책 읽을 때 쓰는 일본어는 진절머리 난다며 평소에는 조선어를 하죠) 낭독하던 내용을 사랑하는 숙희와 같이 하려고 했을까요?

글쎄다 싶네요.

구슬 장면은 배우들 벗겨다가 서비스신 마냥 "던져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고판돌이 수은 담배 때문에 정신을 잃어가며 플래시백이 지나가는데, 노를 젓는 장면에서 화면이 암전되며 끝났다면 여운도 남고 깔끔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지만, 조폭이나 나와서 여성을 물건으로 소비하는 한국 영화들이 판을 치는 판국에 아가씨 정도면 매우 선방했다고 할 수 있겠죠.

벡델 테스트도 가뿐히 통과하고...

관람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영화니까 냉큼 보러 가라고 하고 싶네요.


관람은 종로 CGV피카디리1958, 3관에서 했습니다.


람은 종로 CGV 피카디리1958에서 했습니다.

3관이었는데 좀 뒤에서 봐서 스크린이 약간 작은 느낌.

의자 간격은 아주 널찍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관람 중 왠 개저씨 하나가 전화를 계속해서 받더군요.

벨소리 한두번 정도야 실수로 누구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계속 벨이 울리고 심지어는 극장 안에서 큰소리로 전화까지 받다니...

노 키즈 존이 요즘 유행인데, 노 개저씨 존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아이들은 시끄러운 게 당연하고 어느 정도는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 큰 성인이 영화관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연거푸 받는 건 인간이 아니라 유인원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문제의 CGV의 비싼 좌석과 싼 좌석... 빨강이 비싸게 받는 곳이고 회색이 일반 좌석입니다.


CGV 참 얄밉기 짝이 없습니다.

꼼수는 꼼수대로 부려서 실질적인 가격인상에, 광고는 광고대로 틀어주고, 마스킹은 본사에서 하지 말라고 한다면서요?

그러지 마세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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